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6년 6월호

K-BEAUTY CREATORS : 김지윤 스튜디오 김지윤 대표

기술과 디자인 사이, 숨은 디테일까지 디자인하는 사람들. 
제조 회사의 인하우스 디자이너를 거쳐 광고 회사 HSAD에서 광고 전략을 익힌 뒤, 2018년 김지윤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뷰티 디바이스, 가구, 전자 담배, 피트니스 장비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아우르면서 브랜드의 언어를 다루고, 제품과 패키지를 디자인하며, 공간을 설계한다.

EDITOR 박지윤 GUEST EDITOR 박은아 PHOTOGRAPHER 윤선웅

딱딱한 이미지의 헤어 세팅기를 미니멀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변신시킨 ‘차홍 볼륨 컬러’.


뷰티 디바이스 디자인부터 요거트 브랜드 리브랜딩, 욕실 수전, 고양이 타워 디자인까지. 포트폴리오 스펙트럼이 실로 다채롭습니다. 카테고리에 경계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데,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와 협업을 결정하시나요? 저희가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온 ‘Communication Centric Contextual Design’이 기준입니다. 좋은 제품과 브랜드, 마케팅은 별개로 움직일 수 없다는 관점이죠. 그 결과 제품 디자인과 패키지 디자인은 물론 광고 기획까지 역할이 자연스럽게 확장되어왔습니다. 물론 처음 접하는 분야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초기 스터디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듭니다. 최대한 많은 제품을 직접 써보고, 시장분석 리서치와 다른 사용자들의 후기를 폭넓게 살펴봐야 하니까요. 그럼에도 짧은 프로젝트 기간 안에 클라이언트보다 더 깊은 인사이트를 갖기는 솔직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집중하는 것은 지식과 경험 자체보다 다양한 산업을 다뤄온 시각에서 나오는 새로운 ‘관점’입니다. 폭넓은 산업 경험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다른 분야의 솔루션을 융합하는 데 실질적인 힘이 됩니다. 뷰티 용기 디자인 같은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뷰티 브랜드 클라이언트의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전체 프로젝트의 30~40% 정도입니다. 대부분 국내 클라이언트고, 연간 세 건 정도는 유럽·북미·중국 뷰티 브랜드와 협업합니다.


메디큐브의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미니 플러스’. 메디큐브와 함께 이 같은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메디큐브와의 협업이 특히 인상적입니다. 뷰티 디바이스에서 ‘신뢰감’과 ‘친근함’은 종종 충돌하지요. 메디큐브와의 협업에서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았나요? 메디큐브는 마케팅 역량과 소비자 소통 방식이 이미 탁월한 브랜드였습니다. 제품 디자인만 완성되면 그 균형이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래서 파팅 라인(분할 면)을 최소화하고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는 방식으로 브랜드 페르소나를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본질적인 기능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도록요. 그것이 신뢰감과 친화성을 동시에 푸는 방법이었죠.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을 통해 그 부분을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


이미 검증된 제품인 ‘부스터 프로’를 ‘진화’시키는 작업, ‘부스터 프로 미니’ 제작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메디큐브 제조사 APR의 시장 데이터와 새로 정의하고자 하는 디자인 언어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메디큐브 고유의 물방울 형태 조사구를 유지하면서도 직관적인 조형으로 정리하는 과정은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결국 기능은 단순화하면서도 롤러, 클렌저와 결합되는 형태로 발전시켜 강력한 제품 스토리를 만들었고, 관련 제품들 역시 iF 어워드를 수상했습니다.


차홍 볼륨 컬러 디자인 스케치.


홈 뷰티 디바이스 시장, 지금은 기술이 디자인을 이끄나요, 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나요? 아직까지는 기술 검증 이후 디자인이 들어가는 구조가 대부분이에요. 고주파, 초음파 같은 기술은 작용이 눈에 보이지 않고, 피부과 시술 경험을 집으로 옮겨오는 형태에 가깝습니다. 기술이 먼저일 수밖에 없는 구조죠. 다만 ‘아직까지는’이라고 한 이유가 있습니다. 시장이 성숙하고 세분화될수록, 다른 산업들처럼 디자인이 기술을 이끄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벌 론칭을 전제로 디자인할 때, 국내 프로젝트와 달리 고려하는 지점이 있나요? 하나의 제품이 더 다양한 문화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 가장 도전적인 부분입니다. 다만 ‘좋은 물건’의 기준은 보편적이라고 생각해요. 결국 브랜드와 균형을 이루는 더 나은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이 답입니다.


김지윤 스튜디오 김지윤 대표


‘좋은 디자인이다’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 기준이 있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가’, ‘내가 선물할 만한가’. 어워드 수상이나 판매 성과보다 이 질문이 늘 먼저입니다. 디자인의 완성도는 비싼 소재가 아니라 집요한 마무리에서 결정됩니다. 제품 뒷면 각인의 타이포그래피, 어느 각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조형감…. 훈련되지 않은 눈엔 보이지 않지만, 반복해서 손에 쥐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먼저 느끼는 것이죠. 그 축적이 좋은 브랜드를 만듭니다.



HAIR & MAKEUP ARTIST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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