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5월호

뽀므리, 살아 있는 샴페인의 역사 나탈리 프랑켄

1874년 최초로 달지 않은 샴페인을 선보인 뽀므리. 전통의 샴페인 하우스를 이끄는 마담 나탈리 프랑켄이 말하는 뽀므리의 가치 그리고 지속 가능한 내일에 관하여.

EDITOR 박이현

올해는 1874년 루이스 뽀므리Louise Pommery가 최초로 브뤼Brut 스타일 샴페인을 선보인 지 15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주류를 이루었던 단맛 샴페인에서 벗어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1874년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지만(웃음), 루이스 뽀므리가 새로운 시도를 원했던 것 같다. 남편 알렉상드르 뽀므리Alexandre Pommery가 세상을 떠난 뒤 1858년부터 뽀므리를 맡은 그녀는 샴페인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포도’란 사실을 깨닫고 품질을 향상시키려 최선을 다했다. 당시 샴페인에 사용한 포도는 산미가 높아 당을 많이 채울 수밖에 없었는데, 루이스 뽀므리가 최고의 포도를 생산하면서 당 함량을 중일 수 있었다(리터당 잔당 함량 6~9g).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샴페인의 풍미와 버블이 주목받으면서 뽀므리는 샴페인의 대중적 인기를 선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논빈티지 샴페인은 최소 15개월을 숙성해야 한다. 하지만 엔트리급인 ‘뽀므리 브뤼 로얄’조차 3년간 병 숙성 후 출시하고 있다.

풍미와 오랜 숙성은 비례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시간 자체보다, 그 시간을 만들어내는 뽀므리 지하 셀러를 더 언급하고 싶다. 지하 30m 위치에 18km에 이르는 셀러가 있는데, 이곳은 특별한 시스템이 없음에도 온도는 10℃를, 습도는 98%를 유지하고 있다. 샴페인을 장기 숙성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랭스Reims를 여행할 계획이 있다면, 셀러 투어를 추천한다. 홈페이지에서 예약할 수 있다.


지하 30m 위치에 있는 셀러는 특별한 시스템이 없음에도 10℃의 온도와 98%의 습도를 유지한다.




지하 셀러에선 힌국 작가 최정화를 포함해 다양한 작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뽀므리 샴페인의 구체적인 라인업은 어떻게 되나?

먼저, ‘브뤼 로얄Brut Royal’은 319개 크뤼Cru(오랜 시간 품질이 뛰어난 와인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진 포도밭) 중 엄선한 40개의 크뤼에서 생산한다. ‘아파나지Apanage’는 17개 크뤼에서 수확한 포도를 정제해 탄생하는데, 브뤼 로얄보다 6개월 더 숙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뀌베 루이스Cuvee Louise’는 3개의 그랑 크뤼Grand Cru(매우 뛰어난 포도밭에 부여된 명칭)에서 자란 포도로 샴페인을 만든다. 개인적으로 2002년, 2004년, 2008년 빈티지를 선호한다. 마지막은 루이스 뽀므리에게 ‘헌정’하는 샴페인 ‘끌로 퐁파두르Clos Pompadour’. 1개의 끌로(최고급 포도밭)를 활용하는데, 뽀므리 라인업 중 가장 빛나는 품격을 지녔다.


뽀므리 와이너리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더 나은 샴페인을 위해 테루아르 연구도 활발히 하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는 2000년 전 갈로·로마인Gallo-Romans이 광석을 채굴하던 토양을 이용한다는 것. 두 번째는 19세기 후반 도멘domaine(와인 제조업체를 일컫는 말, 샤토와 유사한 개념) 안에 지은 엘리자베스 네오고딕 양식의 건축. 경사진 땅에 건축한 개방적이고 확장이 쉬운 와이너리 덕분에 2000만 병의 와인을 숙성 및 보관할 수 있게 됐다. 세 번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는 것. 샴페인 역사의 살아 있는 증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언하면, 새로운 테루아르Terroir를 고민하긴 하지만, 그보다는 포도 테스트를 우선시한다.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누아Pinot Noir, 피노뮈니에Pinot Meunier의 블렌딩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 예술을 후원하는 뽀므리의 활동을 빼놓을 수 없다. 루이스 뽀므리의 의뢰로 귀스타브 나블레Gustave Navlet가 조각상을 제작한 건 유명한 일화다. 와이너리 최초의 예술가 후원이니까. 뽀므리가 예술가를 후원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스폰서 개념보다는 아티스트가 지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맞다. 미래를 위한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샴페인은 샴페인이고, 아티스트는 아티스트다. 작가 선정은 외부 심사 위원에게 전적으로 요청한다. 지하 셀러에 방문하면, 17세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작가 최정화를 포함해 다양한 작가의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뽀므리는 지역에서 얻은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삶이 화두인 요즘, 뽀므리의 미래 계획이 있다면?

토양을 지키기 위해 화학물질 사용을 극도로 줄였고, 물 사용량과 폐기물 발생량을 줄였다. 또 탄소 배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려 경차와 전기 자동차 운행을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이익은 연금 기금과 일자리 창출, 직원들의 복지 향상에 투자하고 있다. 랭스 지역에 보육원을 설립하기도 했고. 많은 주민의 도움을 받았으니, 그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생태적 책임을 지는 건 우리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라임나무 꽃·복숭아·배 등의 과일 향, 바닐라 향, 헤이즐넛 향이 조화로운 ‘뽀므리 뀌베 루이스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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