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3월호

ARTISTIC MOMENT

눈부신 설경 속에서, 탐험가이자 아티스트인 자리아 포먼은 경이로운 자연의 순간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담아 그려보라고 권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One of Not Many’ 캠페인을 기념하며 일본 니세코에서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EDITOR 윤정은

아티스트 익켄IKKEN이 ‘오버시즈’를 테마로 한 얼음 조각 작품과 더불어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같은 시대엔 직접 찾아가지 않고도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마주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아티스트의 시각으로 이를 들여다보는 것이다. 자리아 포먼은 그 가운데서도 빙하와 눈, 극지방의 감각을 우리에게 전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감동과 호기심이 그곳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니세코의 럭셔리 리조트 울티모Ultimo에서 특별 전시를 열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뉴욕의 탐험가이자 아티스트인 자리아 포먼을 ‘One of Not Many’ 캠페인의 새로운 탤런트로 선정했다. 자리아 포먼은 그의 탐험 정신과 열린 시각을 발판 삼아 ‘오버시즈’ 컬렉션을 대표한다. 앞서 공개한 캠페인에서는 아이슬란드의 극지방에서 ‘오버시즈’ 워치를 착용하고 선 자리아 포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아가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번 협업을 더욱 특별하게 기념하고자 아시아 지역의 주요 프레스를 일본 니세코로 초대했다. 신치토세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떨어진 니세코는 겨울이면 도시 전체가 새하얀 눈으로 뒤덮이는 훗카이도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쌓인 눈이 어른의 키를 훌쩍 넘길 만큼 적설량이 많은 데다 눈 자체도 폭신폭신한 ‘파우더 스노’여서 스키 마니아들의 성지로 꼽힌다. 도착하자마자 새하얀 세상이 방문객들을 맞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프레스 트립은 자리아 포먼과 그의 놀라운 작품을 직접 대면하는 자리로부터 시작했다. 생기 넘치는 얼굴의 자리아 포먼이 먼저 그간의 작업에 대해 소개했다. “극지방의 아름다움에 영감을 받아 얼어붙은 만에서 분리되는 빙하와 취약한 해안 지대의 침식된 해변을 그려왔습니다. 특히 얼음의 디테일은 물론, 빙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이동하며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지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낍니다.” 그가 바쉐론 콘스탄틴을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 ‘펠스피아라, 아이슬란드 Fellsfjara, Iceland No.3’도 직접 공개했다. “2021년 9월에 방문했던 아이슬란드 펠스피아라 지역의 얼음도 우리에게 과거와 미래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최근에 분리되어 압축된 빙하 얼음덩어리가 검은 모래 해변으로 밀려 들어왔는데, 이 얼음덩어리 사이로 해안선에 부딪히는 파도를 바라보았어요. 얼음에 의해 왜곡된 하얀 바다 거품이 마치 빛이 춤을 추는 것과 같았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거품이 터지는 소리를 녹음했는데, 그 친숙하고 기분 좋은 소리가 나를 매혹시켰습니다.”


자리아 포먼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촬영한 사진과 작품의 재료인 오일 파스텔.


프레스 트립의 둘째 날에는 자리아 포먼의 작품 세계를 직접 경험해보는 액티비티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인근의 노보리베츠Noboribetsu를 방문해 일명 ‘스노 몬스터(주효Juhyo)’라고 불리는 아이스 트리를 찾아 나선 것.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 신비로운 형상은 세계적으로도 극히 드물며, 일본과 독일에서만 볼 수 있어 더욱 특별하다. 우리 일행은 스노 슈즈를 착용하고 눈밭을 거닐며, 자리아 포먼의 방식을 따라 자연의 순간들을 포착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하얀, 거대하고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서 마치 자연과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색다른 체험이었다. 돌아온 뒤에는 각자가 촬영한 풍경들을 그림으로 구현해보는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자리아 포먼이 자신의 주재료인 오일 파스텔을 활용해 시범을 보였고, 다들 서툴지만 열정적으로 작품 완성에 도전했다. 주제를 포착하고 표현하는 아티스트의 방식과 여정을 짧게나마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탐험가이자 아티스트인 자리아 포먼과 그가 바쉐론 콘스탄틴을 위해 특별 제작한 작품 ‘펠스피아라, 아이슬란드 Fellsfjara, Iceland No.3’.



자리아 포먼의 시범에 맞춰 각자 산행 중에 촬영한 사진을 회화로 표현했다.



대자연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자주 여행을 다녔고,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나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인 작품 활동을 통해 자연을 애정하고 보호하려고 한다.


여행에서 찍은 사진이나 영상을 회화로 표현해왔다. 자세한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모든 작업은 해당 장소에 실제로 가보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커리어 초반에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작업했는데, 결과물이 지금과 달랐다.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다 보니 충분히 소화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지금은 어디든 한 달 정도 머물면서 풍경을 눈으로 직접 담고, 카메라로 사진과 영상을 찍고, 스케치를 남긴다. 그리고 윤곽이 잡혔다 싶으면 파스텔 작업으로 넘어간다. 먼저 파스텔을 번지게 작업해 풍경을 구현하고, 그 위에 세세한 디테일을 그린다.


웰컴 파티에서는 훗카이도의 전통 술을 활용한 칵테일을 제공했다. 행사 테마에 맞춰 얼음잔에 담아주는 센스가 돋보였다.



10여 년 전 모험을 시작할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처음 홀로 떠난 건 2012년 그린란드 여행이다. 원래는 엄마와 함께할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돌아가시면서 추모 여행이 되었다. 혼자서도 여정을 마칠 수 있다는 걸 알게한 것이 엄마가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뒤로도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활동하거나 나사(NASA)와 함께 남극과 북극을 탐험하는 등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고, 이를 통해 만난 사람들 덕분에 용기를 얻어 작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었다. 상상 속의 거대한 풍경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또 다른 목표가 생겼다. 아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고, 지금까지 쌓아온 유산을 전해주고 싶다. 바쉐론 콘스탄틴과 함께한 아이슬란드 여행이 아이의 첫 여행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와 순간은?

남극이다. 인간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지만 인류의 모든 행위에 영향을 받는 곳. 찾아가는 과정이 험난해서 발을 디딘 것만으로도 성취감이 들었을 정도다. 너무나 장엄해서, 이전과 다른 특별한 방식으로 풍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알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블루 컬러도 만났다. 펭귄 같은 야생동물과도 가까워질 수 있었는데 그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작품에서 시간의 흐름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 같다.

자연의 풍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찰나로만 만날 수 있다. 예전에 한번은 빙하가 있는 풍경 한가운데서 빛이 얼음에 닿는 순간을 목격했는데,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 그 순간을 드로잉으로 담아냈다. 나중에 디테일을 탐구하면서 그 짧은 순간을 연장하는 셈이다. 드로잉을 마무리할 즈음엔 얼음의 모습이 전과 달라져 있거나 완전히 녹아 있기도 한다. 빙하를 주제로 한 작품 속에는 하나의 빙하가 생겨나기까지 2억 년이 걸린다는 사실이 담겨져 있다. 빙하가 붕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해서도 천천히 알아가는 중이다.


이번 협업에 대한 소감은?

메종에서 정말 많은 부분을 배려해주어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 둘 다 완벽을 추구할 뿐 아니라 탁월한 수준의 디테일과 정확성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을 확인했고, 예술 작업과 워치메이킹 사이에 비슷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탐험을 통해 이전과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인 것도 의미가 있다. 해변가에 있는 작은 얼음덩이를 실제로 확대한 다음 더 크게 재현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간 익숙했던 일반화의 방법과 달리 디테일 하나하나를 모두 그려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정교해야 하고 완벽해야 하는 메종의 작업 과정과도 닮아 있는 것 같다.


자리아 포먼과 함께 노보리베츠를 방문해 신비로운 풍경의 아이스 트리를 찾아 나섰다.



COOPERATION  바쉐론 콘스탄틴(1877-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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