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호

YOUNG MAESTROS

클라우스 메켈레가 클래식 음악계에 일으킨 돌풍을 시작으로, 전 세계의 주요 악단은 다음 세대의 거장으로 부상할 차세대 지휘자들을 선점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솔리스트 이상의 스타성과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 준비된 음악성으로 클래식 음악계의 새로운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지휘자들.

GUEST EDITOR 박지혜

KLAUS MÄKELÄ


핀란드, 1996년생

젊은 지휘자에 대한 전 세계의 주목은 사실 클라우스 메켈레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사망한 마리스 얀손스의 뒤를 이어, 24세에 오슬로 필하모닉의 상임 지휘자로 부임한 그는 빼어난 외모와 함께 역동적이고 화려한 지휘, 거장 지휘자들을 의식하지 않는 대범한 곡 해석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유튜브 조회수 550만 뷰를 넘는 오슬로 필하모닉의 ‘베토벤 교향곡 9번’, 300만 뷰의 조회수를 자랑하는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심포니의 ‘쇼스타코비치 7번 교향곡’ 등이 이런 그의 실력과 영향력을 뒷받침한다. 오슬로 필하모닉에 이어 2021년부터는 파리 오케스트라가 그를 음악감독로 선임했고, 2022년에는 세계 3대 교향악단 중 하나로 손꼽히는 네덜란드 로얄 콘세르트헤바우 역시 메켈레를 수석 지휘자로 선임해 2027년부터 그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20대의 지휘자가 세계를 제패한 데는 그가 이른바 핀란드의 ‘지휘자 사관학교’라 불리는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서 어린 시절부터 수학했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 음악 기관을 통해 그는 14세부터 전설적 지휘 스승인 요르마 파눌라를 사사했고, 지휘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비전으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 세계 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메켈레는 음악가 집안 출신으로 첼리스트로서로도 출중한 실력을 자랑한다. 2022년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피아니스트 유자 왕, 바이올리니스트 고티에 카퓌송과 함께 연주한 ‘슈베르트 피아노 트리오 2번’을 통해 그 화려한 실력을 감상할 수 있다.



JOANA MALLWITZ


독일, 1986년생

요아나 말비츠는 여성 마에스트로의 심리를 다룬 영화 <타르TAR>의 주인공 케이트 블란쳇과 완벽에 가까운 싱크로율로 관심을 받는 지휘자다. 특히 2023년부터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Konzerthausorchester Berlin의 음악감독으로 임기를 시작하면서, 베를린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이자 최연소 음악감독이 된 그의 활약에 기대가 증폭되고 있다. 그가 세계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결정적 사건은 20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의 데뷔다. 빈 필하모닉과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Cosi fan Tutte’를 성공적으로 지휘함으로써, 축제가 열린 100여 년 이래 처음으로 오페라를 지휘한 여성 지휘자로 기록된 것. 커리어 초반에는 오페라 레퍼토리에 집중했지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의 수장으로서는 교향곡 레퍼토리에 좀 더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지휘자가 직접 곡과 작곡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고 콘서트를 이어가는 ‘엑스페디션 콘체르테Expedition Konzerte’, 금요일 밤마다 특정 주제로 진행되는 ‘나이트 세션Night Session’ 등 그가 직접 고안한 프로그램은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베를리너들을 콘서트홀로 이끄는 중. 2023/2024 시즌에는 베를린 국립극장에서의 오페라 무대 데뷔, 로얄 콘세르트바우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등 굵직한 투어가 예정되어 있으며, 도이체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고 5장의 앨범을 발표할 예정이다. 오는 12월 6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열리는 ‘도이체 그라모폰 125주년 기념 콘서트’에서는 도이체 그라모폰 소속 아티스트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 지휘봉을 잡는다.



LAHAV SHANI


이스라엘, 1989년생

라하브 샤니는 ‘젊은 거장’이라는 수식에서 ‘젊은’이라는 단어를 빼고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한 인물이다. 2018년, 27세의 나이로 로테르담 필하모닉의 최연소 수석 지휘자로 선임되었으며, 2020년도부터는 이스라엘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가 5년 넘게 지휘봉을 잡고 있는 로테르담 필하모닉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 야닉 네제 세갱 등의 조련을 거친 세계적 악단이며, 이스라엘 필하모닉 역시 라하브 샤니에 앞서 50년간 종신 지휘자로 활약한 거장 주빈 메타의 자장 아래 있었다. 전임 지휘자의 화려한 명성에서 알 수 있듯, 그는 1980년대생 지휘자로서는 독보적이라 할 만큼 화려하고 안정적인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다.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시케나지, 미하일 플레트뇨프 같은 피아니스트 출신 지휘자의 계보를 잇는 아티스트로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그는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 재학 당시 아리에 바르디에게 지휘를 배우는 한편, 다니엘 바렌보임으로부터 “피아노를 멀리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풍부한 멘토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해임한 뮌헨 필하모닉과의 계약도 성사되었다. 로테르담 필하모닉과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5/2026 시즌에는 뮌헨 필하모닉의 수석 지휘자로 부임해 그의 다음 챕터를 써나갈 예정. 간결한 모션으로 정밀한 지휘를 선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베토벤부터 차이콥스키, 브루크너와 프로코피예프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인 교향곡 연주가 그의 최대 장점이다.



SANTTU-MATIAS ROUVALI


핀란드, 1985년생

금발에 곱슬머리를 가진 이 작은 체구의 지휘자는 지금 1980년대생 지휘자 중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일궈나가고 있다. 2019년에는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데뷔 무대를 가졌으며, 2022년에는 상임 지휘자로서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BBC 프롬스Proms에 데뷔하는 등 빠른 속도로 세계 정상의 무대를 점령해나가고 있는 것. 오케스트라 단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늘 음악이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난 그는 핀란드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며 퍼커션과 지휘 수업을 받았다. 한누 린투, 에사 페카 살로넨 등을 비롯해 클라우스 메켈레까지 최근 음악계를 주름잡는 스타 지휘자들을 키워낸 요르마 파눌라가 그의 스승. 서른둘의 나이인 2017년에는 5년간 공석이었던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상임 지휘자로 부임해 오케스트라 심폐 소생에 성공했고, 2021년부터는 영국을 대표하는 악단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도 겸하고 있다. 두 악단 모두 그와 재계약까지 마쳐둔 상태. 그의 주특기라면,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조국 핀란드를 대표하는 작곡가 시벨리우스의 곡에 대한 탁월한 해석을 꼽을 수 있다. 예테보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7개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사이클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그중 1번 교향곡을 담은 음반은 그라모폰 에디터스 초이스, 쇼크 드 클라시카Choc de Classica, 디아파종 도르Diapason d’Or 등 유수의 권위 있는 상을 휩쓸었다. 타악기 주자로서 타고난 리듬감, 실험적이고 유동적인 해석으로 인해 가장 진보적인 시벨리우스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TARMO PELTOKOSKI


핀란드, 2000년생

“세기의 재능” <타게스슈피겔>, “펠토코스키는 경이로운 기술뿐 아니라 에너지와 음악적 본능, 스타일리시하고 명료한 표현력과 불꽃 튀는 역동성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말문을 막히게 한다” <디아파종>. 포디움을 점령하는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요즘, 그중에서도 최연소라 할 만한 타르모 펠토코스키에게는 세계적으로 더 비상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는 2000년생, 갓 약관을 넘긴 나이로 라트비아 국립교향악단 음악예술감독, 도이체 카머필하모니 브레멘, 로테르담 필하모닉 수석 객원 지휘자로 부임했으며, 최근에는 프랑스의 명악단인 툴루즈 시립관현악단의 음악감독으로 지명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젊은 거장’의 탄생에는 물론 풍부한 음악적 배경이 존재한다. 그 역시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시벨리우스 음악원의 요르마 파눌라 사단으로, 14세부터 지휘를 배우기 시작해 사카리 오라모, 에사 페카 살로넨, 한누 린투, 유카 페카 사라스테 등 핀란드의 명지휘자를 두루 사사했다. 그야말로 지휘자가 되는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온 셈. 그의 길지 않은 커리어 중 가장 눈에 띄는 사건으로는 핀란드 유라조키 벨 칸토Eurajoki Bel Canto 페스티벌에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중 ‘신들의 황혼Götterdämmerung’을 지휘한 것을 들 수 있다. ‘오페라 지휘자’로서의 그의 비전과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으로, 내년에도 바그너의 반지 사이클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또한 2024년에는 툴루즈 시립관현악단과 함께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등 프랑스 레퍼토리가 담긴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MARIE JACQUOT


프랑스, 1990년생

2022년 여름, 덴마크 왕립극장은 놀라운 발표를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발레단과 오케스트라를 가진 이들이 극장을 이끄는 새로운 수장으로 프랑스 출신의 33세 여성 지휘자를 선임한 것. 그 주인공은 바로 마리 자코다. 지휘자로서 막 출발점을 지났지만, ‘오페라 지휘자’로서그가 가진 이력은 동년배 지휘자들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경력은 2016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조수로 미로슬라프 스른카Miroslav Srnka의 신작 오페라 <남극>을 세계 초연한 것. 이를 계기로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과 함께 오페라 제작에 참여했으며, 첫 카펠마이스터로 부임한 도이첸 오퍼 암 라인Deutschen Oper am Rhein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 <라 클레멘자 디 티토> 등 전통적인 오페라 레퍼토리를 성공적으로 무대에 올리며 지휘자로서의 경력을 다져나갔다. 독특한 점은, 음악을 위해 평생을 바쳤을 듯한 그가 15세까지 프랑스를 대표하는 주니어 테니스 선수였다는 점. 이후 음악으로 방향을 튼 그는 파리 음악원에서 트롬본을 전공한 뒤 빈 음악예술공연대학에서 우로스 라조비크Uroš Lajovic를 사사하며 지휘자 수업을 받는다. 우로스 라조비크는 빈 음악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 베를린 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를 키워낸 전설적 인물이다. 테니스 선수 출신답게 역동적이고 우아한 동작이 특징이며, 오페라 특유의 감성적인 선율을 잘 살려낸다는 평을 받는다. 2024년부터는 덴마크 왕립극장의 새로운 시즌 작품으로 차이콥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을 선보일 예정.



ROBERTO GONZÁLEZ-MONJAS


스페인, 1988년생

로베르토 곤잘레스 몽하스는 국제 무대에서 수많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얼마 전 서울시향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한 야프 판즈베던, BBC 심포니 상임 지휘자 사카리 오라모처럼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수석이자 악장 출신으로 지휘자가 된 케이스다. 2013년부터 무지크콜레기움 빈테르투어Musikkollegium Winterthur, 2014년부터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악장으로 활약한 그는 무지크콜레기움 빈테르투어의 전임 지휘자 토마스 체트마이어가 사임한 이후 뒤를 이어 자연스레 지휘봉을 잡게 됐다. 그는 “연주자의 일원이 되어본 적이 있다면 악단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 혹은 짧은 연습 기간 동안 무엇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더 잘 알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렇듯 ‘오케스트라와의 화학작용’을 지휘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는 그는 2023/2024 시즌에도 동시에 3개 악단의 음악감독 역할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2021년부터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무지크콜레기움 빈테르투어, 2023년부터 임기가 시작된 갈리시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2024년부터 맡게 될 모차르테움 오케스트라가 그것. 특히 모차르트 ‘레퀴엠’,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고전과 현대곡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레퍼토리를 모두 소화하는 음악가라는 그의 강점은 앞으로 그 몸값을 더 높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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