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3월호

2024년 우리를 기다리는 전시

국내외 갤러리와 미술관이 한 해의 청사진을 속속 발표했다. 다가오는 사계절 우리는 어떤 현대미술 속에서 유영하게 될까.

EDITOR 박이현


국제갤러리 윤혜정 이사

“김윤신의 존재는 한국 미술사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숨은 정수인 동시에 그간 도외시돼온 여성 조각의 역사에서 오래전 태동한 미래다.”



Kim YunShin

국제갤러리, 3.19~4.28

미술가와 갤러리의 협업은 작가를 중심으로 한 또 하나의 세계와 현상을 탄생시킨다. 이를테면 미술 현장 및 학계에서는 작업의 미술사적 의의를 연구하고, 미술 시장에서는 작품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하려는 노력이 잇따른다. 김윤신의 ‘생애 첫 주요 상업 갤러리 개인전’이 미술계 안팎에 제시할 역동적 화두와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1935년생 1세대 여성 조각가인 김윤신이 지난 40년 동안 미술 변방인 아르헨티나에서 꾸려온 삶. 이는 나무의 본성을 아끼고 존중한 조각가의 태도, 우주 만물의 순리에 바탕을 둔 ‘합이합일 분이분일’이라는 고유한 철학, 미술계의 흐름에서 철저히 자유로운 영혼 그리고 나무에 근원적 정신성을 더한 고결한 노동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작가의 존재 및 작업 세계는 한국 미술사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숨은 정수인 동시에 그간 도외시돼온 여성 조각의 역사에서 오래전 태동한 미래다.



Kim SungHwan

서울시립미술관, 12.19~2025.3.30

하와이에서 활동 중인 김성환은 정치적, 문화적, 미학적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날카롭되 한없이 시적인 미술 언어를 통해 현 세계를 표현한다. 역사 및 구조에 가려진 이야기를 다채로운 매체, 다층적인 방식으로 풀어내는 탁월한 솜씨는 미술의 힘을 새삼 상기시킨다. 김성환은 2021년 뉴욕 현대미술관, 2023년 네덜란드 반 아베 미술관에서 연 개인전과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 소식 등으로 회자됐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업 전반을 일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릴 김성환의 개인전을 기꺼운 마음으로 기다린다.




아라리오갤러리 강소정 총괄 디렉터

“유키 사에구사는 독창적이고 섬세한 표현과 높은 완성도, 진지한 태도와 실험 정신으로 최근 주목받는 작가다.”



Yuki Saegusa

아라리오갤러리, 7.10~8.17

유키 사에구사의 작품은 전통 일본 풍경화와 동시대 만화적 도상이 묘하게 공존하는 주관적 풍경화가 주를 이룬다. 유화와 템페라 기법을 혼합하는 게 특징인데, 그 결과 유화로 탄생한 거칠고 자유로운 표현과 템페라를 통한 극도의 섬세하고 통제된 묘사가 혼재하는 독특한 작업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독창적이고 섬세한 표현과 높은 완성도, 그리고 진지한 태도와 실험 정신으로 인해 작가는 3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임에도 최근 급격히 주목받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전시에서는 기존 캔버스 작업 외에 버려진 일본 금박 병풍에 그림을 더한 작품, 골판지를 활용한 작품 등 다양한 작업 세계가 펼쳐질 예정이다. 흔히 보기 힘든 기법과 표현 방식을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추천할 만한 전시임이 분명하다.



ARTSPECTRUM 2024

리움미술관, 9.5~12.29

동시대 청년 작가를 심도 있게 다루는 리움미술관의 <아트스펙트럼>은 매번 기다려지는 전시다. 올해의 <아트스펙트럼 2024>는 세계적인 태국 작가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를 해외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청해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청년 작가들로 그 범위를 넓혀 아시아 동시대 미술 현장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이영주 디렉터

“초자연적인 이미지와 불안한 장면을 병치한 리처드 미스락의 작업은 인류와 자연 사이의 복잡한 공존을 탐구한다.”



Richard Misrach

페이스갤러리 서울, 5.9~6.15

환경과 정치적 상황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미국 서부의 역동적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온 리처드 미스락의 개인전. 그는 대형 컬러사진 작업으로 자연에 개입한 인간, 산업 발전, 핵실험 및 석유화학 개발이 야기한 생태학적 변화를 기록한다. 명확히 구분되면서도 서로 연관성이 있는 40개의 사진 그룹으로 구성한 ‘Desert Cantos’ 연작이 대표적. 작업은 사막의 바다, 암석, 구름 같은 초자연적인 이미지와 화재 현장, 핵실험장, 동물 사체 더미가 있는 불안한 장면을 병치했는데, 이는 인류와 자연 사이의 복잡한 공존을 탐구하기 위한 의도다. 5월 페이스갤러리에 방문하기 전, 2022년 페이스갤러리 뉴욕 지점에서의 전시 영상인 ‘Richard Misrach’s Photographic Still Point’,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플랫폼 ‘아트21’에 업로드된 ‘Borderlands’ 영상을 본다면, 전시 감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Agnes Martin

솔올미술관, 5월

미술사에서 배제되었던 여성 작가를 재조명하는 국제적 흐름이 강릉 솔올미솔관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은 바로 아그네스 마틴. 차분한 색상의 바탕 위에 겹친 단정한 선과 격자무늬가 눈에 띄는 그의 회화는 구조와 공간, 공예, 형이상학의 경계를 우아하게 넘나들며 모두를 조율해내는 것이 특징이다. 마크 로스코와 애드 라인하트의 회화에 매료된 작가는 자신을 추상표현주의 화가로 지칭했지만, 흥미롭게도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은 미니멀리즘의 도래를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에바 헤세의 조각과 솔 르윗의 벽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 박지영 디렉터

“수행에 가까운 권순익의 작업은 현재에 집중해 온전한 나를 만드는 뜻의 불교 개념인 ‘무아無我’로 연결된다.”



Kwon SoonIk

화이트스톤 갤러리, 6.15~7.21

도예가이면서 회화 작가이기도 한 권순익. 어린 시절 문경 탄광촌에서 우연히 접한 흑연의 반짝이는 검은빛에 매료된 것이 작업의 근간이 되었다. 그는 물감에 고운 모래를 이긴 재료로 평평한 캔버스에 색상을 겹겹이 얹은 후, 그 위에 연필심 소재인 흑연으로 점을 찍고 문지르는 행위를 반복한다. 이처럼 수행에 가까운 그의 작업은 현재에 집중해 온전한 나를 만드는 뜻의 불교 개념인 ‘무아無我’로 연결된다. 이번 개인전은 권순익을 대표하는 ‘무아’와 ‘틈’ 연작, 흑연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로, 작가의 반복적 사유와 자기성찰의 결과물인 완성도 높은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단색화 미학을 말하다>(마로니에북스) 정독을 권하는 바다. 고유의 사유체계와 반복적인 행동을 통해 표면의 물질성이 차곡차곡 누적되는 한국 회화의 미적 특징을 대표적으로 나타내는 단색화를 이해한다면, 권순익의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



Suh DoHo

아트선재센터, 8.20~11.10

2003년 아트선재센터 개인전 이후 20년 만에 열리는 전시다. 2005년부터 작가가 진행해온 ‘Speculations’ 시리즈를 집대성하고, 인간과 사회 그리고 우주에 대한 숙고와 추론, 새로운 가설 및 제언을 함축할 예정이라고. 어린이 체험 전시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선 오랜만에 스케일이 큰 작업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라 많은 이가 기대하고 있다.




리만머핀 서울 손엠마 수석 디렉터

“알렉스 프레이저의 영화 같은 작업은 현대 사회 풍경과 군중 이미지, 집단 경험과 개인의 내적 불안을 이야기한다.”



Alex Prager

리만머핀 서울, 5.9~6.22

2022년 롯데뮤지엄 전시 이후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알렉스 프레이저의 개인전. 회고전 형식이었던 2022년과 달리, 리만머핀 서울의 전시는 2024년 신작으로 구성된다. 덕분에 현재 작가가 몰두하는 주제와 작업의 영감을 받는 게 무엇인지 엿볼 수 있을 것.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진작가이자 영화 제작자인 알렉스 프레이저는 실재와 허구를 오가는 장면을 ‘할리우드 감성’으로 연출한다. 클래식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화려한 색감과 정교한 미장센, 그 안에서 벌어지는 모호한 사건 등이 주요 포인트. 현대사회 풍경과 군중 이미지, 집단 경험과 개인의 내적 불안을 탐구해온 프레이저의 신작은 무대 속 서사를 관객이 매듭지을 수 있는 영화 같은 순간으로 관객을 초대할 예정이다. 이러한 알렉스 프레이저의 미감을 미리 엿보고 싶다면 게리 올드먼, 라이언 고슬링, 브래드 피트 등이 출연한 2012년 에미상 수상작 <악의 손길Touch of Evil>, 엘 페닝과 함께한 까르띠에 ‘그랑 드 카페Cartier Grain de Caf’ 컬렉션 영상 등을 시청해보기를.



BIENNALE ARTE 2024

이탈리아 베니스, 4.20~11.24

비엔날레 역사상 최초의 라틴계 예술감독인 아드리아누 페드로사Adriano Pedrosa가 이끄는 <제60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이방인은 어디에나 있다Foreigners Everywhere’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난민, 외국인, 이민자를 이야기하는 본 전시에 초대된 작가는 총 332명. 한국 작가로는 김윤신, 이강승, 이쾌대, 장우성이 포함되어 있다. 그중 1984년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김윤신은 40여 년 동안 ‘이방인’으로서 예술 여정을 개척해왔다. 작가의 주요 작업을 선보이는 올해 비엔날레는 김윤신의 작업 세계와 미술사적 기여도를 재조명할 기회라 할 수 있다.




에스더쉬퍼 서울 조윤성 전시팀장

“안리 살라는 음악과 내러티브, 건축과 영화의 관계를 탐구하며 서로 다른 매체가 지닌 특성을 복합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결합한다.”



Anri Sala

에스더쉬퍼 서울, 3.21~5.11

안리 살라는 음악과 내러티브, 건축과 영화의 관계를 탐구하며 서로 다른 매체가 지닌 특성을 복합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결합하는 작가다. 하나의 매체가 다른 매체의 특성을 취하는 작품은 사운드, 영상 설치, 영화, 조각, 사진, 책, 악보 등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며 작가가 구성한 하나의 앙상블로 전시된다. 에스더쉬퍼 서울에선 최근 시작한 프레스코화 연작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프레스코화는 보통 벽화를 그릴 때 쓰는 화법으로 덜 마른 회반죽 바탕에 안료를 채색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성행했던 기법이다. 회반죽이 마른 후에는 수정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으며, 미켈란젤로, 조토, 라파엘로 등 이탈리아 대가들이 주로 사용했다. 안리 살라는 고전적 기법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대가들이 사용한 반복적 작업의 리듬을 작품의 일부로 수용했다. 이와 더불어 사운드 설치 작품 ‘In-Between the Doldrums(Pac-Man)’(2016)도 갤러리 1층 ‘더 윈도우’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Philippe Parreno

리움미술관, 2.28~7.7

필리프 파레노의 아시아 최대 규모 전시다. 미술관 개관 20주년을 맞이해 이례적으로 3관 전체와 야외 공간까지 활용할 예정. 이를 위해 2012년 설치한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을 처음으로 철수한다고 전해져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장소 특정적 신작인 ‘Membrane(A Tower of Affordances)’, ‘Marquee’ 등 주요 작품을 서울에서 마주할 기회다.




PKM 갤러리 장예란 전시팀장

“고전적인 초상 사진,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 등을 활용한 토마스 루프의 작업은 우리의 지각을 확장한다.”



Thomas Ruff

PKM 갤러리, 2.21~4.13

동시대 사진 예술의 거장 토마스 루프의 는 한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이다. 그는 사진의 기술과 개념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도전하는 작가다. 고전적인 초상 사진부터 인터넷에서 수집한 형상, 알고리즘으로 생성한 디지털 이미지까지 우리의 지각을 확장하는 다양한 사진 작업으로 국제 무대에서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루프가 일군 40여 년의 작품 세계가 21세기 사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전시에서 소개되는 ‘d.o.pe.’(2022~)는 올더스 헉슬리의 자전 에세이 <지각의 문The Doors of Perception>에서 영감을 얻은 시리즈다. 자연에서도 인공적으로도 발견되는 프랙털 구조가 최대 290cm 길이의 거대한 태피스트리 위에서 사이키델릭하게 펼쳐진다. 전시를 보기 전, 작가의 뒤셀도르프 작업실을 엿볼 수 있는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 유튜브 채널의 ‘Meet the photographer l Thomas Ruff’ 시청을 추천한다.



Nicolas Party

호암미술관, 9.3~2025.1.19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과 함께 전시한 2인전(2018), 옥션 최고가 88억 원 낙찰(2022).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로 달아오를 9월, 현대미술 신에서 초신성으로 떠오른 니콜라스 파티의 국내 첫 개인전이 찾아온다. 파스텔을 활용한 벨벳 같은 질감과 강렬한 색채로 풍경, 인물, 정물 등 전통적 소재를 기묘하고 신비롭게 만드는 그는 회화, 벽화, 조각, 설치 작업을 넘나들며 종횡무진으로 활약해왔다. 전시를 위해 작가가 직접 방한해 대형 파스텔 벽화 4점을 제작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파티가 창조한 환상적인 세계를 만나고 미술관 앞 정원을 노닐며 두 아트페어로 뜨거워진 마음에 휴식을 주는 것은 어떨까.




글래드스톤 갤러리 폴라 차이Paula Tsai 파트너

“세실리 브라운은 구상과 추상을 혼합해, 추상표현주의의 전통적 언어를 확장하는 작가다.”



Cecily Brown

글래드스톤 갤러리, 4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더 많은 사람이 현대미술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글래드스톤 갤러리 전시의 매력 혹은 장점은 사전 지식이나 미술사적 관점 없이도 새로운 시각과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대표적으로, 서울 지점을 역동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던 다비드 라피노, 레이철 로즈, 매슈 바니, 비비안 수테르, 클라우디아 콤테의 개인전이 있다. 올해 역시 이러한 흐름은 계속된다. 그중 눈여겨봐야 할 작가로 세실리 브라운을 꼽는다. 에드가르 드가, 빌럼 더코닝, 조안 미첼, 프란시스코 고야 등을 향해 존경심을 표하는 그는 구상과 추상을 혼합해 추상표현주의의 전통적 언어를 확장하는 작가다. 이번 개인전은 글래드스톤 갤러리와 함께하는 두 번째 전시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시각적·주제적 유동성을 지닌 브라운의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Masterful Attention Seekers

부산현대미술관, 3.15~7.7

부산현대미술관이 관심을 갈망하는 인간 행동의 역학을 다양한 맥락에서 고찰하고, 동시대 미술에 나타나는 다양한 ‘관종’을 범주화함으로써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관심의 역사를 추적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러한 <능수능란한 관종>에선 스위스 출신 작가 토마스 히르슈호른의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골판지, 나무, 테이프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복잡한 대형 조각과 설치물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는 주목받기 위한 행동의 역사와 현대적 표현을 탐구한 작업을 출품할 예정인데, 이를 보며 복잡하고 주관적인 ‘관심’이라는 주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갤러리현대 김민수 홍보팀장

“ ‘물방울 작가’ 김창열 화백의 작고 3주기를 기리는 회고전은 작가의 서사가 아닌, 독창적인 조형 실험에 집중한다.”



Kim TschangYeul

갤러리현대, 4.26~6.9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김창열 화백은 약 반세기 동안 물방울을 그려왔다. 그가 물방울 회화를 최초로 공개한 건 1972년 프랑스 파리의 살롱전 . 한국에선 1976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을 통해 처음 선보였다. 작업 초기 물방울은 전쟁으로 인한 상실감과 정신적 고통, 개인의 서사를 정화하고 치유하는 매개체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천자문과 도덕경의 한자를 물방울과 겹친 ‘회귀’ 연작으로 동양철학의 핵심 사상을 담아냈고, 1990년대엔 돌과 유리, 모래, 나무, 물 등을 활용해 설치미술로 확장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노랑, 파랑, 빨강 등 다양한 색을 캔버스에 도입했다. 올 4월 전시는 김창열 화백의 작고 3주기를 기리는 회고전으로, 작가의 서사가 아닌 독창적인 조형 실험에 집중하고자 한다. 화백의 둘째 아들 김오안 감독의 다큐멘터리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를 시청한다면 더욱 풍족한 관람이 될 것이다.



Only the Young: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

해머 미술관, 2.11~5.12

아방가르드, 기존 예술에 대한 인식과 가치를 부정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위예술. 격변의 1960~1970년대에 탄생한 한국의 실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 미술관이 공동 기획하고 5년간의 공동 연구를 거쳐 개최한 전시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에 이어 로스앤젤레스 해머 미술관으로 순회한다. 이승택, 이건용, 이강소, 박현기, 성능경 등 한국 실험 미술 거장들의 1960~1970년대 주요 작품과 아카이빙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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