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5월호

‘크리에이티브멋’ 김태환 대표,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든다

최근 광고업계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는 기업이 있다. 이름도 범상치 않다. ‘크리에이티브멋’. 이들이 생각하는 멋이란 뭘까.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김태환  크리에이티브멋의 CEO이자 감독, 프로듀서. 2020년 크리에이티브멋을 창업한 뒤 경영과 크리에이터의 일을 병행하고 있다. 시류에 몸을 맡겼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정작 일과 삶의 경계없이 사는 워커홀릭이기도 하다.


한국의 광고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한국에서 통하면 해외에서도 통한다. 어느 국제 광고제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 정도는 이제 뉴스거리도 안 된다. 하지만 한국의 광고 에이전시들도 마음이 바쁘긴 마찬가지다. 이미 미디어 간의 경계는 사라진 지 오래, 단순히 하나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콘텐츠 마케팅은 영상과 이미지, 텍스트와 홍보 전략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는 기본이다.

크리에이티브멋은 얼핏 종합 광고 대행사 같지만, 스스로를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정의한다. 창의적인 광고와 매력적인 메시지가 필요한 모든 기업이 그들의 클라이언트다. 이미 큰 화제를 모았던 한남동 ‘구찌가옥’과 ‘구찌가든’의 론칭 영상 및 디지털 캠페인, 아이유의 데뷔 15주년 기념 미디어 아트 전시, 하나금융의 초대형 팝업 스토어 ‘성수국제공항’,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의 더현대 서울 팝업 스토어 론칭, 2023 서울패션위크의 홀로그램 가상 피팅 서비스 등. 크리에이티브멋은 영상과 전시, CG, 홀로그램 등 ‘콘텐츠’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 거의 모든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 ‘너희는 무슨 회사냐’라는 질문을 자주 들어요. 광고 대행사인지, 프로덕션인지 정체를 모르겠다고요. 그런데 그게 제가 회사를 설립한 목적이에요. IMC(통합 마케팅) 요소를 모두 포괄해서 소비자 도달률을 가장 높일 수 있는 회사를 꿈꿨거든요. 이미 미디어 환경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하나의 매체와 하나의 방식으로는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멋 김태환 대표는 말한다.



김태환 대표가 직접 시연한 리얼타임 홀로그램. 엔터테인먼트와 접점이 상당히 높은 기술이다.


크리에이티브멋 산하에는 여러 자회사가 있다. 리얼타임 홀로그램 기업 ‘프로토코리아’, 영상 특수 효과 작업과 CG 제작을 담당하는 ‘포스트랩’, 브랜드 PR 기업 ‘플러스비(PLUS B)’, 오프라인 전시관 ‘뮤지엄멋’ 등이다. 각각 별도의 법인이지만 전부 ‘크리에이티브멋’의 일원이다. 각 자회사가 전문성을 가지고 생존하길 원한 김 대표의 의지에 따른 것. “<삼시세끼>나 <복면가왕>은 하나의 포맷 안에서만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잖아요. 하지만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은 밥도 먹을 수 있고, 노래도 할 수 있죠. 프로그램 자체가 일종의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걸 그때그때 맞춰 만들 수 있는 거죠.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집어낼 수 있다면, 어떤 콘텐츠 요청이 와도 저희 내부의 인력들로 소화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조금씩 형태를 바꿔가면서요.”

크리에이티브멋이 설립된 건 2020년. 김 대표 자신도 1세대 유명 광고 감독들의 조감독을 거친 감독 겸 프로듀서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통합적인 미디어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 필요를 느꼈고, 그 자신이 직접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기술에 대한 투자와 인수 합병에도 적극적이다. 크리에이티브멋은 지난해 10월 리얼타임 홀로그램 업체인 프로토의 한국 독점 파트너사를 인수했다. 프로토는 양방향 소통, 실시간 홀로그램 전송 등의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업체다.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데다, 홀로그램 같은 IT 기반 솔루션 기술까지 있다 보니 투자 제안이 넘쳤다. 얼마 전 1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도 본인 의지보다는 투자자들의 의지가 더 강했다. 발전 가능성이 눈에 훤한데 투자자들이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투자자들은 기존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 속도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한 회사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리고 저희의 수익 구조가 일반 기업들과 좀 달랐어요. 셀러브러티와 결합한 미디어형 전시, 초대형 미디어와 결합한 팝업 스토어와 홀로그램 사업 같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죠. 이런 수익 모델 자체가 기존에 없는 것이다 보니 가능성에 주목한 것 같아요.”

김 대표의 명함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하는 걸 만듭니다.” 그에게 멋이 뭐냐고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과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것의 교집합 아닐까요. 저희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수익형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에요. 우리가 멋있다고 생각한 것이 소비되지 않으면 가치가 없습니다.” 곧 코스닥 상장까지 계획하고 있는 그에게 경영자로서의 롤 모델이 있느냐고 묻자 뜻밖에 아이유를 꼽는다. “회의 때문에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정말 놀랐어요. 자신의 재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아이유라는 상품을 장기적으로 어떻게 포지셔닝할지에 대한 계획이 있더라고요. 그렇기에 아이유 본인 자체가 브랜드화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티스트로서, 또 경영자로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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