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9월호

‘뽈레’ 황대산 · 김류미 대표, ‘진짜’들만 아는 맛집 지도

맛집 앱이 넘쳐나는 시대, 입소문만으로 12만 명의 유저를 모은 앱이 있다. 바로 ‘뽈레’다. 2017년 오픈 이후 광고 없이, 투자 유치 없이, 오직 유저들의 애정 속에 성장한 뽈레의 비결.

GUEST EDITOR 이기원 PHOTOGRAPHER 박용빈

(왼쪽부터) 황대산·김류미 대표. 황 대표는 미국에서 수학을 공부하다 개발자의 길을 택했고, 김 대표는 출판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뽈레의 성장을 이뤄냈다.


황대산 대표와 김류미 대표가 처음 만난 건 2016년 즈음이었다. 미국 유학을 끝내고 국내에 돌아와 IT 컨설팅을 하던 황 대표는 온라인 출판 사업을 준비하던 참이었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 수는 있었지만 이걸 제대로 알리는 일은 서툴렀다. 마침 신문에서 김류미 대표의 칼럼을 읽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이 담겨 있는 글이었다. ‘이 사람과 일하면 좋겠다’ 싶어 따로 연락해 만난 것이 듀오의 시작점이었다. “처음에 준비했던 건 책 추천 서비스였어요. 베타 서비스까지 론칭한 상태였는데, 그해 도서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걸 보고 사업 방향을 완전히 틀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의 ‘뽈레’입니다. 저희 둘 다 책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음식이었거든요.”

초기에는 오직 초대로만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게 했다. 맛집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 맛집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을 타기팅한 것이다. ‘음식에 진심인 사람들은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맛집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작은 판만 깔아주면 기꺼이 자신들의 정보를 기록할 것’이라는 발상이었다. “간단한 홈페이지만 하나 만들어놓고선 신청을 받았는데, 너무나 많은 분이 신청해주셨어요. 저희도 놀랐죠. 이렇게 신청이 많다는 건 수요가 있다는 뜻이었으니까요.”

론칭 이후 맛집에 진심인 사람들이 뽈레에 모여들었고, 이들이 남긴 솔직하고 신뢰도 높은 리뷰가 쌓이면서 라이트 유저들이 모여들었다. 게다가 뽈레는 SNS 형태로 만들어진 서비스라 특정 유저를 팔로우할 수 있다. 광고성 계정들은 팔로워 확보가 힘들고, 자연스럽게 신뢰도 높은 정보들이 더 주목받는 시스템이다. 이런 데이터 신뢰성이야말로 뽈레의 강점이다. 황 대표는 말했다. “한국에서만 매년 셀 수 없이 많은 식당이 새로 생기는데, 이 데이터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하지만 뽈레는 유저들이 직접 등록하고 평가하니 항상 최신 정보를 유지할 수 있죠.” 취향이 맞는 사람들이 모이니 유저들끼리 오프라인에서 만나 맛집 투어를 다니고, 유저들이 직접 계간 잡지도 만드는 동화 같은 일들도 일어났다. 하지만 벌써 론칭 7년차 서비스다. 이제는 외형적인 확장을 꿈꿀 때도 되지 않았을까. 홍보와 마케팅으로 가입자 수를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으고, 서비스를 더욱 확대하고, 회사를 팔아서 엑시트하는 것.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논리다. 하지만 뽈레는 정반대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한 오프라인 모임 현장.


“빠른 성장보다는 서비스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두 사람은 말한다. 실제로 뽈레는 꽤 유명한 앱임에도 기사 한 줄 찾기가 어렵다. 대규모 투자 유치나 공격적인 마케팅 대신, 유저들의 입소문을 통해 천천히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이는 황 대표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저 자신이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도 거의 매일 유저로서 뽈레를 쓰는 걸 보면, 제 꿈을 실현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철학은 뽈레만의 독특한 커뮤니티 문화를 만들어냈다. 김류미 대표는 “뽈레는 개인이 온전히 자신의 콘텐츠로 남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뽈레에서는 맛집 정보 외에도 요리 사진, 식당 소식 등 다양한 미식 관련 콘텐츠가 공유된다. “출판 편집자로 일할 때는 한두 명의 저자만 관리했지만, 지금은 수천 명의 저자를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유저들이 자신의 콘텐츠로 타인과 만나는 공간을 만드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쁨이에요.”

최근 뽈레는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아직 구체적인 기업명은 밝힐 순 없지만, 국내외 대기업과의 협업이 임박했다. 뽈레 유저들의 순도 높은 리뷰는 그 자체로 엄청난 데이터베이스이기 때문이다. 해외 진출 계획도 구체화되고 있다. 최근 유럽 여행을 다녀온 황 대표는 현지 맛집 앱들의 한계를 보면서 뽈레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한다. ‘저들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실제로 파리와 뉴욕 같은 유명 도시에는 뽈레 유저들이 리뷰를 남긴 레스토랑이 상당수다. 특히 일본의 경우 뽈레에 등록된 레스토랑만 1만 개가 넘는다. 하긴, 미식에 대한 열정은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인터뷰 말미에 굳이 물었다. 책이 발행될 즈음인 가을 초입에 어울리는 맛집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두 사람 모두 서촌의 타이 음식점 ‘호라파’를 꼽았다. 파인다이닝처럼 비싸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환대받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화려한 맛집 정보의 홍수 속에서 뽈레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그와 같은 이유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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