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4월호

브라운백 손종수 대표, 커피 없이는 어떤 일도 시작되지 않는다

당신은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가? 적게는 한 잔, 많게는 5잔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서 가장 자주 마시는가? 사무실일 것이다. 한국에서 커피는 생산력을 높이기 위한 기능성 음료에 가까우니까. 브라운백은 오피스 커피 시장을 공략한 커피 스타트업이다.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손종수  고려대 경제학과 재학 중 창업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부터 이미 F&B, 부동산 자산운용, 스마트폰 케이스 등 여러 창업 경험을 거쳐 2015년 브라운백을 창업했다. 전통적인 산업군에 트렌디한 기술을 이식해 사람들의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고 싶은 그는 ‘청동기 무기를 들고 구석기 시대로 간다’는 표현을 좋아한다.



언젠가 함께 일하는 동료가 말했다. “커피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고, 커피 없이는 아무것도 끝나지 않는다”라고. 과로 사회의 가장 친절한 파트너인 커피에 대한 적절한 표현에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모두가 커피를 마신다. 가장 큰 소비층은 역시 직장인이다. 커피는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이자 일상적인 루틴, 혹은 사회적 교류의 매개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직원 복지 차원에서 커피 머신을 구입하는 기업이 급격히 늘어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커피의 퀄리티. 기업 총무팀은 적당한 머신과 적당한 원두를 구매할 뿐, 맛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무실에서 카페 수준의 퀄리티를 원하는 직장인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브라운백은 바로 이 시장을 공략했다. 직장인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춘 커피 머신과 원두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관리의 편의와 커피 맛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사업 구조다.
손종수 대표가 커피 사업에 뛰어든 건 2015년. 동네 카페에 자체적으로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한 것이 시작이었다. 단순히 원두 판매만 한 것은 아니다. 원재료에 대한 데이터를 꾸준히 축적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원두의 맛을 차곡차곡 쌓았고,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에서 원두를 판매했다. 대량생산에 의존하는 대기업들이 할 수 없는 다양한 로스팅 덕에 반응이 좋았다. 오피스에 머신을 렌털해주고 원두도 제공하는 커피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건 2019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수기와 비슷한 사업 구조다. 따로 요청하지 않아도 정기적으로 머신 관리, 원두 제공까지 해주니 기업 입장에서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 카카오, 기아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로 시작해 현재 클라이언트가 3000곳 이상에 이른다. 하지만 문득 의문도 든다. 이미 한국의 커피 시장은 포화 상태 아닌가? 반경 100m 이내에 카페 2~3곳은 쉽게 찾을 수 있는 카페 천국 아닌가?

요즘 스타트업은 창업하면 인테리어에 먼저 신경 쓴다. 형형색색의 벽면과 값비싼 가구로 오피스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
브라운백의 오피스는 유망한 스타트업치고 의외로 소박하다. 업무 공간과 개발 공간으로 나뉜 오피스는 겉치레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이 손종수 대표의 기질을 설명해주는 듯하다.


“제가 2015년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국내에 카페가 6만 개 이상이었어요. 지금은 10만 개가 넘습니다. 주변 분들이 많이 걱정하셨죠. 너무 힘든 시장이라고. 하지만 저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보였어요. 선진국에서 커피는 굉장히 보편적인 기호식품이에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의 달고 사는 수준이죠. 한국의 커피 소모량은 OECD 최하위입니다. 예컨대 노르웨이의 경우 1인당 연 10kg의 원두를 소모하는데 한국은 3kg 정도입니다. 한 국가의 소득 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나면 커피가 문화로 정착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관측 이래 커피 소비가 줄어든 국가는 없어요. 그런 면에서 한국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커피 사업의 성장성을 가장 먼저 알아본 건 투자자들이었다. 브라운백은 기존 30억 원 투자에 더해 최근 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에 성공했다. 경기 침체로 스타트업 투자가 겨울에 들어선 시점에서 얻은 결과라 더 의미가 있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인 건 브라운백의 견고한 현금 창출 구조,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었다. 올해 6월경 브라운백은 커피 머신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한 ‘어웨어’라는 머신을 새롭게 출시한다. “커피 구독 서비스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이미 대기업들도 구독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지금의 매출을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 거라 생각했어요. 기술적으로 더 앞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이걸 구현한 것이 어웨어 머신입니다.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30초 정도의 시간은 멀뚱멀뚱 소비해야 하는 시간이잖아요. 커피 머신과 클라우드를 연결하면 지금 마시는 커피가 어떤 커피인지 알려줄 수 있고, 유명 바리스타의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커피 머신을 자동으로 세척해서 청결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해요. 대중적인 커피의 경험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이 세상에 등장한 지는 이미 100년이 넘었다. 하지만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커피 머신의 구조와 서비스 형태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렇게 변화가 없는 시장도 드물 것이다. 이 보수적인 시장에 디지털 경험을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개 척하겠다는 것이 손 대표의 야심이다. 우리나라에서만? 그럴 리가. 전 세계가 선호하는 커피의 특성상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할 수는 없다. 어웨어를 개발하던 순간부터 미국과 일본 진출은 염두에 두고 있었다. 커피라는 경험에 대해 열려 있는 국가기도 하지만, 실제로 진출에 성공했을 때 파생 효과가 큰 국가들이어서다. 적절한 현지 유통 파트너만 만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도 꿈만은 아니다. 새로운 커피 시장 개척을 꿈꾸는 그에게 문득, 가장 좋아하는 커피 종류가 뭐냐고 물었다. 처음 듣는 오지의 원두 이름이라도 나올까 기대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 “저는 남이 내려주는 커피는 다 맛있던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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