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11월호

New Resorts’ Standard

팬데믹이 멀리 물러난 지금, 전 세계의 주요 리조트 그룹과 실력 있는 데커레이터들이 숨죽이며 준비해온 리조트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저마다 다른 컨셉트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휴양을 선보이는 세계 곳곳의 최신 리조트들.

GUEST EDITOR 박지혜

AMERICA & CENTRAL AMERICA


WILDFLOWER FARMS
‘와일드플라워 팜스’ 리조트가 자리한 뉴욕 근교의 가디너 지역은 거대한 샤완검산과 허드슨강을 끼고 있는 아름다운 시골 마을이다. 이곳 주민이었던 한 부부가 56헥타르에 달하는 옛 나무 양묘장을 구입한 것이 리조트의 시작으로, 이름처럼 실제로 소규모 화훼 농장의 기능도 겸하고 있다. 띄엄띄엄 지은 오두막 형태의 객실은 야생 풀이 자라는 구불구불한 초지 위에 자리한다. 언뜻 시골집의 소박한 창고 같아 보이지만 이 지역의 목재로 마감한 안팎, 자연의 빛깔을 담은 소품들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각 객실에 딸린 테라스에는 삼나무 욕조가 마련되어, 시시각각 변하는 숲의 정취를 만끽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CLAY’ 레스토랑에서는 직접 기른 재료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 aubergeresorts.com/wildflower-farms

NAVIVA, FOUR SEASONS
멕시코의 반데라스만 북단에 자리한 푼타 미타 지역은 축복받은 날씨 덕에 멕시코의 숨은 휴양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나비바 포시즌스’는 1999년에 개장한 기존의 포시즌스 리조트 푼타 미타를 확장한 리조트로 지난해 겨울 문을 열었다. 15개의 텐트 객실로 이뤄진 이곳은 ‘자신과의 대면’이라는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성인들만을 수용한다. 누에고치 모양의 목재 구조물을 뼈대로, 미래지향적인 기술을 도입해 지은 텐트는 숙박객들을 위해 완벽한 은신처 역할을 한다. 독특한 점이 있다면, 이 지역에 오랫동안 거주해온 마야인들의 전통과 유산을 하나의 심도 깊은 체험 프로그램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테마즈칼temazcal’이라 불리는 일종의 멕시코식 전통 사우나를 비롯해 진흙 마사지, 하타 요가, 샤먼이 이끄는 소리 치유 프로그램 등 이색적이고 도전적인 프로그램이 그 핵심이다. 각 텐트에 마련된 테라스에서는 가끔씩 혹등고래가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를 조망할 수 있고,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거나 별을 관찰하며 낭만적인 밤을 즐길 수 있다. fourseasons.com/naviva

HACIENDA ALTAGRACIA
‘하시엔다 알타 그라시아’ 리조트는 2021년 겨울, 코스타리카에서도 첩첩산중인 탈라만카산맥 기슭에 문을 열었다. 리조트에 닿기 위해서는 꽤나 고된 여정이 필요하지만, 도착하는 순간 대자연이 주는 평온함 속에서 곧장 안도할 수 있다. 코스타리카 원두로 만든 고소한 커피나 농장에서 직접 딴 과일주스를 웰컴 음료로 제공하며, 나비와 벌새, 칠면조 독수리가 떠들썩하게 방문객을 환영한다. 야자나무와 커피나무, 선인장이 두루 관찰되는 개인 빌라 ‘카시타’ 역시 편안하고 호화롭지만, 이 리조트의 백미는 자연과의 교감 그 자체다. 정글 탐험 프로그램부터, 탈라만카산맥 하이킹, 서핑 강습 프로그램, 커피 농장 체험까지 도시 사람들을 일깨워줄 세심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어린이 전용 풀을 포함해 리조트 전체에 3개의 풀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 승마장에서 열리는 승마 강습, 남미 요리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쿠킹 클래스와 레스토랑도 매력적이다. aubergeresorts.com/altagracia


MIDDLE EAST & ASIA

BANYAN TREE ALULA
‘반얀트리 알룰라’ 리조트가 위치한 고대 도시 헤그라는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사막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역이다. 이 지역은 고대 나바테아인Nabataean 의 본거지로, 사막 바위를 깎아 만든 100여 개의 암석 무덤군이 있어 고고학적인 가치로도 주목받는다. 그중 반얀트리 알룰라가 위치한 알룰라 아시르 계곡은 과거 향 교역로의 교차로이자 오아시스가 있던 곳으로, 수백 개의 모래 바위가 우뚝 솟아 숨막히는 절경을 연출한다. 주변의 바위, 모레와 동일한 색의 캐노피가 덮인 각 빌라는 마치 장엄한 자연을 향해 낮게 몸을 엎드린 듯한 모습이다. 14개를 제외한 모든 빌라에 프라이빗 풀이 설치되어,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을 바라보며 안온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암각화가 새겨진 주변의 암석을 돌아보는 ‘암석 아트 트레일’, 천문학자가 안내하는 ‘별자리 항해 프로그램’ 등 이색 체험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운영한다. banyantree.com/saudi-arabia/alula


INTERCONTINENTAL KHAO YAI RESORT
동남아시아 사람들의 은밀한 휴가지였던 태국 북부의 카오야이 지역은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인 리조트 체인들이 앞다퉈 신상 호텔을 선보이는 새로운 격전지가 되어가고 있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건, 인터콘티넨탈 그룹이 지난해 연말 선보인 ‘카오야이 리조트’다. 그 콘셉트는 ‘열차 업사이클링’. 일견 진부한 콘셉트일 수 있지만,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조경가인 빌 벤슬리Bill Bensley의 손길을 거쳤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가 태국 전 지역에서 수집한 폐열차들은 빈티지한 미감과 섬세한 장식으로 태국 특유의 럭셔리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로 거듭났다. 특히 각 객실은 마치 오리엔탈 특급 열차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연상케 한다. 객실의 창문은 태국 각지의 풍경을 담아 디자인한 섬세한 벽지로 마감했고, 짐 톰슨의 실크로 만든 다양한 텍스타일로 태국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모든 객실에 야외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이 자리하며, 일부 풀빌라 객실에는 발코니, 테라스와 더불어 프라이빗 풀도 마련되어 있다. 재즈를 테마로 다양한 주류를 제공하는 ‘빠삐용 바’, 프랑스 요리를 선보이는 ‘푸아로 브라세리’,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는 ‘캐리지’ 등 다채로운 공간이 이곳에서의 휴가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ihg.com/intercontinental


HOSHINO RESORTS KAI YUFUIN
다소 번잡한 오이타현 유후인의 중심 지역에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유후산의 비경을 배경 삼아 계단식 논이 펼쳐지는 유후인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일본 전역에서 각 지역의 전통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온천 료칸 ‘카이Kai’를 전개하고 있는 ‘호시노 리조트’가 유후인에서 선택한 장소가 바로, 오랜 농경문화의 전통이 잘 살아 있는 ‘계단식 논’ 바로 그 곁이다. 설계를 맡은 유명 건축가 구마 겐고는 “계단식 논에서는 계절의 변화가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이 점에서 일본 정원보다 더 큰 만족감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작은 저수지에 비치는 유후산의 실루엣, 사시사철 그 빛과 모습이 변해가는 논의 정경이야말로 이 리조트의 ‘핵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객실은 총 45개이며, 스위트룸은 세 채로, 계단식 논의 전망을 볼 수 있는 타입과 상수리나무 전망에 프라이빗 노천 온천을 갖춘 룸으로 나뉜다. 오이타현의 전통 대나무 공예를 접목해 만든 헤드보드와 소파, 이 지역 사람들이 자연 조명으로 사용해온 ‘반딧불이 바구니’에서 영감을 얻은 조명 등이 설치된 ‘카이 시그니처 룸’도 한 번쯤 경험해볼 만하다. hoshinoresorts.com


RISSAI VALLEY, A RITZ-CARLTON RESERVE
세계적 호텔 체인 ‘리츠 칼튼’은 때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간직한 지역을 매입해 이른바 ‘리츠 칼튼 리저브’라는 이름의 리조트 컬렉션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 9월 새롭게 선보인 리조트는 중국 서부의 칭하이성 티베트고원, 주자이거우 계곡에 자리한다. 주자이거우 계곡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과 세계 생물권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눈 덮인 산맥과 숲의 절경 속에 야생동물들이 은거하는 고요한 장소다. 모든 건축물은 이 지역의 전통 건물 형태에서 영감을 받아 현지 재료로 지어졌으며, 그 특별한 풍경을 반영하기 위해 토착 식물들로 정원을 조성했다. 인도네시아의 전설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고故 자야 이브라힘Jaya Ibrahim은 이 지역의 호수와 얼음, 폭포와 숲에서 착안한 아름다운 빛깔로 객실을 꾸미는 한편, 토착민들의 전통 공예품으로 마지막 터치를 더해 티베트 문화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곳에서 가장 추천할만한 경험은 뭐니뭐니 해도 ‘리사르 스파’다. 티베트 철학에 영감을 받은 고대의 치유 방식을 경험할 수 있으며, 싱잉 볼로 그 시작과 끝을 알리는 명상 프로그램은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ritzcarlton.com


EUROPE

MANDARIN ORIENTAL, COSTA NAVARINO
‘만다린 오리엔탈 코스타 나바리노’는 그리스 남단,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펠로폰네소스반도 남동쪽 해안에 2023년 9월에 문을 열었다. 객실은 모두 계단식으로 설계한 언덕에 은밀하게 파묻혀 있는데, 프라이버시와 자연의 결을 모두 존중하는 건축적 독특함이 엿보인다. 이는 오랜 문명의 땅에 리조트를 연 건축주가 의도한 것으로, 서부 펠로폰네소스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들의 미션이었다. 이를 위해 리조트 조성 단계에서 이 지역에 2700그루의 올리브나무와 50만 그루의 토착 관목을 식재했다는 후문이다. 99개에 달하는 스위트룸은 단독 빌라 형태로, 모두 프라이빗 풀과 너른 야외 덱을 갖추고 있어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나바리노만 근처에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가 즐비하고, 아름다운 금모래 해변이 있어 유럽 내에서 새로운 럭셔리 휴양지로 각광받는 중이다. 바이킹, 카이트 서핑, 와인 마스터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해 지루할 틈 없는 휴가를 즐길 수 있다. mandarinoriental.com

ANANTARA CONVENTO DI AMALFI GRAND HOTEL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적인 여름 휴양지로 급부상한 아말피 해안. 이곳에서의 숙박은 이탤리언 특유의 거칠고 소박한 매력이 살아 있는 에어비앤비나 부티크 호텔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지만, 이곳에도 대형 리조트 그룹이 세심하게 공들인 럭셔리한 호텔들이 존재한다. 올해 5월 문을 연 ‘아난타라 콘벤토 디 아말피 그랜드 호텔’이 바로 그런 곳이다. 호텔의 이름 ‘콘벤토’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아말피 해안의 절벽에 위치한 랜드마크인 카푸친 수도원을 세심하게 개조해 완성했다. 13세기, 바로크양식으로 지어졌던 수도원의 건축적 특징인 마골리카 바닥과 대리석 제단 등을 그대로 보존했고, 오랜 복원 작업을 통해 건물 전면부 역시 기존과 동일한 재료와 색으로 마감했다. 52개의 객실 역시 수도원의 수녀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공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기존 건물의 구조인 둥근 아치형 천장과 석회벽을 살려 소박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현대적인 가구와 컬러 악센트, 무엇보다 지중해의 눈부신 풍광이 방 안 가득 화사함을 불어넣는다. anantara.com

VILLA MABROUKA
모로코는 많은 이에게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마조렐 정원, 그가 사랑한 은거지로 기억되는 곳이다. 그가 수많은 예술가 친구를 초대해 시간을 보냈던 바로 그 집, ‘빌라 마브로카’가 2021년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 이 아름다운 저택을 호텔로 변신시킨 주인공은 영국 현대 디자인의 아이콘인 테런스 콘란의 아들이자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재스퍼 콘란Jasper Conran이다. 그는 이미 2017년 마라케시에 ‘마라케시 호텔L'Hôtel Marrakech’을 선보이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디자인 콘셉트의 핵심은 모로코 전통의 디자인 요소에 영국의 소박한 시골집 무드를 결합시키는 것. 그는 이브 생 로랑이 꾸민 디자인의 뼈대를 그대로 남기되, 곳곳에 영국 디자인 특유의 단정하고 감각적인 면모를 더했다. 12개의 객실은 각각의 테마와 컬러를 정하고, 곳곳에 1930년대 빈티지 조명, 모리타니 양탄자, 벨벳 의자 등으로 장식해 우아하고 귀족적인 휴양지 분위기를 연출했다. 레몬나무, 수국, 부건빌리어 등 이브 생 로랑이 사랑한 이국적인 식물들로 가득한 정원이 이곳의 하이라이트. 작은 수영장과 산책로도 있어 모로코의 뜨거운 햇살과 지저귀는 새소리 속에서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 villamabrouka.com

SIX SENSES CRANS-MONTANA
럭셔리 리조트의 새로운 표본으로 성공을 일군 식스 센스 리조트가 스위스에 그룹 최초의 산악 리조트를 오픈했다. 리조트가 위치한 크랑몬타나는 한국에선 다소 낯설지만, 유럽의 부호들이 헬기를 타고 찾는 겨울 휴양지이자 산악 트레일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이 마을의 특징은 해발 1500m에 위치하지만 연간 일조 시간은 북유럽 평균보다 약 30% 더 길어 연중 300일가량 ‘지중해성기후’를 즐길 수 있는 휴가지라는 것. 무엇보다 백미는 겨울에 리조트에서 즐기는 스키다. 해발 3000미터의 플랑 모르테 빙하에서 리조트까지 약 12km가량의 스키 슬로프가 이어져 있으며, 현장의 스키 컨시어즈가 스키 보관 및 발레, 튜닝 서비스 및 수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뭐니 뭐니 해도 산악 리조트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로 수영장과 스파를 빼놓을 수 없다. ‘식스센스 크랑몬타나’는 2000m2의 실내 풀을 비롯해 루프톱 수영장을 갖췄으며, ‘바이오핵 리커버리 라운지Biohack Recovery Lounge’에서 스마트 기술로 몸의 회복을 돕는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을 비롯해 어린이를 위한 스파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sixsens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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