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4월호

EVOLUTION OF MUSEUMS

미술관 역시 생물과 같아서 세월에 따라 성장과 변화, 노쇠를 경험한다. 새롭게 더해지는 컬렉션을 수용하고 관람객들과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건축적 변화’로 성공적 변신을 꾀한 전 세계의 주요 미술관들을 소개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THE NATIONAL PORTRAIT GALLERY - LONDON

‘초상화를 통해 영국 역사를 조망한다’는 독특한 콘셉트를 지닌 런던의 ‘내셔널 포트레이트 갤러리’가 3년간의 긴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을 드러냈다. 작품의 연대순 재배열, 공공 공간 확충, 기존 건물의 세부 복원 등 미술관을 새롭게 뜯어고치는 수준의 대대적인 레노베이션으로, 그 비용이 약 5300만 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가장 주목할 것은 ‘로스 플레이스Ross Place’라 명명된 미술관의 새로운 입구다. 미술관의 북쪽 파사드에 위치한 이곳은 갤러리 곳곳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문으로, 기존의 소호 방향이 아닌 트래펄가 광장 방향에 위치해 미술관으로 유입을 더 쉽게 만든다. 또 하나 눈여겨볼 것은 영국을 대표하는 예술가 트레이시 에민이 이 새로운 문에 새긴 흔적이다. 여성 45인의 초상화를 새긴 청동 부조 작품 ‘Woman, Throughout Time’을 부착해, 기존 남성 위주의 미술관 역사를 전복하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한 것. 동시대의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컬렉션을 포괄할 수 있게 작품을 재배치하는 것 역시 이번 레노베이션의 중요한 목표였다. 역사적 인물들의 흉상이 배치된 메인 갤러리의 로비에는 스마트폰을 보는 여성의 조각상인 토머스 J. 프라이스의 ‘Reaching Out’(2021)이 더해졌고, 9개의 전시실이 자리한 꼭대기층은 자연광 아래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스티브 매퀸, 샘 테일러 존슨 등 현대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npg.org.uk




ROYAL MUSEUM OF FINE ARTS - ANTWERPEN

‘플랑드르 회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왕립미술관’은 무려 11년간의 보수를 거치고 지난 2022년 재개관했다. 레노베이션을 총괄한 네덜란드의 건축회사 KAAN 아키텍텐Architecten은 새로운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노쇠한 건물을 되살리기 위해 혁신적인 접근법을 택했다. 새로운 별관을 짓는 대신 장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 중심의 파티오 공간에 이른바 ‘화이트 큐브’라 할 만한 새로운 전시 공간을 짜넣은 것. 그 결과 기존보다 40%나 늘어난 전시 공간이 확보되었으며, 주요 현대미술 컬렉션은 ‘뉴 뮤지엄’이라 불리는 이곳에 새롭게 자리하게 됐다. “우리 미술관은 여전히 고전 회화 거장들의 작품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컬렉션은 우리 전체 소장품의 30%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라는 미술관장 루크 레만스의 설명에서 알 수 있듯, 이런 선택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좀 더 중점적으로 선보이겠다는 미술관의 의지 표명이나 다름없다. 고색창연했던 내부에도 새로운 터치가 더해졌다. 올리브그린과 짙은 분홍빛의 벽면은 화려한 금빛 액자를 두른 고전 회화와 경쾌하게 어우러지고, 잘 복원된 대리석 모자이크 바닥 위로는 현대 작가의 조명이 걸려 있다. 미술관의 또 다른 목표는 ‘전통에서 탈피한 방식으로 예술을 보여줌으로써 작품의 감상 시간을 늘리겠다는 것’이었다. 렘브란트의 초상화 옆에 20세기 표현주의자 오스카어 코코슈카의 그림을 걸거나, 루벤스의 그림 옆에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만지거나 탈 수 있는 루비빛의 낙타 인형이 놓여 있는 식. 관습을 벗어나 관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미술관 레노베이션의 예로 손에 꼽을 만하다. kmska.be




NEW SCOTTISH GALLERIES AT THE NATIONAL - EDINBURGH


에든버러의 심장, 에든버러성과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 사이의 공간인 ‘더 마운드’에 자리한 ‘뉴 스코티시 갤러리’는 스코틀랜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자부심이 만들어낸 새로운 이정표 같은 공간이다. 이곳은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이 새롭게 오픈한 전시 공간으로, 약 150년 역사의 스코틀랜드 미술을 집대성하고자 하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스코틀랜드의 상징적인 심장부, 바로 이곳 중앙에 스코틀랜드 최고의 예술 작품을 보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다”라고 밝힌 존 레이턴 전 박물관장의 말처럼, 그들은 새로운 부지에 신관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국립박물관의 지하에 새로운 전시 공간을 꾸미는 방식을 택했다. 이미 지하에 작은 전시 공간을 갖추고 있었으나, 전시를 보러 내려가는 사람이 별로 없자 자연스럽게 이곳을 다양한 편의를 갖춘 새로운 공간으로 구상하게 된 것. 이들은 프린스 스트리트 가든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낮은 구릉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조성하는 한편 카페와 아트 숍, 유모차 보관소 등 편의 시설을 확충했다. 정원을 내다보는 긴 복도식 구조로 설계한 12개의 전시실에는 스코틀랜드의 정신을 그대로 반영한 중요한 명작들이 차례로 자리 잡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작품은 에드윈 랜저Edwin Landseer의 ‘The Monarch of the Glen’, 피비 애나 트라퀘어Phoebe Anna Traquair의 자수 회화 ‘The Progress of a Soul’ 등을 들 수 있으며, 윌리엄 맥타가트, 앤 레드패스, 찰스 레니 매킨토시, 글래스고 보이스 같은 선구적인 스코틀랜드 예술가들의 작품들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nationalgalleries.org




YOKOHAMA MUSEUM OF ART - YOKOHAMA


‘요코하마 미술관’은 항구도시로서 ‘요코하마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기치 아래 1989년에 문을 열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비엔날레인 요코하마 비엔날레의 개최 장소로 유명하며, 과거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단게 겐조Tange Kenzo의 대표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2021년 3월부터 진행 중인 레노베이션은 곧 마무리되어 2024년 하반기부터 차례로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단게 겐조 건축에 대한 자부심은 미술관 소개에서 가장 먼저 언급될 만큼 이들의 중요한 정체성이다. 따라서 3년에 이르는 레노베이션 역시 단게 겐조가 세운 건축물의 뼈대를 건드리지 않은 채 자잘한 보수와 현대적인 터치를 더하는 ‘소프트 레노베이션’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이 미술관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거대한 아트리움 ‘그랜드 갤러리Grand Gallery’의 변화다. 20m 높이의 층고에 재단으로 향하는 길처럼 화강암 계단이 층층이 이어지는 이 구조는 압도적인 동시에 삭막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지유 구역Jiyu Area’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할 예정으로, 자유롭게 착석할 수 있는 컬러풀한 테이블과 의자, 카펫이 깔린 라운지를 마련해 시민들이 좀 더 편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2개의 전시실이 더해질 계획이며, 어린이 아틀리에와 아트 라이브러리, 강의실, 카페 등도 새롭게 대중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더불어 전시장 접근이 용이하도록 엘리베이터를 확충하고, 장애인을 위한 통행로 마련 등 구석구석 세심한 변화를 꾀했다. yokohama.art.museum




BUFFALO AKG ART MUSEUM - BUFFALO


항구를 따라 뭉크 미술관과 노벨 평화센터 등이 도열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중심부에 2022년 새로운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으로, 북유럽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2000년대 초반 노르웨이 문화부는 오랜 논의 끝에, 오슬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국립미술관과 건축박물관, 장식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 현대미술관 등 4개 기관을 합병했고, 증축과 개축 대신 이 모든 노르웨이의 예술적 유산을 한데 모으자는 결정을 내린다. 설계안으로 당선된 것은 건축가 클라우스 슈베르크Klaus Schuwerk의 안이었다. 그는 19세기에 지어진 기차역사와 노벨 평화센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옆으로는 사무동을, 뒤로는 전시동을 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40만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수용하기 위해 부지를 최대한 아낌없이 활용한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수 세기 동안의 시간을 견뎌야 하기에, 미술관 건물은 고색창연함과 품위를 갖추고 지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현대적인 ‘예술의 신전’을 짓기 위해 노르웨이산 오팔석으로 건물 전면을 마감하는 한편, 단순한 설계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명작이 있다면, 노르웨이 국민 화가 뭉크의 대표작 ‘절규’다. ‘뭉크 단독 전시실’이 마련돼 그의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요한 크리스찬 달, 하리에트 바케르 등의 단독 전시실도 마련되었다. nasjonalmuseet.no




THE NATIONAL MUSEUM OF NORWAY - OSLO


항구를 따라 뭉크 미술관과 노벨 평화센터 등이 도열한 노르웨이 오슬로의 중심부에 2022년 새로운 미술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으로, 북유럽 최대 규모의 미술관이다. 2000년대 초반 노르웨이 문화부는 오랜 논의 끝에, 오슬로 곳곳에 흩어져 있던 국립미술관과 건축박물관, 장식예술 및 디자인 박물관, 현대미술관 등 4개 기관을 합병했고, 증축과 개축 대신 이 모든 노르웨이의 예술적 유산을 한데 모으자는 결정을 내린다. 설계안으로 당선된 것은 건축가 클라우스 슈베르크Klaus Schuwerk의 안이었다. 그는 19세기에 지어진 기차역사와 노벨 평화센터를 그대로 보존하면서 옆으로는 사무동을, 뒤로는 전시동을 배치하는 안을 제시했다. 40만여 점에 이르는 소장품을 수용하기 위해 부지를 최대한 아낌없이 활용한다는 점도 좋은 점수를 얻었다. “수 세기 동안의 시간을 견뎌야 하기에, 미술관 건물은 고색창연함과 품위를 갖추고 지어져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는 현대적인 ‘예술의 신전’을 짓기 위해 노르웨이산 오팔석으로 건물 전면을 마감하는 한편, 단순한 설계로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고 봐야 할 명작이 있다면, 노르웨이 국민 화가 뭉크의 대표작 ‘절규’다. ‘뭉크 단독 전시실’이 마련돼 그의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으며,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요한 크리스찬 달, 하리에트 바케르 등의 단독 전시실도 마련되었다. nasjonalmuseet.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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