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WEEK x 아티스트 고휘

소리와 시각. 평행선에 놓인 듯한 2가지 감각을 하나로 풀어내는 오디오 비주얼 아티스트 고휘. ‘론진 스피릿 플라이백’의 정교하고도 섬세한 무브먼트와 공명해 다시 한번 공감각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다.

EDITOR 이호준

오디오 비주얼 아트를 선보이는 고휘는 시각과 청각, 2가지 감각을 기분 좋게 자극하는 다면적 방식을 탐구하는 아티스트다. 그는 소리를 감각하는 행위에 집중해 소리와 연결되는, 혹은 연결될 수 있는 다양한 ‘관계’에 주목한다. 또한 작품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과 이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의 관계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주로 자연현상이나 형태, 운용 방식에서 영감을 받아 알고리즘을 설계해 이를 소리와 시각이라는 감각과 연결하는 데 주력해왔다. 고휘는 2016년 미디어 아트 축제인 ‘WeSA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2021년 ‘뮤테크 페스티벌 몬트리올’, 2018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쳐 참여한 ‘액트Act 페스티벌 등에서 신예 미디어 아트 작가로서 명성을 탄탄히 쌓아왔다. 나아가 국내외 전시 및 퍼포먼스에서도 활발한 행보를 자랑한다. 2021년 ‘서울라이트’, 같은 해에 열린 LG OLED TV를 소재로 진행한 사치 갤러리에서의 단체전은 물론, 작년에는 현대자동차에서 선정하는 제로원ZER01NE 크리에이터로 활약하는 등 대중과 브랜드의 러브 콜을 받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올해 4월 24일, 디자인하우스 모이소에서 열리는 럭셔리 위크에서 론진과 함께하는 그의 신작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론진 스피릿 플라이백’ 워치에서 모티프를 얻어 자유롭게 구현한 그만의 공감각 예술 세계에 대해 미리 엿보는 시간을 가졌다.



‘오디오 비주얼’이라는 장르의 명칭만 접했을 때는 장르에 대한 정의가 다소 포괄적으로 느껴집니다. 작가님께서 구축하고 있는 오디오 비주얼 아트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의 발전이 예술과 결합하면서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의 흐름이 도래했습니다. 오디오 비주얼 아트 또한 실시간으로 시각과 청각을 연결 짓는 여러 수단이 생겨나며 발전하고 있는 분야예요. 다만 오디오 비주얼 아트를 몇 단어 혹은 몇 문장을 통해 정의해야 할 경우, 작가의 의도와 사유의 범위에 따라 그 경계와 정의가 모호해지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시각과 청각, 즉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에 대한 ‘관계성’을 표현하는 장르라 설명합니다. 소리와 음악은 은유적이지만, 시각은 다분히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다 보니 두 요소가 굉장히 대비되는 영역에 놓여 있어요. 그래서 어떻게 2가지 감각을 연결할 것인지, 그리고 이런 과정 속에서 작가가 특정한 알고리즘을 제작해 두 감각이 어떠한 구조로 하나의 덩어리를 이뤄낼 수 있는지를 표현하는 장르라 말하죠. 단편적인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정의를 찾아나가는 분야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관계’라는 단어가 작업에서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로 보입니다.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치 한 명의 DJ가 되는 듯한 ‘퍼포밍’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오디오 비주얼 아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사실상 퍼포먼스의 형태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인스톨레이션이라는 수단을 통해 보여주기도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음악과 영상을 디제잉이라는 매개를 통해 2가지 감각을 서로 대등하고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셈이죠. ‘관계’는 제게는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르적으로도, 주제적으로도 말이죠. 앞서 말한 두 감각의 공존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소리와 시각을 긴밀하게 이어내기 위해 중요한 부분은 관계의 타당성이라고 봅니다. ‘소리의 특정 요소가 어떠한 이유로 시각과 호응할 수 있는가?’라는 의미예요. 그렇기에 어느 작업에서는 소리의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시각으로 변환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시스템을 설계해 거기서 방출되는 시그널에 두 요소가 반응하게도 하는 등 여러 방식을 시도하고 있어요.


소리를 활용하는 오디오 비주얼 아트에서 ‘시간’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럭셔리위크 전시도 <IN TIME>, 즉 시간에 대해 논하는 자리입니다. 작가님께 시간은 어떠한 의미인가요?

제 모든 프로젝트에서 ‘시간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예요.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는 ‘소리’를 인식할 수 없으니까요. 결국 시간이 존재해야 진동을 통해 소리가 탄생하고, 시각적인 여러 요소 또한 시간과 소리가 있어야 일련의 흐름을 전달하는 미디어 아트로 거듭날 수 있으니까요. 그러한 의미에서 시간은 곧 제 작품의 ‘생명력’과 직접적으로 결부됩니다.


이번 <IN TIME> 전시에서 선보일 프로젝트는 ‘론진 스피릿 플라이백’ 워치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는데요. 어떤 점에서 모티프를 얻었나요?

시계는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제가 선보이는 작업도 알고리즘이라는 명확한 구조를 짓는 행위를 기반으로 합니다. 골격이 되는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고 제어하는지에 따라 청각적, 시각적 요소들을 그 안에서 때로는 예측 불가능하게 다루기도 하고 때로는 무작위하게 다루기도 합니다. 저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변주를 펼치는 거죠. 저는 ‘론진 스피릿 플라이백’ 워치 속의 정교하고도 세심하며 또 우아하게 이뤄지는 시침과 분침의 무브먼트에서 작업의 시작점을 발견했습니다.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시계라는 작은 세계에서 마치 생태계에서나 느낄 법한 역동하는 에너지가 존재하는 듯한 인상을 받기도 했고요. 이러한 점을 작업의 기초로 삼았어요.


작업 중인 영상을 보았을 때, 분명 하얀 캔버스에 투사하는 비디오가 반복적인 형태로 전개되지만, 동시에 기하학적으로 변주하는 모습도 함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반복과 변주는 얼핏 양가적 성격을 띠는 것이 아닌가?’라는 궁금증이 들었는데요. 이번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신작은 ‘소리의 반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시간을 담는 시계도 반복적인 운동성을 지녔죠. 하지만 시계가 표현하는 시간 속 우리의 삶을 보면, 1년 365일의 반복, 낮과 밤의 교차가 연속적인 나날에서도 매번 다른 하루를 살아갑니다. 알고리즘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도 얼마든지 변주할 수 있다는 이야기예요. 이번 작품은 바로 이러한 지점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한 것입니다. 저는 제 작품을 ‘악보’라고 불러요. 악보를 만들기 위해선 음의 빠르기나 세기 등 분명한 규칙을 부여해야 하지만 음표와 속도, 강도는 분명 변주할 수 있는 요소로 자리합니다. 기하학적인 부분을 시각적으로 활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기하학도 얼핏 예측하지 못하는 형태가 연속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특정한 규칙성이 숨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녹여보고자 한 것이죠.


작가로 활동해온 7년의 시간 동안 많은 브랜드와 커머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럭셔리 그리고 론진과 함께 준비한 이번 전시 <IN TIME>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한때는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꽤 진행했었습니다만, 최근 1~2년간은 별도의 커머셜 작업을 진행하는 대신 저의 의지와 아이디어로만 구성하는 오리지널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경제적으로는 풍족해질지 모르겠지만 ‘과연 내가 행복하게 살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이번 럭셔리위크 전시는 그간 제가 해온 프로젝트와도 분명한 연결점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의 세계를 훼손하지 않고 포용하면서도, 내가 헤쳐나가야 할 또 하나의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시계가 지닌 ‘반복’과 ‘변주’를 표현한 이번 프로젝트가 제게는 또 하나의 연속적인 프로젝트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PHOTOGRAPHER 이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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