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4월호

토미 틸리카이넨 배구 감독. 준비된 이들은 두려움이 없다

2023~2024 도드람 V-리그가 끝을 향해가고 있을 무렵, 네 번째 통합 우승을 목표로 대한항공 점보스 배구단을 이끄는 토미 틸리카이넨Tommi Tiilikainen 감독을 만났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우경


토미 틸리카이넨  1987년 핀란드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배구의 길에 들어섰다. 24세의 어린 나이에 지도자로 전향한 그는 2017~2018 시즌부터 2020년까지 일본 V-리그에서 울프독스 나고야 팀의 감독을 맡았다. 이후 2021년에는 대한항공 점보스의 감독으로 선임돼 지금까지 팀과 함께 두 번의 통합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현재 대한항공 점보스가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위와도 접전 중이다. 시즌이 끝나가는 지금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하다.

다를 건 없다. 지난 시즌 매일 같은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경기에 임했다. 지금 물론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들을 앞두고 있지만 사실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세 번의 통합 우승을 이뤄냈다. 선수를 비롯해 코치단 모두 이기는 법을 안다. 그 DNA가 몸에 배어 있는 것이다. 현재 훈련량을 오히려 조금 줄이고, 심신을 다스리는 데 주력하는 중이다. 마지막 산을 넘으면 대한민국의 어떠한 프로스포츠 팀도 이루지 못한 4연속 통합 우승의 역사를 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지만, 그것이 우리를 짓누르지 못하도록 생각을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어떠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하는가?

감독과 코치단이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시즌은 없다. 올해 대한항공 점보스에는 부상 선수가 많았다. 완전한 전력으로 임하기가 어려웠다는 점은 아쉽지만, 이를 기회로 다른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 점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분명 우리 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많은 물음표가 생긴 시즌이기도 했다. 스스로 미흡한 부분들이 눈에 띄었고, 감독으로서 팀을 위해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 고민해보게 됐다. 다음 시즌엔 모두 좀 더 성장해서 코트에 서야 할 것이다.


많은 이가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은 배구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배구는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인가?

나는 여행객으로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 일단 배구가 업이고, 이 팀에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왔으니 당연히 시즌 중에 배구에 빠져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여러 일이 있다. 그중에서 배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쇼 비즈니스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팬을 즐겁게 해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일환인 셈이다. 경기장을 찾는 이와 TV로 시청하는 이 모두를 위해 최고의 경기를 펼쳐야 한다. 그것을 제대로 하기 위해 감독인 나의 자리가 있는 것이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후 빠르게 감독으로 전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데, 어떻게 대한항공 점보스와 연이 닿았는가?

구단에서 불러준 것이 가장 컸다. 항상 인생의 버킷 리스트가 있었다. 이루고 싶은 목표 같은 것들 말이다. 그중 하나가 일본에서 배구를 경험하는 것이었는데, 기회가 닿아서 이를 이룰 수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한국에도 머무르게 되었다. 그때 한국 배구를 접하면서 신선함을 느꼈다. 더불어 어떤 점을 공략하면 좋겠다는 것도 함께 파악했다. 예를 들어 스피드 측면인데, 대한항공 점보스에서 감독 제의가 왔을 때 이런 면에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확실히 있겠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 외에도 결정하는 데 여러 요소가 고루 작용했다.


당신이 추구하는 배구는 무엇인가? 또 이를 대한항공 점보스에 적용했을 때 선수들이 잘 적응하며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훈련장에서 5가지의 가치를 늘 강조한다. 그중에서 첫째는 호기심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방식 말고 어떻게 하면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만의 배구를 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해하는 것 말이다. 두 번째는 노력이다. 훈련이든 실전이든 상관없이 최선을 다해 그 순간에 임하는 것을 강조한다. 셋째는 어려운 순간에도 나아가는 것이며, 넷째는 긍정성이다. 우리가 함께 보내는 시간, 게임하는 동안 많은 사람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은 예의다. 같은 팀 안에서는 물론이고 상대 팀과 심판 모두에게 예의 바른 태도를 갖춰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중요한 순서대로 얘기한 것은 아니다.


대한항공 점보스의 봄이 시작되었다. 다가오는 중요한 경기를 위해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평소와 다름없다. 이미 준비는 다 되었고 이기는 방법도 알고 있다. 아마도 아주 세밀한 조정은 필요하겠지만 그 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선수단 안팎으로 하고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다만 총 5차전으로 펼쳐지는 플레이오프 파이널 게임이 3경기 안에 승부가 나길 바라는 마음은 있다. 이것은 그저 나와 선수들의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올해 대한민국 프로스포츠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시즌과 플레이오프에서 4회 연속 모두 우승한다는 목표를 이루는 데 한 발짝 가까워졌다. 우승의 순간을 현장에서 한 번이라도 맛본다면 그 순간의 감동과 희열, 그리고 그 쾌감을 잊지 못할 것이다. 선수들의 시원하고도 짜릿한 스파이크와 즐거운 세리머니, 감격의 순간을 꼭 함께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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