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4월호

CONCEPT OF 2026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얼마나 잘 달리는지보다 휴식과 소통, 럭셔리와 퍼포먼스라는 다른 개념들이 모빌리티의 화두로 떠올랐다. 
새로운 시대의 이동 미학을 정의한 콘셉트 카들을 만난다.

EDITOR 박이현 WRITER 조진혁


LEXUS LFA CONCEPT

전기차 시대에도 스포츠카는 온몸을 떨리게 하는 감성을 전할 수 있을까. “핵심 기술은 반드시 다음 세대로 전승되어야 한다”라는 아키오 토요다 회장의 모리조 철학에서 출발한 렉서스 LFA 콘셉트는 자동차 제작의 본질적 즐거움을 BEV(배터리 전기차) 형식 위에서 계승하고 있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GR GT3’와 지향점을 공유하는 LFA 콘셉트는 낮은 무게중심과 고강성 경량 구조를 갖췄다. 알루미늄 올 보디 프레임과 최적의 배터리 배치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 위에 스포츠카의 긴장감을 겹쳐놓는다. 렉서스는 이를 ‘디스커버 이머전’이라 부른다. 공기역학적 기능과 조형미가 하나로 통합되어 운전자가 차와 완벽히 밀착되는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 실내는 운전 몰입을 위해 극도로 간결하게 다듬어졌으며, 외관은 클래식 쿠페의 비례를 따르면서도 전기차의 이상적인 형태를 제시한다. LFA 콘셉트는 효율적인 전기 스포츠카를 넘어, 스포츠카의 감성을 되살리려는 시도다.




MERCEDES-BENZ VISION ICONIC

상상해보자. 미래 럭셔리 카는 빠른 스포츠 성능과 함께 안락함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을까.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의 대답은 ‘비전 아이코닉’이다. 2도어 쿠페의 긴 보닛과 클래식한 수직형 아이코닉 그릴은 과거 메르세데스의 위엄을 떠올리게 한다. ‘W108’ 등 클래식 모델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오마주한 동시에 크롬과 디지털 라이팅을 결합해 헤리티지를 디지털 언어로 치환했다. 실내는 운전석이라기보다 아르데코 양식(직선과 곡선을 활용한 대칭적 디자인)의 라운지에 가깝다. 원형 스티어링 휠과 아날로그 스타일 그래픽은 고전적인 리듬을 만들고, 유리 조형물처럼 떠 있는 센터 구조물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교차시킨다. 특히 블루 벨벳 소재의 벤치 시트는 우아한 휴식이라는 럭셔리한 감각을 드러낸다. 기술의 핵심은 화려함보다는 효율성에 기울었다.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해 인간의 뇌를 모사한 뉴로모픽 컴퓨팅을 도입해 연산 부담을 줄였고, 차체 전체에 적용된 초박형 솔라 페인트는 연간 약 1만 2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스스로 축적한다. 비전 아이코닉은 차가 더 빨라지기 위해 가벼워지는 것을 넘어, 더 우아하게 존재하기 위해 효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JAGUAR TYPE 00

재규어 ‘타입 00’는 브랜드의 완전 전기차 시대를 여는 첫 신호탄이자 ‘XJ’의 정신적 후계자다. 오랜 시간 재기를 준비하고 있는 재규어가 타입 00에 거는 기대는 일반적인 콘셉트카와는 그 무게가 다르다. 재규어 90주년을 기념하며 타입 00 콘셉트카에 런던 레드 컬러를 적용하는 등 브랜드의 뿌리를 보여주고 있다. 퓨처리즘을 채택하면서도 근본 있는 브랜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 재규어의 전용 전기 플랫폼 JEA(Jaguar Electric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하는 양산차를 전제로 설계한 점은 재규어가 제시하는 미래가 무엇인지 기대하게 만든다. 전장 5m, 전폭 2m에 달하는 거대한 차체는 엔진이 없음에도 긴 보닛 라인을 유지하며 재규어 특유의 우아한 비례를 계승한다. 1930년대 럭셔리 카의 긴장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실루엣과 펜더의 대형 충전 포트 등은 전동화 시대에도 재규어의 디자인 유산이 유효함을 증명한다. 성능 또한 강력하다. 100kWh급 배터리로 770km 주행을 목표로 하며, 1000마력급 트라이모터 시스템은 다이내믹한 주행감을 선사한다. 여기에 적응형 3중 체임버 에어 서스펜션을 더해 최고의 승차감을 구현한다. 타입 00은 전동화가 감각의 삭제가 아닌 재설계임을 보여주며, 재규어라는 브랜드를 다시 정의하고 있다.




HYUNDAI CRATER CONCEPT

현대차의 ‘크레이터 콘셉트’는 오프로드 특화 라인업 XRT의 진화를 보여주는 콤팩트 SUV다.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이라는 언어 아래, 스틸의 물성과 아웃도어의 감성을 결합해 이동을 탐험으로 재정의하는 차량이다. 콤팩트한 차체에 대담한 비례, 가파른 접근 각과 이탈 각은 오프로드 지형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픽셀 디자인을 진화시킨 카무플라주 패턴과 듄 골드 매트 컬러는 자연과 인공의 경계를 허물고, 실내는 노출된 기계 구조와 부드러운 소재를 대비시켜 긴장감과 정밀함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기능을 놀이로 바꾼 아이디어다. 탈착 가능한 사이드 카메라는 손전등이나 액션캠이 되고, 견인 고리는 병따개로, 트렁크는 LP 턴테이블 공간으로 변신한다. 여기에 ‘크레이터맨’이라는 캐릭터 스토리텔링이 더해져 험로 주행에만 초점을 맞춘 차가 아닌 탐험이라는 행위를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매개체가 된다.




AUDI CONCEPT C

아우디의 ‘콘셉트 C’는 ‘명료함을 추구하다’라는 기치 아래, 복잡해진 제품과 조직을 본질로 재정렬하는 변혁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마시모 프라셀라는 ‘급진적 단순함을 콘셉트 C에 담아냈다고 발표했는데, 근거는 장식과 과잉을 덜어내되 빈약해지지 않는 방식에 있다. 최신 기술을 오직 필요한 곳에만 정교하게 배치하는 미니멀리즘이 콘셉트 C의 성격인 것. 외관은 조각처럼 단단한 볼륨감을 바탕으로 하며, 1936년 ‘오토 유니온 타입 C’ 레이싱 카에서 영감을 받은 수직 프레임을 중심으로 설계했다. 아우디 링을 드러내면서 미래 기술을 통합하는 시도인 셈이다. 실내는 물리적인 방식의 조작부와 함께 히든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샤이 테크Shy Tech’를 적용했다. 화면을 늘리는 대신 인터랙션의 밀도를 높인 것이다. 아우디는 콘셉트 C가 브랜드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임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아우디 라인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임을 밝혔다.




KIA VISION META TURISMO

기아 창립 8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콘셉트카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에 기아의 방향성과 비전을 담은 모델이다. 기아의 미래에는 휴식과 소통이 중요한 개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비전 메타투리스모가 역동적인 주행 성능과 여유로운 실내 공간을 결합한 모델이기 때문. 기아는 자동차를 이동 수단을 넘어선 경험의 공간으로 확장한다. 1960년대 장거리 여행의 낭만을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해 주행을 머무르고 교류하는 감각적 시간으로 바꿨다. ‘오퍼짓 유나이티드’ 철학(빛과 그림자, 혁신과 전통처럼 상반된 개념의 창의적 융합)이 반영된 외관은 부드러운 곡면과 기하학적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실내는 인간과 모빌리티의 관계를 재설계한 공간으로 스피드스터, 드리머, 게이머 세 가지 모드를 통해 퍼포먼스와 휴식, 엔터테인먼트를 오간다. 스마트 글라스를 통해 가상 그래픽이 현실 도로 위에 겹쳐지고, 동적인 조명과 사운드가 더해져 운전은 단순한 조작이 아닌 몰입형 참여가 된다. 비전 메타투리스모는 기술의 진보를 넘어, 기술이 어떻게 인간의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기아의 청사진이다.





GENESIS MAGMA GT CONCEPT

제네시스 ‘마그마 GT 콘셉트’는 브랜드 최초의 정통 스포츠카이자, 순수 내연기관 후륜구동 모델로 제네시스의 고성능 의지를 집약한 모델이다. 전동화의 흐름 속에서 오히려 기계적 감각의 본질로 회귀한 마그마 GT 콘셉트는 스펙 보여주기에 치중하지 않는다. 왜 빠른 차를 운전해야 하는가, 우리가 왜 스포츠카의 퍼포먼스에 환호하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리고 그 답은 디자인에 녹아 있다. 미드십 스포츠카의 비율 위에 구현된 디자인은 공기역학을 고려한 보트 테일 실루엣과 대담한 펜더 라인으로 기능과 조형의 일치를 보여준다. 두 줄 헤드라이트의 카나르 canard, 대형 디퓨저 등은 실제 주행을 전제로 한 설계다. 실내 디자인의 철학은 한마디로 ‘여유로운 퍼포먼스’다. 고급 소재를 적용해 럭셔리한 감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주행 퍼포먼스 발휘를 위해 조작부는 직관적인 형태로 구성했다. 기술적 백미는 V8 3.2리터 터보 엔진이다. 르망 레이싱 카 엔진을 기반으로 한 파워트레인으로 내연기관 특유의 물리적 반응성의 매력을 전해준다. 마그마 GT 콘셉트는 제네시스가 고성능 차량에 럭셔리를 어떻게 결합시켜갈 것인지 그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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