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4년 1월호

Panoramic View of Architecture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건축 사진가 이반 반의 20년간의 작업을 정리하는 회고전 가 열리고 있다. 훗날 21세기의 인류를 묘사하는 가장 적절한 삽화가 될 600여 점의 사진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GUEST EDITOR 박지혜


네덜란드의 사진작가 이반 반은 ‘건축’과 ‘건축 환경’을 기록하는 가장 선도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이끄는 OMA,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일본 건축가 이토 도요와 건축사무소 SANNA, 스위스의 건축 회사 헤르초크 & 드 뫼롱, 뉴욕의 건축·디자인 스튜디오 딜러 스코피디오 + 렌프로 등이 그의 주요 고객. 이들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낼 때마다, 그 과정과 결과물을 담은 사진에는 ‘IWAN BANN’이라는 인장이 찍혀 전 세계의 미디어로 전달되고, 건축 회사의 아카이브에 영구 보관된다. 이반 반의 포트폴리오를 연도별로 천천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특별한 ‘해상도’와 ‘앵글’, 건축물의 아이덴티티를 선명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사진에는 이야기할 요소가 다분하다. 이반 반의 사진이 그토록 많은 사랑을 받고 회자되는 데는 ‘건축물’ 그 자체를 넘어 ‘건축 환경’을 아우르는 그만의 시선이 큰 몫을 한다. 많은 전문가는 ‘건축의 인간적인 면과의 연관성’을 이반 반 사진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는다. 광저우 오페라하우스의 좌석에 앉아 공연을 기다리는 사람들, 도쿄 긴자 미키모토 빌딩의 유리창 사이로 들여다보이는 여성, 카타르 국립도서관 내부를 둘러보는 히잡을 쓴 여성들처럼 그의 사진에는 과거의 건축 사진에서라면 응당 제거되어야 할 요소들이 버젓이 살아 숨 쉰다. 심지어 그는 미술관 입구에 임시로 세워둔 간판마저 그대로 내버려둔다. “나는 시대를 초월하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다. 특정 시점과 장소에,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계획하지 않은 순간, 공간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그리고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는지에 관심이 있다.” 이처럼 그는 ‘그 순간 그가 발붙인 곳의 분위기’를 가감 없이 담으며, 어느 사회의 한 순간에 대한 특별한 기록을 완성해낸다.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는 이번 회고전은 ‘중국China’, ‘관점Perspectives ’, ‘도시Cities’, ‘지속성Continuities’이라는 4가지 키워드로 600점에 달하는 그의 작업을 정리한다. ‘중국’은 그가 작업을 시작한 출발지로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렘 쿨하스가 설계한 베이징의 ‘CCTV 본사’, 그의 작업을 전 세계에 알린 중요한 작업인 헤르초크 & 드 뫼롱의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을 담은 사진들이 이에 해당한다. 철근이 널브러진 공사장과 공사장 한편에서 살아가는 인부들을 담은 사진 등 ‘건축 과정의 이면’을 담은 미발표작들도 함께 공개된다. ‘관점’ 섹션은 21세기의 명작 건축물로 꼽히는 SANNA의 ‘롤렉스 러닝 센터’, 이토 도요의 ‘대만 국립 타이중 극장’, 자하 하디드의 ‘MAXXI 뮤지움’ 등을 담아낸 그만의 특별한 관점을 소개한다.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항공 뷰와 파노라마 뷰, 디테일한 클로즈업 컷까지 그의 사진이 ‘힘’을 갖게 되는 과정과 대담한 시선을 실감할 수 있다. ‘도시’ 섹션에서는 이반 반이 노매드처럼 전 지구를 유랑하며 만난 도시들의 민낯을 담아낸 작품들을 모아 소개한다. 도쿄, 뉴욕, 홍콩, LA 같은 최첨단 문명의 도시를 비롯해 모더니즘 건축에 의한 계획도시인 브라질리아, 인도의 찬디가르 등에 남은 건축과 문화유산, 삶의 이야기가 생생히 담겨 있다. ‘지속성’ 섹션이야말로,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라 할 만하다. 그의 개인 작업을 모아 소개하는 섹션으로, 2012년 베네치아 건축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토레 다비드Torre David’(2011) 시리즈, 인도 최대의 순례 축제인 쿰브 멜라 축제Kumbh Mela Festival 때 지어지는 세계 최대의 가설 건축물을 비롯해 일본, 부르키나파소, 아이티 등의 전통 건축물 사진 등이 공개된다. 자연발생적인 공동체 건축 혹은 각 대륙의 고유한 전통 건축을 기록하며, ‘건축의 본질’을 통찰하는 작업이다. 전시는 3월 3일까지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며, 이후에는 전 세계의 주요 미술관으로 이동해 계속된다.


건축 사진가 이반 반. 그의 인스타그램(@iwanbaan)을 팔로잉하면 무려 ‘아이폰’으로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바쁜 건축 사진가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다.



COOPERATION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design-museum.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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