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호

경험을 확장시키는 전시, 이지윤

세계 미디어 아트 신을 이끄는 아티스트 12팀의 대규모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 <럭스: 시적 해상도>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창이다. 이례적인 전시를 기획한 숨프로젝트의 이지윤 대표를 만나 관전 포인트와 좋은 전시의 필수 요소에 대해 물었다.

EDITOR 김수진 PHOTOGRAPHER 이기태

2003년 런던에서 현대미술 글로벌 플랫폼 숨프로젝트를 설립한 후 지난 20여 년간 국내외에서 100여 개의 현대미술 전시를 기획했다. 2014년부터 3년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렉터를 역임했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매일 수많은 전시가 쏟아지는 세상이다. 아트를 향한 시대의 갈망은 다채로운 형태의 전시로 발현되고 있다. 그 이면에 좋은 작품을 한데 모아 더 돋보이게 할 방법을 고민하는 전시 기획자가 있다. 어떤 작가의 무슨 작품을 어떻게 선보일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고찰 속에 예술은 진보하고, 관람객의 시야는 한층 더 확장된다. 이런 관점에서 근래 눈에 띄는 대규모 전시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숨프로젝트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2021년 불가리와 협업한 <컬러Colors>전, 올해 여름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토머스 헤더윅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소개한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에 이어 최근에는 카르슈텐 니콜라이Carsten Nicolai,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 드리프트DRIFT 등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12팀의 대작을 DDP에 모은 <럭스: 시적 해상도>를 선보였다. 2003년 런던에서 설립된 후 지난 20여 년간 주로 국내외 기업 및 기관과 협업하거나 건축, 디자인, 패션 등 다른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대중적이고 친근한 미술을 소개해온 숨프로젝트가 지향하는 전시는 무엇일까? 이지윤 대표에게 그 답을 들어보았다.



아마존 우림 속 거대한 양목면 나무를 마주한 경외의 순간을 표현한 실험적 예술 집단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의 ‘발견되지 않은 숲의 성역’.



<럭스: 시적 해상도> 전시의 첫 번째 방을 채운 베를린 기반의 아티스트 카르슈텐 니콜라이의 ‘유니 컬러’.


<럭스: 시적 해상도>는 2021년 런던에서 개최한 <럭스: 현대미술의 새로운 물결>의 두 번째 전시입니다. 한국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럭스: 시적 해상도>는 지난 30여 년간 미디어 아트 신을 이끌어온 국내외 주요 아티스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전시입니다. 새로운 미디어를 재료로서 실험하고,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동시대 최고의 현대미술 작가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기에 국내에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런던 전시와 차별되는 한국 전시만의 특징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일단 아티스트 라인업이 다릅니다. 총 12팀을 소개하는데, 런던 전시의 주요 작가는 5팀이 참가했고 7팀의 새로운 아티스트를 초대했습니다. 네덜란드의 드리프트, 런던 기반의 마시멜로 레이저 피스트Marshmallow Laser Feast 등이 새롭게 합류했죠.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차이가 있습니다. 런던 전시가 현대미술에서 미디어 아트의 위치와 영향력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한국 전시는 미디어라는 재료를 통해 작가들이 전하고자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전시를 아직 보지 못한 관람객들에게 관전 포인트를 짚어주신다면요?

이번 전시는 미디어 아트 숲을 거닐며 자연을 떠올리고 명상하는 시간을 갖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한 전시입니다. 각각의 방에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는지 충분히 경험해보길 바랍니다. 전시장 내에 방석, 벤치 등을 배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를 주최·주관한 숨엑스는 숨프로젝트가 설립한 전시 플랫폼입니다. 이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숨엑스는 대규모 전시를 진행하는 데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회사의 필요성을 느껴 설립한 플랫폼입니다. 앞으로 숨엑스를 통해 국내외 유수 작가들의 블록버스터 전시를 주로 선보이려 합니다. 단순히 해외 전시를 소개하는 것 이상으로, 전시 자체를 기획하고 운영까지 모두 진행하는 전시 토털 플랫폼으로 운영할 생각입니다.


숨프로젝트가 추구하는 전시에 대해 들어보고 싶습니다.

컨템퍼러리라는 동시대성 개념에 중점을 두고 다양한 예술 형태와 분야를 융합해 현대 예술을 새롭게 경험하고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회화 전시를 넘어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가, 작품, 주제를 소개하고, 이로써 새로운 형태의 전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합니다.


그렇다면 좋은 전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람객의 감정과 생각을 자극해 예술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보는 이의 참여와 공감을 유도하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려주세요.

미술과 기술, 문화와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예술가들과 협력해 창작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좋은 전시를 선보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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