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REATORS: THE ART OF MAK
디자인하우스가 걸어온 반세기의 철학 위에서 창간 25주년을 맞은 <럭셔리>는 한국 문화에 내재한 ‘막MAK’의 정신을 하나의 미학이자 태도의 언어로 정리하고자 한다. 이에 유연한 막 정신을 삶과 작업 속에 체화하고 있는 창작자 10인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미술가·음악가·배우 백현진부터 드라마와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공민정, 무대와 런웨이를 오가는 기무간, 다양한 표정을 지닌 배우 옹성우, 음악의 진동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그레이코드와 지인,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윤산하, 캔버스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캐스퍼 보스만스, 다채로운 능력과 독보적 존재감의 대명사 수리, 가구와 공간을 잇는 문승지, 장르를 넘나들며 브랜드 컨설팅을 하는 김아린까지. 이들의 기록은 우리 시대의 독보적인 아카이브가 될 것이다.
윤 산 하

하이넥 셔츠 ENFANTS RICHES DÉPRIMÉS. 블랙 재킷 MAISON MARGIELA. 레더 글러브 VERDEMAR.
16세에 데뷔해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무대 위에서 보냈어요. 예전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나요? 가끔 유튜브나 SNS에서 제 이름을 검색해봐요. 제가 걸어온 길을 가만히 돌아보면, 당시엔 정말 아무것도 몰랐기에 그토록 막 부딪칠 수 있었구나 싶어요. 11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그때보다 생각의 깊이가 훨씬 두터워졌습니다. 어깨 위의 책임감 또한 기분 좋은 무게로 자리 잡았고요.
기분 좋은 책임감이라니요. 11년 차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그 무게를 감당하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도 생겼을 것 같아요. 여전히 저만의 방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 한때 여유가 생기면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요즘은 운동으로 마음을 다스려요. 땀 흘리고 나면 복잡하던 생각 회로가 건강하게 돌아오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복잡한 생각들을 비워내고 나면, 오히려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죠. 마냥 쉬고 싶다가도 운동을 하고 나면 ‘오늘 하루를 이렇게 보낼 순 없지’ 하는 열정이 다시 생겨요. 가끔은 제 상황을 다른 시선으로 봐주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며 위안과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요.
“겁 없이 부딪혔던 과거가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막’ 해보는 것도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잖아요.”

베이비 핑크 니트 MARNI. 화이트 데님 팬츠 AMI PARIS. 화이트 스니커즈 VANS.
윤산하 열여섯의 나이에 데뷔한 그는 11년 동안 가수와 배우를 오가며 내공을 탄탄히 쌓아 올렸다.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매하고 글로벌 팬콘 투어를 개최하며 홀로 무대를 완성해낸 데 이어,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상남자〉의 주연으로 활약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도 견고히 다졌다. 매번 새로운 얼굴로 대중 앞에 서는 그의 변신은 여전히 무한한 가능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산하가 장르다’라는 표현을 좋아한다고요. 제 음악과 지금 제 모습이 좋아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기에 목표도 크게 잡는 편이구요. 무대든 연기든, 오직 저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유한 색깔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제 앞에 놓인 다음 단계들이 늘 기분 좋은 도전으로 다가와요. 스스로를 만족시키고 싶은 열망이 커질수록,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가짐도 단단해지고요.
이미 가수 활동과 연기까지 섭렵하며 많은 것을 해내고 있는데, 올해 조금 더 밀도 있게 배워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팬콘 투어 ‘2025 윤산하 팬콘 [PRISM : from Y to A]’를 하면서 여러 나라를 다녀보니 영어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하고 싶은 말이 분명히 있는데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답답함이 컸어요.
영어는 팬들과 더 깊이 소통하고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제 영어 공부 시작한 지 일주일 됐어요.(웃음) 지금은 유창함보다 일단 틀리더라도 주저 없이 내뱉는 자신감부터 기르고 있습니다.

레터링 셔츠, 체크 패턴 팬츠 모두 MARNI. 블랙 로퍼 MAISON MARGIELA. 레더 타이 VERDEMAR.
언어도 낯선 해외 무대에 홀로 서야 했을 텐데, 그룹 활동 때와는 다른 중압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맞아요.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무대 위에 서면 일단 막 부딪쳐보게 돼요. 날마다 컨디션과 공기가 다르니 즉흥적으로 쏟아내는 에너지도 매번 다르게 나오는데, 그게 무대의 묘미더라고요.
특히 무대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보니, 더 민감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제 음악이 스스로에게도 다르게 들리고, 표현 방식도 매번 달라져요. 그래서 무대에 오르기 전 늘 ‘그냥 즐기자’고 다짐합니다. 긴장은 되지만 저만의 신념을 밀고 나가려고 해요. 그렇게 묵묵히 가다 보면, 대중도 언젠가 제 진심을 온전히 인정해주시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데님 재킷, 화이트 톱, 팬츠 모두 DOLCE&GABBANA.
결국 ‘막’ 해보는 도전 정신도 그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거겠죠. 맞아요. 막 하는 것도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하더라고요. 팬분들에겐 “떨리는 시간조차 즐겨라”라고 응원했는데, 저도 똑같은 떨림을 겪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결과를 생각하지 말고 막 부딪쳐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달아요. 긴장하는 모습조차 제 자연스러운 일부니까, 더 거침없이 덤벼보려고요.
가수와 배우는 환경도, 요구되는 역량도 전혀 다르기에 그 간극을 메우는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가 정말 달라요. 무대는 ‘막’ 정신으로 즐길 때 관객들도 비로소 그 자유로움을 함께 느껴주시거든요. 반면 연기는 아주 사소한 움직임조차 제한적입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손짓 하나, 눈동자의 떨림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하니까요. 동작이 조금만 틀어져도 감정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어 늘 조심스러워요.

그레이 코트, 브라운 재킷, 베스트, 팬츠 모두 KIMSEORYONG. 블랙 로퍼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드라마 속 산하의 얼굴에서는 무대 위와는 또 다른 결의 매력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저도 모니터하면서 제 안의 새로운 얼굴을 발견해요. 스타일에 따라 이미지가 확확 변한다는 게 흥미롭더라고요. 데뷔 때부터 어떤 메이크업이나 의상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매번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게 저의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앞으로 또 다른 역할을 맡았을 때 제가 어떤 무드를 내비칠지 스스로도 궁금하고 기대돼요.
“바쁘고 피곤한 시간마저 즐기겠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오롯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존재가 있나요? 무엇보다 가족이죠. 데뷔 이전부터 제 모든 성장 과정을 지켜봐온 사람들과 함께할 때 비로소 본래의 저로 돌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장난기 가득한 제 모습이 불쑥 튀어나오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꽤 차분하고 진중한 편이라 혼자만의 시간도 즐기는 편이에요. 방송에서 보이는 높은 텐션이나 애교 섞인 모습과는 의외로 거리가 좀 있답니다.
이제 본인만의 문장들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있는데, 최근 메모장에 적어둔 문구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문장 하나를 <럭셔리> 독자들에게 공개해줄 수 있나요?
조금 쑥스럽지만, 얼마 전 “괜찮아,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문장을 적어뒀어요. 작년까진 ‘멈추지만 말자’라고 써놨는데, 올해는 그 문장을 지웠어요. 잠시 멈춰 서는 시간도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면 강한 줄 알았던 제 마음도 가끔은 약해지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서두르지 말자’고 되뇌면 신기하게 다시 괜찮아집니다.

아이보리 니트, 스트라이프 셔츠, 팬츠 모두 TOD’S.
HAIRSTYLIST 최보라 MAKEUP ARTIST 한아름 STYLIST 심윤정 ASSISTANT 이유빈 COOPERATION 김서룡(3444-3512), 돌체앤가바나(2442-6888), 마르니(772-3233),
메종 마르지엘라(772-3234), 반스(497-7603), 베르데마르(1566-2669), 생 로랑 BY 안토니 바카렐로(545-2250), 아미 파리(6956-8782), 앙팡 리쉬 데프리메(6951-0521), 토즈(3448-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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