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BAE
4월 베네치아
이배 작가는 오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솔재단 뮤지엄 산과 빌모트 재단의 공동 주관, 조현화랑의 협력 및 후원 아래 베네치아에 위치한 빌모트 재단 전시장에서 개인전 <태우기La Maison de la Lune Brûlée>를 연다. 이는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연계 특별전으로 선정된 전시 중 하나로 작가는 우리나라 전통적 의식인 ‘달집 태우기’를 오마주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민족 풍습과 현대미술을 오랜 시간 연구해온 작가는 이를 자신만의 예술 언어로 엮어내는 것을 넘어 관객 참여형 전시로 만들어 전 세계 관람객들이 작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깊고 단단한 연결 고리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나아가 자연이 가진 재생, 순환 등 조화로운 리듬을 공간에 옮겨낸다. 그간 서울과 파리를 오가며 작업한 이배는 ‘숯’이라는 재료를 통해 삶과 죽음의 순환이라는 태생적 관념을 예술적으로 풀어왔다. 그는 드로잉과 캔버스, 설치와 영상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작업의 영역을 확장했다. 캔버스에 숯 조각을 잘라 빽빽하게 접합해 표면을 연마한 ‘불로부터Issu du Feu’, 숯가루를 짓이겨 화면에 두껍게 올려 완성한 ‘풍경Landscape’, 숯가루를 섞어 만든 먹물로 붓이 지나간 자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붓질Brushstroke’ 등 다양한 연작을 진행해왔다. 빠지지 않는 숯이라는 재료를 통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이 존재함을 은유적으로 드러내온 그는 여전히 사색하고, 실험하며 더 많은 이들이 작품을 통해 공감하도록 만들고 있다.
이배 1990년 도불 이후 서양미술 재료 대신 동양적 재료인 숯에 천착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초창기에는 인체에 집중했던 그는 연금술과 자연을 비롯해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으로 관심을 넓혀나갔다. 2000년대 초부터는 퍼포먼스와 영상, 공간 등 삼차원적 작품으로 형식을 확장하기에 이르렀다.
KOO JEONG A
4월 베네치아
미술을 조금이라도 아는 이에게 올해 가장 주목받을 작가를 꼽으라고 하면 아마 대다수가 구정아의 이름을 언급할 것이다. 제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의 주인공인 그는 이번에 <오도라마 시티Odorama Cities>라는 제목으로 향기에 얽힌 우리의 추억을 자극할 예정이다. 신작을 위해 작가는 지난해 7월부터 전 세계인으로부터 ‘도시와 고향’에 얽힌 향기와 냄새에 관한 기억을 수집했다. 향기가 남긴 기억은 강렬하다. 작가는 이에 담긴 자연과 역사는 물론, 나아가 경제와 산업의 모습까지 그릴 수 있다고 얘기한다. 개인적인 이야기는 공동체의 스토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정아에게 예술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향해 열려 있는 문이나 다름없다. 작가는 회화, 드로잉, 조각, 설치, AR 등 다방면에서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특히 1990년대 이후 우주 세계 ‘우스Ouss’를 창조했는데, 이 불가사의한 세계야말로 그가 그동안 꾸준히 선보인 작업을 모두 아우르는 핵심이다. 이는 끊임없이 팽창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미스터리한 영역이다. 구정아의 작품을 종합적으로 보고 경험해야만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우스에 적응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관람객에게 친절하지 않은 작가는 모두를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만들며 기어이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떠나게 만든다. 앞으로 열릴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전시도 같은 맥락일 테다. 전 세계인 모두의 기억이 집약된 향기는 우리를 어디로 부유하게 만들까. 역시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오롯이 이해하기 힘든 것이 예술이다.
구정아 작가는 여러 장소에서 거주하며 활동한다. 일상의 장면을 포착해 평범함의 시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디아 재단 및 디아비콘 미술관, 파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유수 비엔날레에 등장하며 그 입지를 굳혔다.
KIM AYOUNG
5월 뉴욕, 8월 멜버른
김아영은 작가이지만 탐험가이자 훌륭한 스토리텔러다. 지난 2023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집중을 받은 한국 작가가 있다면 단연 김아영일 테다. ‘샤르자 비엔날레 15’에 참여하는 한국 여성 작가 3인에 이름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22년 갤러리현대에서 선보인 신작 ‘딜리버리 댄서의 구’로 2023년 6월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미디어 아트 어워드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Prix Ars Electronica 2023’에서 최고 상인 ‘골든 니카Golden Nica’를 수상했다. 이어서 10월에는 일본의 실험 영화제 ‘이미지 포럼 페스티벌Image Forum Festival’에서 ‘데라야마 슈지Terayama Shuji’상을, ‘프리즈 런던 2023’에 참여해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에서 작품 2점을 소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작가는 작업에 앞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오랜 시간 연구의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훌륭한 스토리텔러가 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은유적이며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는 절대 직접적이지 않지만 상상 가능한 상황을 제시하고, 이미 있는 현실을 낯설게 인식하도록 만들기 때문. 다시 말해 다차원적 내러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 구조가 김아영 작품의 특징적 예술 언어인 셈이다. 김아영은 현재 ‘딜리버리 댄서의 구’ 속편을 준비 중이다. 지난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에 배달 음식을 주문한 경험을 바탕으로 배달 라이더가 서울 시내를 누비며 질주하는 모습에서 부조리한 댄스를 떠올리며 작업한 이 작품은 이제 더 큰 세계로 확장될 예정이다. 5월 뉴욕 현대미술관과 8월 멜버른 호주영상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김아영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디어 아트 작가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LCC 런던 칼리지 오브 커뮤니케이션에서 사진을 공부한 뒤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에서 순수 미술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다층적으로 얽힌 이야기 구조가 특징인 영상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YANG HAEGUE
현재 헬싱키, 10월 런던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는 매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해 발표한다. 지난 12월 공개된 ‘2023 파워 100’에 한국 작가로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이가 바로 양혜규다. 작가는 솔 르윗 같은 앞선 세대의 저명한 예술 작가나 분단의 역사 혹은 근대화의 잔재, 샤머니즘 등 역사적 흔적들을 차용해 과감하게 전복하고 극대화해 자기 것으로 승화한다. 양혜규의 작품은 대체로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이에 대해 작가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다 아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뿐”이라고 말하며 우리의 사고 체계를 확장할 것을 독려한다. 작가는 1990년대 유럽에서 작가로서 첫걸음을 떼었다. 노매드적인 그의 삶은 작업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작품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포장을 뜯지 않은 채 쌓아 만든 ‘창고 피스’란 작품이나, 세계 각지에서 모은 소재로 제작한 ‘중간 유형’이란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활발한 국제적 활동이 그가 전 세계 수많은 미술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100인에 손꼽히게 된 주요한 요인이었음이 틀림없다. 2023년에도 그는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오는 4월까지 핀란드 헬싱키 미술관에서 <양혜규: 지속 재연Continuous Reenactments>전을 펼치는 중이다. 핀란드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자 벨기에 겐트 현대미술관에서 막을 내린 <양혜규: 몇몇 재연Several Reenactments>의 순회전이기도 한 자리에서 ‘손잡이’, ‘전사 신자 연인–가청화’와 ‘얀가 6번지’, ‘적재된 모서리들’ 등 주요 대형 조각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양혜규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나오고 독일로 넘어가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주관적인 경험에서부터 그의 작업은 시작된다. 이를 전복하고, 뒤틀어 새롭게 보는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작가로서 양혜규가 하는 일. 매년 전 세계를 종횡무진하며 개인전과 단체전을 두루 열고 있다.
KIMSOOJA
3월 파리
김수자라고 하면 ‘보따리 작가’라는 수식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97년부터 바느질에서 들숨과 날숨, 음양의 이치를 보았다고 외친 그의 소리가 많은 이에게 닿았다. 트럭에 쌓아 올린 보따리 꼭대기에 앉아 작가가 살던 곳을 따라 11일간 이동하며 진행한 ‘떠도는 도시들: 보따리 트럭 2,727km’는 그에게 기념비적인 퍼포먼스 작품이었다. 1999년 뉴욕으로 거처를 옮긴 후 작가는 서울, 뉴욕, 파리 그리고 전시를 위해 세계 각국의 도시에 머무는 노매드적 삶을 살며 작가적 정체성을 구축해나갔다. 그의 대표작 ‘바늘 여인’은 이렇게 세계 각국을 오가며 사람과 지역을 잇는 작가의 역할을 ‘바늘’에 비유해 총 8개의 도시, 8개의 문화적 배경에서 진행한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빛과 숨같이 비가시적인 물질이자 자연으로 시선을 돌렸다. 2006년 베네치아 라 페니체 극장에서 선보인 작품 ‘호흡: 보이지 않는 거울, 보이지 않는 바늘’, 마드리드 크리스털 팰리스에서의 개인전 <호흡: 거울여인Breathe: A Mirror Woman>을 비롯해 리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호흡’과 지난해 파리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소개한 ‘호흡’에 이르기까지 ‘숨’과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한 빛은 김수자에게 또 다른 ‘순환의 고리’이자 ‘원리’를 깨닫게 한 주제가 됐다. 작가에게는 천의 안팎을 오가는 바느질과 들이쉬고 내쉬는 숨쉬기가 모두 ‘나’의 경계를 오가는 행위인 점에서 같다. 오는 3월 그는 파리 피노 컬렉션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작가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라는 바느질에 엮어낸 것은 과연 무엇일까.
Kimsooja, 2016, Photo: Giannis Vastardis, Courtesy of EMST, Athens, Greece and Kimsooja Studio
김수자 대구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보따리 작가’로 이름을 알린 작가는 보따리와 바늘, 거울 등을 개념적으로 확장해 ‘자신’에 집중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서울, 뉴욕, 파리를 기반으로 퍼포먼스, 장소 특정적 설치와 오브제, 영상, 빛 작업 등을 선보이며 자신의 예술 언어의 독창성을 증명한다.
MINOUK LIM
3월 도쿄, 4월 암스테르담
한국 근대사의 격동적인 변화를 기록해온 임민욱. 우리나라의 근대화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정치·경제·문화적으로 빠르게 재편되었다. 작가는 이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작업으로 옮겨 시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역사적 단절과 개인 및 집단의 트라우마를 파고들어 고도로 현대화된 현대 한국 사회 내면에 억압된 집단적 기억을 발굴해낸다. 이는 단순히 기억을 재구성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작가는 프랑스 현대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가 제시한 정치와 미학의 다층적 관계를 살피면서 이러한 기억을 구조적이고 개념적으로 되살린다. 사회적 의식과 미적 표현 사이에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감은 구조적인 모순을 낳기 마련이다. 임민욱은 이 지점에 주목하고 드로잉, 아상블라주, 비디오, 조각, 텍스트, 음악, 퍼포먼스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오는 3월과 4월 작가는 일본과 네덜란드에서 전시를 앞두고 있다. 먼저 일본에서 열리는 전시 <하이퍼 옐로Hyper Yellow>는 오야바시 재단의 리서치 프로그램 일환으로 마련돼, 특정한 색깔과 인종을 지칭하면서 환희나 자유, 우울과 경고 등을 상징하는 색인 ‘옐로’의 감각을 심층적으로 다룬다. 3월 2일부터 3일에는 스미다강과 도쿄만 주변을 순회하는 퍼포먼스 ‘S.O.S – 달려라 신신’도 함께 선보인다. 한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뮤지엄 반 룬에서 4월 5일부터 7월 7일까지 열리는 전시 <홈 앤드 더 월드Home and the World>도 눈여겨보자.
임민욱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파리 국립고등조형예술학교 DNSAP 펠리치타시옹 석사과정을 마쳤다. 임민욱은 한국 현대미술의 선도적 위치에서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경제의 역할 관계를 드러내는 작품으로 계속해서 주목을 받아왔다.
COOPERATION 조현화랑, PKM갤러리, 갤러리현대, 국제갤러리, 김수자스튜디오, BB&M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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