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즐겁고 슬픈 나의 도시에게, 이진아

누군가 말했다. “이진아 같은 음악은 이진아밖에 할 수 없다”라고. 팝재즈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의 새 앨범은 여전히 이진아만의 감성으로 가득 차 있다.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전천후 싱어송라이터이자 피아니스트. 2014년 SBS 오디션 프로그램 를 통해 이름을 알렸고, 이후 심사위원이었던 유희열이 대표로 있는 안테나 뮤직으로 옮겨 활동 중이다. 독특한 음색, 세련된 작곡 및 작사 스타일로 ‘아티스트들이 사랑하는 아티스트’라 불린다.




이진아가 SBS 에 등장해 ‘냠냠냠’이나 ‘시간아 천천히’를 부르던 장면을 기억하는지. 일상에서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그 멜로디와 가사들을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린 사람도 셀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독창적인 곡과 가사로 심사위원 3명의 감탄을 자아냈던 이 재능 있는 뮤지션이 벌써 데뷔 10년을 채웠다. 얼마 전에는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제목은 <도시의 속마음>. 이진아는 이 앨범을 통해 조금 더 솔직해졌다고 말한다.


올해로 벌써 데뷔 10년이 되었어요. 의식하고 있었나요?

전혀 의식하지 못했어요. ‘시간아 천천히’라는 노래도 불렀는데 정작 제 시간은 너무 빨리 간 것 같아요. 지난 10년 동안 성실하게 음악을 해온 나를 칭찬해주고 싶긴 해요.


싱글 앨범이 대세인 음악 시장에서 정규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12곡이나 꽉꽉 채워서.

싱글을 내는 게 좀 더 현명한 시대인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제가 몇 년 동안 쌓아온 삶의 경험과 기록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는 싱글보다 정규 앨범이 더 나은 형태라고 판단했어요.


싱글 앨범이 더 부담스러운가요?

네. 저는 싱글이 훨씬 부담되고 어려워요. 이진아라는 사람의 여러 가지 생각이 있는데, 한 곡만 내면 다른 걸 못 보여주잖아요. 저는 곡을 많이 쓰는 편인 데다, 이걸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게 좋거든요. 쌓여 있는 걸 빨리 흘려보내야 또 새로운 곡을 쓸 수 있는 동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해요.


개인 유튜브를 통해서 작곡 레슨을 진행하고 있는데, 저렇게 쉽고 빠르게 곡을 만들 수 있나 싶어 놀랐어요. 본인의 재능을 자랑하는 수단인가요?(웃음)

그럴리가요(웃음). 음악을 어느 정도 공부하신 분들을 위해 올린 영상이에요. 조만간 음악을 전혀 모르는 분들을 위한 작곡 레슨 영상도 만들어보려고 해요. 저는 모든 사람이 각자 자신만의 곡을 쓸 수 있다고 믿거든요. 제가 가지고 있는 작은 재능을 다른 사람들과 기꺼이 나누고 싶어요.


새 앨범 제목이 <도시의 속마음>입니다.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도시는 친근하지만 한편으로 굉장히 공허한 공간이잖아요. 마음에 빈 공간을 안고 사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이 잠깐이라도 행복하거나 뭉클한 기분을 느꼈으면 했죠. 정작 앨범을 준비하면서는 저 자신이 슬럼프를 겪었어요. 어느 순간 음악이 압박감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았죠. 뭔가 멋있는 음악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랄까.


실제로 이진아의 음악은 화려하게 느껴져요. 코드도 복잡하고 연주 난이도가 높은 곡이 많았는데, 이번 앨범은 힘을 좀 뺀 느낌이에요.

그 말, 너무 듣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에서는 저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제 음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제가 일부러 그렇게 곡을 쓰는 건 아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는 좀 더 저 자신에게 솔직해지려고 애쓴 것 같아요.


팬데믹 기간에 개봉한 영화 <아이들은 즐겁다>의 음악감독을 맡기도 했어요. OST 작업이 이번 앨범에 준 영향이 있나요?

영화음악 전체를 맡은 건 처음이었어요. 영상에 맞춰야 하는 작업이 어렵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이번 앨범도 제가 생각하는 영상미가 있는데, 그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저는 제가 꼭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제 앨범에서도 저 혼자 빛나는 것보다는 일종의 통로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어요. 이번 앨범에서도 피처링이나 협업이 전보다 늘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이 놀러 간 곳은 망원동이에요.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데 망원동에 그런 숍들이 많아서요. 최근에는 호암미술관이 너무 좋았어요. 점점 미술에 관심이 많이 생겨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뭔가 더 기대해도 될까요?

송은이, 김숙 언니와 함께 캐럴을 준비하고 있어요. 서정적인 노래가 될 것 같은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TYLIST  윤이람  HAIR  한미래(오드샵)  MAKEUP  남유현(오드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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