<럭셔리> 2026년 4월호

THE INTELLIGENT DRIVE

전기모터와 배터리만으로는 미래의 이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기술이 주행 경험과 이동의 개념 자체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이 흐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줄 기대작을 꼽았다.

EDITOR 박이현

PORSCHE CAYENNE ELECTRIC

지난 3월 19일 한국 시장에 공식으로 데뷔한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은 지금 시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자동차다. 카이엔 최초의 순수 전기 차량인 신형 모델은 최고 출력 1100마력 이상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비접촉식 배터리 무선 충전 같은 놀라운 모습을 담고 있다.



하지만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이 진짜 대단한 이유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순수 전기 자동차의 핵심인 사용성의 미래를 정교하고 섬세하게 예측하기 때문이다. 최신 고전압 충전 관리 시스템을 예로 들면, 차량에 고전압 충전기를 연결하는 순간 해당 충전소가 자리한 국가와 지역 등 필요한 정보를 인증한다. 그리고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자동차와 충전 인프라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며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예측한다. 초고속 충전망은 일단 배터리 용량의 25%를 빠르게 충전한 후에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지정한 다음 출발 시간에 맞춰 인공지능이 최적의 다음 계획을 짠다. 충전은 배터리 컨디션과 외부 온도를 고려해 여러 단계에 나눠서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가정용 충전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전력망 상태와 이용률, 가정용 태양광발전 같은 인프라의 잉여 에너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복잡한 정보는 포르쉐가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유연하게 취합된다. 그리고 예정된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면 차의 냉난방 회로까지 스스로 제어한다. 쉽게 말해 계절에 상관없이 다음 날 아침에 운전자가 차에 탔을 때 실내 온도가 정확히 22°C를 유지한다는 의미다.



에너지 효율성에 목표를 둔 인공지능의 이런 능동적인 개입은 주행 중 계속 진행된다. 똑똑한 지능형 소프트웨어도 내비게이션 데이터, 지형, 교통 상황, 외부 온도와 운전 습관 패턴을 고려해 실시간으로 에너지 흐름을 제어한다. 그리고 학습에서 얻은 데이터로 다음 충전 지점을 예측하고, 배터리의 온도와 상태를 충전에 맞춰 준비하기도 한다. 무선 충전 기술도 놀랍다. 포르쉐가 공급한 충전 패드 위에 카이엔 일렉트릭이 위치하는 것만으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비슷한 원리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비접촉 상태에서 대상을 인지하면서도 인프라와 자동차 사이에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고 실시간 충전 상황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이 모든 것은 데이터 학습 인공지능과 함께 발전한 소프트웨어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처럼 카이엔 일렉트릭은 순수 전기차 시대의 다음 챕터를 보여준다. 단순히 혁신적인 기술을 넘어서 공급자의 상태와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디지털 세계를 융합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


 

김태영 자동차 저널리스트



MERCEDES-BENZ THE NEW S-CLASS

지난 1월, 메르세데스-벤츠가 창립 140주년을 기념하며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럭셔리 세단의 기준으로 통하는 ‘더 뉴 S-클래스’를 공개했다.



더 뉴 S-클래스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운영체제 ‘MB.OS(Mercedes-Benz Operating System)’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4세대 ‘MBUX’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 시스템은 챗GPT-4o, 마이크로소프트 빙, 구글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를 하나로 통합했다. 사무실에서 활용하던 AI 기술이 이제는 운전석으로 들어와 운전자의 습관을 학습하고, 이동의 경험을 더욱 정교하게 보조한다. “헤이 메르세데스”로 활성화되는 음성 비서는 생성형 AI와의 연동을 통해 단기 기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단순한 명령 수행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이어지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전개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

S-클래스의 상징과도 같은 부유하는 듯한 승차감 역시 진화를 거쳤다. 새롭게 도입된 ‘인텔리전트 댐핑Intelligent Damping’ 서스펜션은 메르세데스-벤츠의 카투엑스Car-to-X 통신 기술을 활용한다. 선행 차량이 감지한 노면 정보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뒤따르는 S-클래스가 데이터를 공유받아 특정 구간의 요철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 기존 모델이 전방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노면을 인식했다면, 이제는 축적된 데이터까지 활용하는 구조로 확장된 셈이다. 주행을 거듭할수록 정보는 더욱 방대해지고, 그만큼 승차감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주행 보조 영역에서는 레벨 2++ 수준의 MB 드라이브 어시스트 프로MB.Drive Assist Pro가 적용되었다. 도심의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도 신호와 표지판을 인식해 자동으로 감속 및 제동을 수행하며, 조건부 자동 차선 변경 기능까지 지원한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레벨 3 자율주행 시스템 ‘드라이브 파일럿Drive Pilot’은 적용되지 않았다. ‘FSD(Full Self Driving)’와 같은 완전한 핸즈프리 주행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아쉬움으로 남을 터.

디자인에도 변화가 이뤄졌다. S-클래스 역사상 최초로 보닛 위 스타 엠블럼에 조명을 적용했고, 20% 확장된 라디에이터 그릴은 존재감을 더욱 강조한다. 새롭게 탑재된 다이내믹 울트라 레인지 하이 빔은 스위블 기능을 더해 카메라와 지도 데이터를 결합, 도로 상황에 맞춰 정교하게 조절된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앞둔 더 뉴 S-클래스는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위에 AI 기반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 기계적 정교함과 AI의 지능이 교차하는 지금, 럭셔리 세단의 정의는 다시 쓰이고 있다. 이번 더 뉴 S-클래스는 단순한 페이스리프트를 넘어, ‘이동 수단’이 아닌 ‘지능형 공간’으로 진화하는 자동차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상휘 <자동차 읽어주는 남자> 자동차 큐레이터



THE NEW BMW IX3

BMW가 재미있다는 사실은 세상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운전자의 의도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민첩하게 반영하니 함께 달리는 맛이 끝내준다. 브랜드 슬로건부터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이니까 말 다 했지. 그렇다고 BMW가 꼭 뭔가를 시켜야만 잘하는 건 아니다. 특히 앞으로의 BMW는 운전자가 알아채지 못한 사이 알아서 다 해주는 ‘스마트 BMW’로 거듭날 예정. AI를 듬뿍 적용한 덕분이다.



첫 ‘AI 듬뿍 BMW’는 신형 ‘iX3’다. AI의 활약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음성 비서. 음성 명령으로 창문, 시트, 전화, 음악 등 다양한 기능을 제어하거나 인포테인먼트 앱을 실행할 수 있다. BMW는 2022년부터 아마존과 협업해 iX3에 ‘알렉사’ 커스텀 어시스턴트를 탑재했으며, 내비게이션 기능을 시작으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확대 적용해 자연어 대화 수준을 높이는 한편 차량 기능 전반을 제어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iX3에 처음 들어간 새로운 운영체제 ‘OS X’는 눈치가 빠삭하다. 운전자가 주행 보조 시스템을 적당한 상황에서도 계속 쓰지 않을 경우 해당 기능 사용을 권하거나, 맞지 않는 상황에 스포츠 주행을 한다고 판단되면 주행 모드를 바꾸라고 제안하거나, 부재중 통화가 있으면 다시 전화 걸어보라고 알려주는 식이다. 더욱이 즐겨 사용하는 충전기에 도착하면 스스로 충전구를 열어주는 센스도 갖췄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역시 AI의 수혜를 받았다. ‘모터웨이 어시스턴트’가 활성화되면 시속 130km까지 손을 뗀 채로 장시간 주행할 수 있고, 앞차가 느리게 갈 경우 사이드미러에 슥 시선을 주는 것만으로 차선 변경까지 해낸다. 운전자의 가속, 제동, 조향은 AI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그 결과 크루즈 컨트롤을 켜고 달리는 중 브레이크를 살짝 밟거나 운전대를 슬쩍 돌리는 정도로는 기능이 해제되지 않는다. 이렇게 폭넓은 AI의 활용은 iX3에 들어간 4개의 고성능 컴퓨터 ‘슈퍼브레인’의 혜택이다. 각각 주행 동역학과 ADAS, 인포테인먼트, 편의 기능을 담당하고, 주행 동역학은 기존 제어 유닛보다 10배 빠르며, ADAS는 20배 높은 처리 능력을 자랑한다. 슈퍼브레인의 명령을 구석구석까지 연결하는 디지털 신경망은 배선 하네스를 4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위치별로 구분해 전체 배선 길이는 600m, 무게는 30% 줄였다. 전류는 ‘스마트 e퓨즈’로 관리한다. 주행 중이거나 충전 중 등 차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곳에만 전기를 보내 차의 전체 효율을 높인다.

새 술은 새 포대에 담듯 BMW는 새 전기차를 ‘노이어 클라쎄’에 담았다. 디자인, 아키텍처, 배터리, 구동계, AI 등 모든 면에서 새로운 노이어 클라쎄의 첫 모델, 신형 iX3는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이다.


이광환 <환카> 콘텐츠 크리에이터



GENESIS GV90

럭셔리는 늘 소리 없이 시대를 건너왔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품은 채. 더 부드럽고 더 정숙하고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며 정상에 올라섰다. 그러나 전동화 시대의 럭셔리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얼마나 조용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똑똑해졌는가’. 그 물음에 대한 제네시스의 야심 찬 대답이 바로 ‘GV90’이다.


GV90을 예상할 수 있는 콘셉트 카 ‘네오룬’.


GV90은 단순히 가장 큰 SUV가 아니다. 그것은 브랜드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그 의지는 분명해진다. 코치 도어의 적용은 기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앞쪽으로 열리는 문은 승하차의 동선을 바꾸고 공간의 인상을 바꾸며, 탑승자의 시간을 의전의 영역으로 끌어올린다.

그 아래에는 보이지 않는 변화가 흐른다. 차세대 전동화 아키텍처인 ‘eM 플랫폼’의 적용이 유력하다. 이는 더 큰 배터리를 품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중앙집중형 고성능 차량 컴퓨터를 중심으로 설계된 eM 플랫폼은 자동차를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에서 벗어나, 경험을 스스로 설계하는 ‘지능형 존재’로 재정의한다. 기존 E-GMP 플랫폼이 전동화의 문을 열었다면, eM 플랫폼은 그 문을 지나 더 깊은 챕터로 향한다.

변화의 표면에는 AI 기반의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가 자리한다. 이를 단순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 부르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차량과 탑승자를 잇는 감각의 매개체다. 운전자의 말보다 먼저 취향을 읽고, 습관보다 먼저 목적지를 짐작한다. 음성은 자연스러운 대화로 스며들고 화면은 생각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차 안의 모든 감각은 개개인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자율주행 기술 역시 이 서사의 일부다. GV90에는 자율주행 레벨 3 구현 가능성이 높다. 고도화된 센서와 ADAS 시스템은 단지 운전을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위험을 예측하고 상황을 분석해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낸다. 코치 도어가 상징하는 의전의 감각은 자율주행 기술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배터리는 제네시스 최초로 삼성 SDI를 품을 예정이다. 이는 단순한 공급사의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 장거리 주행에 대한 브랜드의 자신감을 내비치는 셈이다. 전동화 시대의 럭셔리는 더 이상 숫자만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순간적인 가속보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긴 시간을 얼마나 평온하고 단단하게 지탱하느냐다.

GV90이 선언하는 것은 단순한 신차의 등장이 아니다. 전동화 시대에 럭셔리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이동을 소비하는 대신 음미하게 만드는 것. 제네시스 GV90을 기다리는 이유다.


윤수정 <융코멘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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