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커 사이에 균형을 잡기 위해 걸어둔 횃대. 오늘날의 옷걸이 기능을 했다.
콘솔 위에는 18세기에 만들어진 주병을 놓았다.
배용희 커틀러리 제품을 중심으로 전통 미감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재해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호랑’의 대표. 제품 디자인과 공간 기획, 브랜딩 등을 아우르는 올라운더이자 우리의 것을 사랑하는 답십리 고미술 상가의 오랜 단골이다.
고미술 상가를 아주 예전부터 다녔다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이런 취미를 갖게 됐나요? 한 10년쯤 된 것 같네요. ‘파운드 오브제’라는 곳을 운영했던 적이 있는데요. 해외 빈티지 오브제와 공예품을 소개하는 숍이라 아무래도 해외의 물건을 많이 서치하다 보니 ‘한국 것은 뭐가 있을까’ 하고 찾게 됐죠. 요즘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꼭 고미술 상가에 갑니다.
처음 마주한 고미술의 세계는 어땠나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어요. 유럽의 미드센추리 같은 데에 심취해 있다가 그다음엔 일본 작가들의 작품에도 빠져보고… 그러다 조선시대의 것을 만났습니다. 그 시대에 만들어진 것들이 너무나 모던하고, 심플한 거예요. 자연 친화적이고요. 요즘 디자이너들이 추구하는 바를 이미 그때 다 이루었으니 빠져들 수밖에 없었죠.

배용희 대표가 그린 유화 아래 은비녀를 꽂은 조선시대 궤. 그 위에 놓인 것은 김혜정 선생의 도자 작품.
본인이 추구하는 철학과 부합하는 가치를 발견한 거네요. 맞습니다. ‘호랑’의 제품도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이 목표인데요. 조선시대 공예는 수작업을 바탕으로 하고 자연에서 비롯된 소재를 사용하죠. 당연히 아름답고요.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말을 좋아하는데요.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라는 뜻으로, 저와 ‘호랑’이 추구하는 방향성이기도 합니다.
집도 그런 미학을 품고 있는 듯합니다. 취향이 묻어나지만 절제된 느낌도 들고요.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유지한다는 건 꽤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는데요. 때문에 그러한 물건에 눈길이 가요. 집에 있는 것들은 저마다 다른 시대와 나라에서 만들어졌지만 모아두니 서로 잘 어울리고 또 수수한 맛이 있어요.
10년간 답십리를 드나들던 사람으로서 요즘 느끼는 바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원래 일본인이나 다른 나라 방문자가 많았고 한국인이라 하더라도 어르신 외의 연령대는 보기 어려웠어요. 제가 그중 가장 어린 편이었고요. 지금은 풍경이 달라졌습니다. 분명 반가운 일이에요. 관심을 받아야만 그 분야가 발전할 테니까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숍들도 답십리 고미술 상가 안에 생기면서 ‘힙’하게 메시지를 전달한 점도 통한 것 같습니다. 사실 양가적 감정도 들어요. 조용한 곳을 좋아하는 성격인데, 요즘은 워낙 붐벼서 나만 알던 아지트를 뺏겨버린 듯한 기분?(웃음)

조선시대 소반 윗부분을 떼어 트레이로 사용하고 있다. 위부터 백자 잔,
요즘 배용희 대표가 좋아하는 송기진 작가의 보성 덤벙이, 대구 산천에서 구한 백자 다완.
고미술 상가에서 자주 방문하는 곳을 꼽는다면요? ‘예명당’이요. 사랑방처럼 따뜻한 차도 내려 주시고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도 나누곤 합니다. 아직도 갈 길이 한참 멀지만 고미술에 대해 말 그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여기서 다 배웠죠.
집 안 곳곳에 시간의 멋을 지닌 물건들이 보이는데요. 몇 가지 알려주세요. 마당에 둔 돌은 예전에 약을 빻을 때 쓰던 것이고, 또… 소개할 게 정말 많은데요. 최근에는 18세기에 만들어진 주병을 들였어요. 방금 제가 내드린 찻잔은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겁니다. 그 아래 나무 트레이도 마찬가지고요.

서당을 운영했던 대표의 증조할아버지 시절에 만들어져 가보로 내려온 예천 떡살.
오래된 것들은 관리 측면에서도, 인테리어 측면에서도 선뜻 도전하기에 어렵진 않나요? 이미 긴 시간을 견뎌낸 강인한 물건들인걸요? 그리고 모든 물건은 일상에서 사용해야만 그 쓸모와 가치를 다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간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고 나의 취향을 발견하는 건 다양한 시도를 통해 습득하는 거라서 그에 따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영역인 것 같아요.
소장품 중에 특별한 이야기가 깃든 것이 있나요? 떡을 만들 때 쓰는 틀인 ‘떡살’이요. 떡살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게 바로 예천 떡살인데요. 마침 저희 부모님 고향이 예천입니다. 고미술 세계에 눈뜨고 나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물건들을 막 찾았어요. 그랬더니 집안에서 실제로 내려오던 떡살이 있는 거예요. 문양도 독특해서 관련 업계 선생님들도 탐을 내는 귀한 것인데 팔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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