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이 설립한 주류 브랜드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이미 해외에선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유명인의 주류 사업은 2007년 힙합 아티스트와 보드카 브랜드의 파트너십이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두면서 시작됐다는 게 정설. 더욱이 팬데믹 동안 특별한 경험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특별한 주류에 관심을 보이면서 시장이 커졌다고 한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맛과 멋이 보장되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인일지라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 이러한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스테디셀러 및 따끈따끈한 최신판 주류를 만나보자.
KENDALL JENNER × 818 TEQUILA

패션계의 아이콘, 런웨이의 여왕 켄들 제너가 테킬라 시장을 이끌고 있다. 주인공은 2월 말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들어온 ‘818 테킬라’. 본디 2021년 처음 등장한 818 테킬라는 출시하자마자 주류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3개 주류 시음 대회에서 총 43개의 상을 받고, 미국 닐슨 리서치 기준 2021년 신규 론칭 스피릿 부분과 인스타그램 테킬라 팔로워 수 1위에 선정된 것이 대표적. 더욱이 2023년엔 ESG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부여하는 비콥B Corp(Benefit Corporation) 인증도 받았다. 테킬라 원료인 용설란agave은 제조 과정에서 여러 부산물을 남기는데, 켄들 제너가 이를 벽돌로 만들어 멕시코 사회에 환원했기 때문. 또 바이오매스와 태양에너지로 운영하는 증류소는 화석연료 의존도와 탄소 배출량을 낮췄다. 일견 화려한 겉모습이지만 내실까지 갖춘 818 테킬라는 ‘블랑코’(3주 숙성), ‘레포사도’(3개월 숙성), ‘아녜호’(1년 숙성), ‘에이트 리저브 8’(1~8년간 프랑스,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 후 블렌딩)로 구성, 본인의 바닐라와 열대 과일 향 취향에 맞춰 즐기면 된다. 한편, 동생 카일리 제너도 주류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비자 맞춤형 캔 칵테일인 ‘스프린터Sprinter’는 100칼로리의 보드카 소다로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STEPHEN CURRY × GENTLEMAN’S CUT

하프라인 근처에서 던지는 3점 슛으로 현대 농구의 트렌드를 바꾼 스테픈 커리가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르브런 제임스·드웨인 웨이드 등에 이어 주류 시장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가족, 친구들과 위스키를 마시며 여유를 즐겼는데, 그때마다 곁에 있었던 것이 버번위스키였다. 사랑꾼 마음이 강해서일까. 커리는 자신이 경험한 행복한 순간을 많은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어 버번위스키를 만들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위스키 제조, 블렌딩, 숙성 그리고 패키징까지 모든 과정에 커리의 열정이 깃든 결과물의 이름은 ‘젠틀맨스 컷’. 미국 나파밸리 아뮈즈 부슈 와이너리와 협업해 탄생한 버번위스키는 꿀, 캐러멜, 바닐라, 오크의 조화로운 향과 건조한 과일, 따뜻한 향신료의 맛이 특징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프로젝트이기에 지금은 신인에 가깝지만, 훗날 위스키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가 농구계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킨 것처럼.
POST MALONE × MAISON NO. 9

타투로 가득한 겉모습과 달리, 몽환적 리듬과 허스키한 음색이 반전 매력인 뮤지션 포스트 멀론. 2020년 사업가 제임스 모리세이, 매니저 드레 런던과 의기투합한 그가 <와인 인수지애스트> 등의 전문지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로제 와인 7개를 가진 와인메이커 알렉시스 코르누와 협력해 세상에 내놓은 로제 와인 ‘메종 No. 9’ 역시 거친 텍스처와는 거리가 멀다. 멀론의 이미지를 상상했을 땐 풀 보디에 타닌으로 가득할 것 같지만, 그건 편견이다. 와인은 화사함 그 자체다. 복숭아색의 첫인상이 가장 먼저 눈을 즐겁게 하고, 코끝에서 느껴지는 이국적이면서 세련된 향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리고 이내 입안에 상큼한 파인애플과 딸기 향이 맴도니 어찌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을 수 있을까. 로제 와인으로서 극강의 달콤함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밸런스가 좋아 모든 음식과 조화를 이루니 마리아주로 상쇄할 수 있다. 따스한 봄날을 맞이하는 파티의 아페리티프로 추천한다.
RYAN REYNOLDS × AVIATION GIN

영화 <데드풀> 시리즈의 주인공 라이언 레이놀즈의 사업 수완은 꽤 놀랍다. 2019년 모바일 스타트업 투자로 3억 달러(약 4000억 원)의 수익을 챙겼고, 2020년 동료 배우 롭 매켈헤니와 공동 구단주가 된 영국 웨일스 축구팀 렉섬 AFC는 지난 시즌 15년 만에 리그 승격에 성공했기 때문. 특히 축구 팬들에게는 낭만을, 렉섬에는 발전을 선물한 레이놀즈는 지역의 영웅으로 거듭났다. 2018년 인수한 ‘에비에이션 진’은 셀럽 주류 사업의 흥미로운 사례로 꼽힌다. 영국 진보다 부드러운 풍미도 한몫하겠지만, 본인이 직접 마케팅 영상에 출연해 칵테일 레시피를 소개하고 능청스러운 유머를 보여준 덕분에 에비에이션 진은 미국 슈퍼 프리미엄 진 분야 판매 2위를 기록하기도. 2020년 라이언 레이놀즈는 향후 10년 동안 제품 홍보 활동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6억1000만 달러(약 8000억 원)에 브랜드를 매각했다.
BOB DYLAN × HEAVEN’S DOOR

전설적 싱어송라이터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화가인 밥 딜런도 버번위스키를 소유하고 있다. 자신의 히트곡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헤븐스 도어’다. 그의 위스키 사랑은 유별나다. 1963년 그의 노래 ‘문샤이너Moonshiner(주류 밀수업자)’를 들어보면, 나른한 목소리에서 달콤 쌉싸름한 위스키의 풍미가 느껴질 정도. 2015년 밥 딜런은 그의 열렬한 팬이자 주류 사업가인 마크 부셜라가 협업을 제안하면서 본격적으로 버번위스키 사업에 뛰어들었다. 2018년 첫선을 보인 헤븐스 도어는 ‘스트레이트 버번’(미국산 오크통에서 최소 5년 숙성), ‘더블 배럴’(5년 이상 숙성된 위스키를 2차 숙성), ‘스트레이트 라이’(6~8년이 지나 위스키가 숙성되면, 셰리 캐스크에서 마무리 숙성) 3종으로 이뤄지는데, 모두 목 넘김이 부드럽다는 게 공통점. 그의 포크 음악과 똑 닮은, 병 라벨의 목가적 풍경 역시 밥 딜런 손끝에서 완성됐다.
JOHN LEGEND × LVE

에미Emmy, 그래미Grammy, 오스카Oscar, 토니Toby에서 모두 상을 받은, 일명 EGOT를 달성한 최초의 흑인 남성이자 솔soul 음악의 아이콘 존 레전드의 와인. 부르고뉴 와인 랭킹 1위 그룹 부아세Boisset와 손을 잡고 2015년에 만든 와인 컬렉션 ‘레전드 빈야드 익스클루시브’가 작년 우리나라에 공식 론칭했다. 자신의 음악처럼 아름다운 선율 같은 와인을 만들고 싶은 바람, 부아세가 소유한 레이먼드 빈야드가 만나 탄생한 ‘LVE’는 <더 테이스팅 패널 매거진The Tasting Panel Magazine>에서 90점을 받으며 평론가와 애호가 모두에게 호평받았다. 존 레전드는 카베르네 소비뇽과 샤르도네 품종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풀 보디와 풍부한 체리 향의 ‘시그너처 시리즈, 카베르네 소비뇽 2019’와 바닐라 및 다채로운 과일 향의 ‘시그너처 시리즈, 샤도네이 2020’은 어떤 음식과도 멋진 페어링이 된다는 후기다. 이와 더불어 ‘프렌치 로제 2021’은 최근 파티 자리에서 각광받는 중.
GEORGE CLOONEY × CASAMIGOS

오늘날 유행처럼 번진 셀럽들의 주류 사업은 조지 클루니가 선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트렌드세터다. 2013년 모델 신디 크로퍼드의 남편인 사업가 랜디 거버, 부동산 전문가 마이클 멜드먼과 공동 창업한 ‘카사미고스’의 시작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테킬라 애호가였던 조지 클루니가 멕시코 여행 중 랜디 거버에게 가장 완벽한 테킬라를 만들어보자고 깜짝 제안한 것. 이들은 부드럽고 적절한 향을 지닌, 그리고 온종일 마셔도 숙취가 없는 테킬라를 개발하려 수개월 동안 멕시코 증류기를 오가며 연구했다. 이후 유통을 위해 마이클 멜드먼이 합류하면서 카사미고스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지구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선보인 테킬라는 매력적인 향과 맛을 지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들은 2017년 카사미고스를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매각했다. 현재 조지 클루니는 프랑스 로제 와인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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