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DESSERT SCULPTURE

조형적인 조각 작품을 주로 선보이는 현대미술 작가 6인의 작품을 디저트로 재해석했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박재용

SAL – WOOD TYPE 3

사용자로부터 사물을 해방시키고, 이를 공간 전체로 확장해 결국 공간을 조각하기까지 이른 최태훈 작가. 벽 선반과 스툴을 조각의 뼈대로 삼고 그 위에 우레탄폼 살을 얹어 완성한 작품이 모티프가 되었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의 페이스트리 팀은 작품의 몽글몽글한 형태적 특징을 최대한 보존한 디저트를 디자인했다. 화이트 초콜릿 무스와 라즈베리 콩피, 캐러멜 몽테 크림으로 둥근 무스 케이크를 만들고 그 위에 크럼블과 로셰 초콜릿을 덧붙여 형이상학적 형태를 구현한 것. 피스톨레 기법으로 거친 느낌을 살려 마무리했다.



최태훈, ‘살 - 우드 타입 3’, 2022, 목재(벽 선반, 스툴), 우레탄폼, 90×190×70cm



BALANCE

도자의 흙과 베이킹의 재료들은 서로 닮았다. 김대운은 도자의 기본 재료인 흙과 유약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학의 영역을 탐험하는 작가다. 실용성을 중요시하는 기존 도예와는 완전히 다른 불안정한 리듬을 따라가고 일그러진 모양들과 흘러내리는 유약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며 예술 가능성을 모색한다.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의 조미라 셰프는 케이크 시트를 쌓아 뼈대를 만들고, 설탕 반죽으로 이를 덮어 얼굴의 형태를 잡았다. 또 설탕을 녹여 흘러내리게 만들고, 얇게 굳혀 붙이거나 길게 늘어뜨리거나 꼬는 등 다양하게 장식해 완성했다.


김대운, ‘균형’, 2021, 점토, 유약, 60×45×30cm



BIG KING TURBO JET ENGINE

지난 9월 실린더 2에서 열린 류성실 작가의 전시 <대왕에어 엔진 복구 기금 마련 전시회>에서 선보인 작품을 재해석해 호박 무스, 오미자 젤리 등으로 앙트르메 화이트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고, 화이트 초콜릿으로 엔진 모양을 만들어 올린 뒤 에어 브러시로 컬러를 뿌려 완성했다. 작가의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마음으로 이를 구현한 것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의 에릭 칼라보케Eric Kalaboke 셰프와 성주영 어시스턴트 셰프를 비롯한 페이스트리 팀. 엔진이 다시 가동될 때 각 날개의 그림이 한데 섞이는 것을 상상하고 색 조합을 구상했다.


류성실, ‘Big King Turbo Jet Engine’, 2023, FRP에 아크릴릭과 혼합 매체, 204×204×47cm



AFTER LIKE

이동훈 작가의 나무 조각 ‘애프터 라이크’를 화이트·밀크· 다크 초콜릿만으로 구현했다. 큰 덩어리의 나무를 깎아서 작업하는 작가는 그 위에 직접 색을 입혀 작품을 완성한다. ‘춤추는 조각’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유는 한국의 K-팝 스타들이 춤추는 장면을 ‘한순간’에 종합해 보여주기 때문. 에릭 칼라보케 셰프와 성주영 어시스턴트 셰프, 그리고 페이스트리 팀은 나무 겉면의 거친 질감을 살리거나 옹이 모양을 새기는 등의 방식으로 ‘나무’라는 주재료를 표현했다. 또 작품에 두드러지는 오렌지, 민트 등의 컬러를 초콜릿 봉봉으로 만들어 은유적으로 디스플레이했다. 작가는 조각과 함께 회화 작품도 선보였는데, 그 한 면을 초콜릿 3D 프린터로 재구성하며 화려한 가니시의 방점을 찍었다.


이동훈, ‘After Like’,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88×46×37cm



JUGGLING

길쭉길쭉한 형태가 돋보이는 디저트는 곽인탄 작가의 작품 ‘저글링’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 9월 문래예술 공장의 그룹전 <조각모음>에 참여한 그는 작은 조각들을 모아 하나의 큰 조각을 이루는, 이른바 유기적이면서 가변적인 조각을 선보였다. 몬드리안 서울의 조미라 셰프와 페이스트리 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리시니 반죽을 구워 케이크 시트에 꽂고, 동글동글한 형태의 초콜릿을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어 장식했다. 함께 모여 군상을 이루고 그 너머에 또 다른 무엇인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작품처럼 디저트 역시 은근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곽인탄, ‘저글링’(detail), 2023, 레진, 석고, PLA, 톱밥, 철, 스텐, 혼합 재료, 가변 설치



TR 2 CROP

다크 초콜릿 가나슈를 활용해 기둥 형태의 롤을 만들어 세우고 실버 파우더와 함께 카카오 버터를 혼합해 붓으로 발랐다. 젤라틴과 시럽을 이용해 만든 광택제를 컴프레셔 에어 브러시를 활용해 도포해 번쩍번쩍 광이 나는 듯한 표면을 연출했다. 강재원 작가는 마치 가상공간에서 생겨난 듯한 조각을 만든다. 이들은 실제와 가상에 동시에 존재하며, 구체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면모를 함께 지닌다.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페이스트리 팀 역시 이러한 작가의 조형적 접근 방법에 공감하고, 디저트 같지 않은 방식으로 멋진 디저트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해보였다.


강재원, ‘Tr 2 Crop’, 2021, 레진에 크롬 도금, 31×20×27cm



COOPERATION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555-5656),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2076-2000),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3395-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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