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3월호

INNOVATOR 알리콘 조민희 대표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 공유 오피스 브랜드 ‘집무실’, 무인 공간 관리 플랫폼 ‘에이사’. 알리콘이 운영하는 이들 비즈니스에는 ‘일의 효율성 추구’라는 공통적 테마가 있다. 이미 다가온 AI 시대, 사람과 일의 효율적인 접점은 어디일까.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조민희  서울대학교 기계항공학과 졸업 후 창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를 만들었고, 이후 코로나19 시점인 2020년 공유 오피스 브랜드 ‘집무실’을 선보였다. 집무실은 수도권과 제주를 포함해 12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최근 무인 관리 시스템 ‘에이사’로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새로운 콘셉트의 카페 같기도, 혹은 브랜드 팝업 스토어 같기도 했다. 이 공간의 이름은 ‘집무실’, 일종의 공유 오피스다. 좋은 음악이 흐르고, 세련된 인테리어와 조명도 갖췄다. 기존 공유 오피스와 차이점이라면 복잡한 4차선 대로 옆이 아니라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거지 근처에 위치한다는 것. 집무실이라는 이름도 ‘집 근처 사무실’의 약어다. 코로나 19가 한창이던 2020년 론칭한 집무실은 재택근무와 거점 근무의 붐을 타고 빠르게 규모를 확장했다. 알리콘은 이미 채용 플랫폼 ‘로켓펀치’를 운영 중이었고, 집무실로 오피스 사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팬데믹 종료 후 직장인들은 각자의 출근지로 복귀해야 했다. 기업들은 모두가 한곳에 모여 일하던 코로나 19 이전의 방식으로 돌아갔다. 재택근무 열풍이 사그라들면서 알리콘은 또 한번 사업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공간 관리 시스템 판매가 그것이다.


공유 오피스에 대한 편견을 깨는 근사한 공간이다. 직접 구상했나?

코로나 19가 시작될 때쯤 원격 근무가 늘어나리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사는 주거지 근처에 일할 수 있는 오피스를 만들면 수요가 생길 거라 봤다. 공간을 기획할 수 있는 업체와 합병해 덩치를 키우고 집무실을 만들었다. 도쿄의 ‘츠타야’ 서점이나 ‘푸글렌’ 카페 같은 세련된 공간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알리콘은 온라인 채용 사이트(로켓펀치)로 시작해 오프라인 오피스 공간(집무실)을 만들었다. 일work을 사업의 주제로 삼은 이유가 있나.

대학 시절 창업 동아리를 하면서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가 생겼다. 수많은 관계 사이에 얽혀 있는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일이 적성에 맞았고, 여기서 영감을 받아 로켓펀치를 시작했다.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일하는 공간에 대한 관심이 생겨 집무실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자기 일에 열중하는 걸 돕는 일이 나에게 잘 맞았다.


팬데믹 종료 후 전 세계에서 재택 및 거점 근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집무실 운영에 어려움은 없나?

고객이 많이 줄어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10년 후에 우리의 노동환경이 어떻게 변할 지 생각해야 한다. 코로나 19 이후 우리는 ‘줌’이나 ‘스카이프’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지 않나. 초·중·고 시절 온라인 원격 수업을 경험한 친구들이 경제활동의 핵심 인구가 됐을 때도 지금과 일하는 방식이 같을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 같다. 예전처럼 1000명 이상이 동시에 모여 일하는 시대는 오지 않을 것 같다. 당장은 조금 힘들다 해도 시간이 지나면 거점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어날 거라 생각한다.


집무실이 일반 공유 오피스와 다른 점 중 하나는 무인화 시스템이다. 공간 안에 상주하는 스태프가 없다.

(조 대표는 바로 랩톱 컴퓨터를 켜고 시스템을 설명했다. 우리가 앉은 왕십리 집무실에서 다른 지점의 운영 상황, 출입문 개폐, 비품 여부까지 체크할 수 있었다.) 수도권 전역에 10개 이상의 오피스를 운영하다 보니 무인화, 자동화하지 않으면 운영이 어려웠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 했다. 공간 운영에 필요한 상주 인력을 극단적으로 없애고, AI를 통해 무인으로 공간을 관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국에 있는 집무실 12개 지점을 365일, 24시간 관리하면서 인력은 한 명만 두고 있는데 무리가 없었다. 최근 이 무인 관리 시스템을 ‘에이사ASA’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좌) 집무실 왕십리점의 실내. 높은 층고와 다양한 조명을 활용해 기존 공유 오피스와 결을 달리했다.

(우) 집무실 각 지점에는 위스키 바가 준비되어 있다. 답답한 마음을 달래는 데 도움을 준다.


무인 관리 시스템은 어떤 분야에 활용할 수 있나?

사람이 없어도 공간 그 자체가 가치를 지니는 업장들이 있다. 숙박업소, 헬스장, 무인 창고, 쇼룸 같은 곳들이다. 오피스라면 커피 머신의 원두 찌꺼기가 얼마나 쌓였는지, 헬스장이라면 수건 잔량이 얼마나 있는지까지 원격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곳에 에이사를 도입하면 운영 비용을 기존의 30%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최근 일본의 무인 창고 업체와 계약을 맺었고, GS그룹에도 에이사의 시스템이 도입됐다.


에이사 같은 AI의 발전이 결국 인간의 일을 뺏지는 않을까?

증기기관의 발명은 일자리를 뺏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줬다. 지금도 그때와 같다고 본다. 앞으로는 사람과 AI, AI가 탑재된 로봇이 같이 일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사람이 일하는 방식 역시 달라져야 할 테고. 그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타인에게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주는 것이 당신의 일이다. 정작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자아실현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 일에서 잠재력을 발견하고, 제 실력을 발휘하는 걸 볼 때 희열을 느낀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복받았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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