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ART> 2024년

[2024 ART_COLLECTOR] 저는 초보입니다만 강수정

이제는 ‘홍콩댁’으로 더 자주 불리는 방송인 강수정. 그녀가 꾸민 공간을 거닐고 있으면, 유년 시절의 아련한 추억이 마음에 내린다.

EDITOR 박이현 PHOTOGRAPHER 이창화

유귀미의 ‘Blue’(2022)와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의 ‘Genesis’(2022), 오타니 워크숍 작품 앞에 앉은 강수정.


강수정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 열풍의 시초라 불리는 방송인. 현재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tvN <70억의 선택>에 출연하고 있다. ‘홍콩댁 강수정의 이중생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개인 채널도 운영 중이다.



홍콩 리펄스 베이에 방송인 강수정의 컬렉션이 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멋진 바다 풍경과 미술 작품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고지대 컬렉션이라는 점에 잠시 질투가 났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달리 내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뿜어내는 바이브로 그득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마주한, 작품에서 불어오는 신선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하더라. 충만해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비결을 알려달라고 연신 졸랐으나 돌아온 건 “저는 초보예요”라는 답. 그런데 아니었다. 겸손함으로 무장한 강수정은 이제 막 컬렉팅을 시작했다고 이야기했지만, 간간이 건네는 말 속에선 분명 공력이 묻어났다.


SNS에 올라온 미술 관련 포스팅을 염탐하고 왔습니다.

본디 미술관과 박물관에 가는 일을 즐겨요.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컬렉팅에 관심을 두게 됐죠. 나만의 보금자리가 생기니까 흰 벽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미술품 소장에 열정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집에 좋아하는 작품을 가까이 두고 보는 기쁨이 멋진 전시장을 거니는 흐뭇함과 동일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고 있어요. 처음엔 회화를 선호했는데, 요즘엔 조각에 점점 눈길이 가요. 공간 분위기를 살아나게 하는 마력이 있다고 할까요?


잠시 집을 둘러봤는데, ‘동심’이란 단어가 떠올랐어요. 소년 소녀미美가 다가와서요.

결혼 전의 저는 수묵화 같았는데, 아들 제민이가 태어나면서 색채감이 살아났어요. 이를 대변하는 작품이 현관에 있는 울랄라 이마이Ulala Imai의 ‘Breakfast’(2021)인데···, 어머 사진기자님이 어떻게 알고 벌써 촬영하고 계시네요.(웃음) 제가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던 세대잖아요. 어렵게 만화를 찾아보던 그때의 경험이 영향을 미쳤나 봐요. 점점 화려한 색채에 끌리는 것을 보면. 비슷한 맥락으로, 고려 불화 기법이나 미야자키 하야오 등의 애니메이션과 비디오게임 속 요소가 담긴 김훈규 작가의 작품도 색이 주는 힘이 남다르죠. 작가는 2022년 프리즈 서울에 하이아트High Art 갤러리 소속으로 참여했는데,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유희진의 ‘Inner Peace’(2021).


홍콩에선 작가와 작품 정보를 어떻게 얻나요?

아트바젤 홍콩, 아트 센트럴 등의 아트페어,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 미술 전문 매체 등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이후 열심히 공부해서 후보를 정한 다음, 갤러리에 연락해서 자문을 구하고, 준비한 질문을 던지죠.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남편과 저의 마음이 같이 동하는 작품이어야만 구매합니다.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결정이 쉬웠어요. 남편이 리서치를 정말 잘하는데, 다행히 저에겐 거부권이 있답니다.(웃음) 그렇게 첫 번째로 컬렉팅한 작품이 고故 서세옥 작가의 ‘군무’로, 필력에서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힘과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져 소장했어요.


그런데 집에는 서세옥 작가의 작품이 보이지 않아요.

홍콩의 날씨가 굉장히 습하잖아요. 한지에 수묵으로 제작한 작품이어서 보관이 힘들었습니다. 서울에서 직접 가져온 작품이라 애착이 강했는데, 할 수 없이 다른 곳에 보내기로 했죠. 이곳에 이사 오자마자 한 일이 창문에 자외선 차단 필름을 붙이고, 제습에 신경 쓰는 것이었어요. 오랜 시간 집을 비워야 할 때는 작품을 보관 시설에 따로 옮겨놓습니다.


현관에 있는 울랄라 이마이의 ‘Breakfast’(2021).


컬렉션 면면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숨어 있는 듯해요.

이설화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려고 결심했을 때 유명 컬렉터와 경쟁 아닌 경쟁을 했어요. 그때 얼마나 간절히 기도했는지 몰라요. 작가와 갤러리에 그 작품을 얼마나 열렬히 사랑하는지 적극적으로 표출했죠.(웃음) 결과적으로 작품이 제 품에 안겼는데, 전교 1등 했을 때의 도파민이 솟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또 주방 식탁 맞은편에 있는 오타니 워크숍Otani Workshop의 ‘황금 아기상’은 아들과 닮아서 볼 때마다 귀여워요.


주방이 애착 공간이겠군요.

책장 위 곰돌이를 볼 수 있는 거실도요. 식탁에 저와 제민이가 앉는 자리가 있습니다. 여기선 다카노 아야Takano Aya, 딜런 솔로먼 크라우스, 유귀미 등의 작품이 한눈에 들어와요. 남편은 항상 반대편에 앉는데, 동심이 떠오르는 작품을 배경 삼아 남편과 아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절로 뭉클해져요.


마치 엄마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영혼의 양식을 채우는?

맞아요.(웃음) 거실 책장 꼭대기에 있는 노란색 곰돌이는 김홍석 작가의 작품입니다. 바로 아래 책장 칸에 가족사진 액자들이 서 있잖아요. 이를 한눈에 담으면 역시 기분이 묘해요.


김훈규의 ‘Too Cool for Shopping’(2022).


젊은 컬렉션이라 할 수 있는데, 눈여겨보고 있는 작가들이 궁금합니다.

<럭셔리>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려고 정리한 애정하는 작가들이 있습니다. 한국 작가로는 김훈규, 백향목, 영 리Young Lee, 유귀미, 유희진, 이설화 작가를 추천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자랑스러운 작가들이죠. 이들의 작품을 소장한 것이 저에게는 기쁨이자 영광입니다. 외국 작가로는 다카노 아야, 대니얼 크루스 처브Daniel Crews-Chubb,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Dylan Solomon Kraus, 에디 마르티네스Eddie Martinez, 오타니 워크숍, 파라 아타시Farah Atassi 등을 유심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컬렉터의 눈으로 본 최근 미술 시장은 어떤가요?

너무 빠르게 사고파는 것처럼 보여요. 초기엔 저도 투자 가치를 고려했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모두 감상하려고 구매한 작품들이에요. 작품들을 살펴보시면, 보관을 위한 처리를 하나도 안 했다는 걸 아실 겁니다. 많은 사람이 미술 작품을 재화 가치로 접근하는 현상이 안타까워요. 코로나 기간 때 특히 극심했는데, 지금은 예전부터 꾸준히 컬렉팅하던 분들만 남은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작품을 컬렉팅하는 게 미술에서 얻는 진정한 행복이 아닌지 조심스레 말씀드려요.


영 리의 ‘Nights of Uncertainty’(2022), 텐가원TENGAone의 ‘BMA / Scorpion’(2020), 김홍석의 ‘Bearlike Construction’(2017)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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