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4월호

이영욱 & 조재의 흥미로운 시너지, 증식하는 이미지의 황홀한 대화

디지털 작업의 맥락을 공유하면서도 상반된 세계를 확장해나가는 이영욱과 조재, 호기심을 자극하는 두 젊은 작가의 만남.

EDITOR 이연우 PHOTOGRAPHER 이우경

이영욱  실제와 흡사한 이미지의 디지털 반복을 통해 특별한 형태의 피조물 작품을 만들어내는 그는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박사 과정을 거쳤다. 2018년 그룹전 을 시작으로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고 2021년 <181cm, 83kg, XS> 등의 개인전을 선보였다. 2024 OCI 미술관 영 크리에이티브에 최종 선정돼 지우헌 전시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

조재  성균관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영국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RCA) 회화 전공으로 석사 학위 취득, 서울대학교 조소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한 작가는 디지털 이미지의 존재론적 차원에서 이미지가 누락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2023 금호미술관 금호영아티스트 최종 선정으로 개최한 개인전 <누락 번역> 등 다수의 개인전과 기획전을 열었다.



현재 미술 신에서 큰 주목을 받는 젊은 작가 이영욱과 조재가 갤러리 지우헌에서 <황홀한 증식Euphoric Proliferation>이라는 제목의 2인전을 열고 있다. 독창적인 시선을 바탕으로 탄탄한 세계관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두 작가의 만남에는 흥미로운 시너지가 가득하다.

두 작가의 작업을 살펴보면 ‘증식하는 이미지’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낯익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이영욱 작가의 작품은 잘린 신체의 일부가 무수히 반복되며 새로운 피조물을 생성한다. 조작되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펼쳐가고 있는 그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평평한 개념을 비틀고 또 다른 차원의 아름다움을 탐구한다. 디지털 이미지의 파편을 모아 다채롭게 변주한 추상 작품을 선보이는 조재 작가는 디지털과 현실 세계를 오가며 동시대의 주도적 감각을 탐색한다. 범람하는 이미지의 바다에서 예리한 시각으로 건져 올린 조각들을 쌓고 포개고 쪼개며 흥미로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신체’와 ‘디지털’의 증식, 이영욱과 조재의 다른 듯 같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이영욱 작가의 메인 작품 ‘제스처를 취하는 이는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남성의 뒤통수를 담은 4컷의 이미지로 구성된다. 입대를 앞두고 머리를 밀기 위해 이발소를 찾은 친구의 모습에서 출발했다. 약간 흥분된 상태로 보이는 친구와 달리 무의식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이발사의 대조적인 얼굴에서 형언하기 힘든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고. 이를 평소 골몰하던 작업 키워드인 ‘반복성’과 ‘조작’ 그리고 부차적으로 나타나는 ‘모순’, ‘제스처’와 연결해 작품을 탄생시켰다. 관람객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조합하며 다층적인 감각을 향유해보길 바란다.




조재 작가는 도시의 흥미로운 요소나 사물의 면면, 특히 스크린에서 유통되는 이미지들을 관찰·수집한 뒤 이를 일종의 ‘번역’ 과정을 통해 구성하는 방식을 취한다. 전체적인 형상이 아닌 의미 있는 파편을 모아 뭉쳐보기도, 배치를 바꿔보기도 하면서 특별한 ‘번역’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원본과 결과물 사이에 큰 간격이 생길 수 있음을 드러내고, 우리가 이미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소비하는지를 환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의 신작들은 기존 방식보다 더 의도적으로 원본을 해체하고 조각내 재구성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과감한 가감을 통해 제멋대로 증식하는 이미지를 표현해냈다. 스크린 특유의 매끄러움과 광택을 드러내기 위해 반짝이는 미디엄을 사용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영욱과 조재, 두 작가 모두 요즘 범람하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SNS 밈 같은 이미지가 아닌 좀 더 미시적 감각으로 대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예리한 눈을 갖고 있다. 젊은 작가로서 겪을 수 있는 현실적 한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돌파해나가는 두 사람의 시너지가 기대된다”라는 지우헌 김아름 큐레이터의 설명처럼 독특한 언어로 시대를 헤쳐가는 이들의 상호작용을 확인하는 것은 이번 전시의 주요 감상 포인트일 것이다. “평소 조재 작가의 작업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의 (추상) 조각 및 회화와 나의 (구상) 조각 및 회화가 한 공간에서 어울려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궁금하다”(이영욱), “나는 디지털 미감을 강조하는 반면 이영욱 작가는 피부 질감 표현이 특징적인데, 이러한 대비가 이룰 독특한 조화가 흥미롭다”(조재) 등 작가들 역시 고대하고 있는 예술적 사건이기도 하다. 전시는 3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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