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9월호

[디자인스폿] 전통병과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다시금 한국의 전통적인 병과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이나 외국인에게 한국의 맛과 멋 모두 알려주고 싶다면 4곳의 공간이 해답일 것.

EDITOR 이나래 PHOTOGRAPHER 조재하

떡에 대한 진심으로 이어가는 가업, 1994 SEOUL

오색송편, 곶감·고소미단자, 견과류로 만든 정과로 구성된 3단합 추석 선물 세트.


정성스레 다과 차림 코스를 준비하는 이명재 대표. ‘1994 SEOUL 절기의 다과 코스’는 100% 예약제로 운영된다.


부모님이 떡집을 개업한 1994년에서 이름을 따온 ‘1994 SEOUL’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아침 따끈따끈한 떡을 뽑아내는 부모님의 성실함과 노고를 존중하며 시작됐다. 디자인을 전공하고 공부를 이어가던 이명재 대표는 가업을 잇고자 6년 정도 떡을 배웠다. 이때, 한국 전통 과자와 떡이 얼마나 우수한지를 깨달은 그는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한국 병과 문화를 널리 알리기 위한 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94 SEOUL’은 한국 전통의 24절기와 명절, 세시 풍속을 주제로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개발하고, 어울리는 차와 함께 다과 코스를 선보인다. 지치고 바쁜 일상 속에 다과 코스를 즐기는 80분만이라도 편안한 휴식을 얻고, 우리나라 전통 다과와 절기 문화를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생강 향이 매력적인 시그너처 메뉴 약과는 한번 먹어본 사람이라면 또 찾게 되는 매력이 있다. 오는 9월 추석에는 오색송편을 준비해 특별함을 더한다. 추석 이후에는 16번째 절기 ‘추분’을 주제로 한 가을 다과상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주소  마포구 성미산로23안길 20-12, 1~3층  문의  @1994seoul.yeonam, 0507-1361-6088



한 상에 가득 담은 정성, 김씨부인

 어울리는 차와 함께 곁들이는 ‘계절소반차림’ 한 상과 이를 준비하는 김명숙 대표.


공예 박물관에 온 듯 전통적이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로 시선을 사로잡는 이곳은 김명숙 대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식 디저트를 내는 공간이다. 음식 하는 것을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던 김 대표는 다소 늦은 나이에 한식 디저트를 배우기 시작했다. 명장으로 알려진 선생님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공부한 결과, 이제는 한식 디저트를 해외에 알리는 선봉장 역할을 할 정도가 됐다. ‘김씨부인’의 시그너처인 ‘계절소반차림’을 마주하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우리 반가 식문화의 ‘1인 독상 문화’에서 영감받아 품위 있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한 상 차림으로 절기에 따라 나는 제철 식재료를 공수해 한국의 오방색을 표현한다. 상을 받아들면 왠지 귀한 대접을 받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 사용하는 식기류 모두 하나의 작품인 덕이다. 고故 이세용 작가와 김상인 작가의 백자는 단아한 기품을, 현태주 작가와 이경한 작가의 다관과 찻잔은 은근한 멋을 자랑한다. 다양한 조합으로 1단 또는 2단으로 구성하는 선물 세트는 고급스럽게 포장돼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주소  서초구 서래로1길 8 트윈빌 B동, 2층  문의  @kimssibooin_korean_dessert, 0507-1386-5327



내 아이가 먹는 엄마의 한과, 다하미

다채로운 색감이 눈에 띄며 달큼하고 상큼한 맛을 조화롭게 구성한 다과상.



유기농 재료로 떡을 만드는 김세로나 대표.


믿을 수 있는 원산지의 유기농 재료를 활용해 내 아이들도 안심하고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운영하고 있는 ‘다하미’. 김세로나 대표의 네 아이들은 엄마를 ‘떡 선생님’이라 부른다. 과자나 젤리를 찾기보다 엄마의 금귤정과와 약과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이기에 더 건강하고 좋은 재료로 한과를 만들고자 애쓴다. 떡부터 인삼편정과까지 한식 디저트의 다양한 종류를 어우르면서 맛도 놓치지 않았다. 떡의 기본인 쌀은 해남 유기농 쌀을 사용하고 떡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매장에서 직접 하기에 믿음직스럽다. 호두, 대추, 유자 등의 재료로 속을 꽉 채운 곶감단지와 곶감말이는 고심해서 고른 완주 대둔산 흑곶감을, 섬세하게 꽃을 수놓는 인삼편정과는 금산 인삼을 활용한다. 추석을 맞아 손수 만든 국내산 녹두앙금이 가득한 꽃 송편 선물 세트도 준비하고 있다. 방부제와 화학 첨가물, 인공색소를 넣지 않아 보관 기간은 짧지만 바로 먹었을 때 풍미가 뛰어나기에 추석에 선물할 만한 좋은 먹거리를 고민한다면 주저 없이 추천한다.

주소  강남구 헌릉로618길 17, 1층  문의  @dahami_segok, 0507-1350-4936



전통과 현대를 잇는 오늘 병과, 단자리

고객이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다양한 선물 세트.


(시계 방향) 유자·팥 2단 양갱, 잣박산, 진달래꽃 다식, 배·오미자정과와 키위정과로 이뤄진 한 상.


 세심하게 선물 세트를 만드는 안소연 대표.


푸드 콘텐츠 기획자 출신인 안소연 대표는 한식 디저트가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간편한 간식처럼 자리 잡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 순간 전진하고 있다. ‘관혼상제’ 때나 접하던 한국 전통 병과에 현대적 감성을 담아 이색적인 한식 디저트로 재탄생시키는 것. 쌀로 만든 파운드케이크, 팥앙금에 발로나 카카오를 더한 팥초코 맛 상투과자, 참깨와 캐러멜을 섞은 이색적인 수제 양갱 등이 ‘단자리’의 시그너처 메뉴다. 한국 사람들이 매일같이 한복을 입지는 않지만 때때로 한복을 입기도 하는 것처럼, 모두가 전통 가옥에 살지는 않지만 한옥 인테리어는 종종 즐기는 것처럼, 한국 전통 병과라는 뿌리는 가져가되 요즘 시대와 어울리는 스타일로 많은 이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았다. 소수 정예 클래스를 운영하는 작은 공방으로 시작한 매장이 기업 의뢰로 선물 세트를 만들거나 기념 답례품을 만드는 등 점차 규모가 커졌다. 한식 디저트는 차와 곁들여야 가장 잘 어울릴 듯하나 안 대표의 색다른 추천은 바로 위스키. 일부 병과는 술상에 오르기도 했던 만큼 꽤 좋은 페어링이 된다고 귀띔한다.

주소  은평구 녹번로70, 2층  문의  @dan.zari, 070-8018-8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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