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7월호

가장 관대한 감각의 앙상블

6대째 이어오는 전통의 샴페인 하우스를 이끄는 올리비에 크루그가 서울을 찾았다. 
크루그의 가치와 현재 그리고 내일에 대해 그가 전하는 답을 공개한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박용빈

올리비에 크루그  창립자 조제프 크루그에 이어 6대째 계승되는 샴페인 하우스 크루그의 디렉터. 1843년 창립 이래 변함없이 이어온 하우스의 전통을 지켜나가며 샴페인 산업을 주도하는 그는 최근에는 셀러 마스터 줄리 카빌과 함께 다양한 페어링을 통해 크루그의 가치를 전달한다. 하나의 식재료만을 활용하는 ‘싱글 인그리디언트’ 페어링이나 여러 아티스트와의 협업 프로젝트 ‘크루그 에코스’ 등을 진행하며 샴페인의 무궁무진한 매력을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변수에 구애받지 않고 매년 최상의 샴페인을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탄생한 샴페인 하우스, 크루그. 창립자 조제프 크루그의 6대손이자, 현재 크루그의 정체성과 방향을 제시하며 브랜드를 이끄는 하우스 디렉터 올리비에 크루그가 한국을 방문했다. ‘레 크레시옹Les Creation de 2011’, 즉 2011년 창조물인 ‘크루그 2011 빈티지’와 ‘크루그 그랑 퀴베 167 에디션’과 함께 내한한 그는 한국이 더없이 중요한 샴페인 시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마치 선율 같은 한 잔의 샴페인을 음미하며 그와 짧은 대화를 나눴다.


샴페인 브랜드 중에서 특히 크루그의 경우에만 ‘크루그 러버’라는 고유명사가 생길 만큼 충성도를 드러내는 팬이 많다.

많은 이가 처음 크루그를 마셨을 때의 첫인상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쉽사리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가 되었다며 말이다. 크루그 하우스의 창업주, 조제프 크루그는 매년 가장 다채로운 풍미를 담은 샴페인을 생산하기를 바랐다. 기후나 지질 등의 요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매년 동일한 레벨의 퀄리티를 기대할 수 있는 샴페인을 만들고 싶었다는 뜻이다. 나의 선조들로부터 이어온 강건한 고집이 이처럼 고귀한 결실을 만든 것이지 않을까.


복잡하고 세심한 관리 시스템도 주요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각 구획의 포도를 따로 담아 숙성해 생산한 와인을 분류해서 보관하는, 거대한 샴페인 아카이브를 구현한 것으로도 유명하지 않나.

크루그는 보다 탁월한 결과물을 선보이고자 강박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샴페인을 만든다. 자연환경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셀러 마스터인 줄리 카빌을 필두로 한 테이스팅 위원회와 함께 샴페인의 기저가 되는 베이스 와인을 블라인드와 랜덤이라는 2가지 방식으로 점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최근에 새로운 와이너리를 오픈한 만큼, 보다 발전한 방법으로 양질의 샴페인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새롭게 오픈한 와이너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싶다.

기존 와이너리는 조제프 크루그가 자신의 아들을 위해 지은 시설이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샴페인을 생산하다 보니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공간도 작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조제프Joseph’라고 명명한 크루그의 새 와이너리 시설은 샹파뉴 앙보네 지역에 위치하며 올해 오픈했다. 특히 건물 자체가 환경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어졌다는 점에서는 크루그의 미래를 대변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2017년부터 8년여간의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오픈한 조제프 와이너리 모습. 작업 환경의 개선이 이루어졌으며, 양질의 샴페인 생산을 위해 최신식 기술과 설비로 무장한 모습에 눈길이 간다.



올해 한국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한 레 크레시옹Les Creation de 2011을 구성하는 ‘크루그 2011년 빈티지’와 ‘그랑 퀴베 167 에디션’은 어떠한 특징을 지녔나?

레 크레시옹은 매년 생산되는 에디션은 아니다. 해당하는 연도에 수확한 포도가 어떠한 탁월함을 지니는지, 또 기후나 환경적인 변화에 맞닥뜨려 특별한 스토리와 개성을 담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출시 여부를 결정한다. 2011년은 일반적인 샴페인 생산에 필요한 과정이나 상황과는 전혀 반대로 흘러간 해다. 그럼에도 양질의 포도를 확보할 수 있었고, 레 크레시옹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 에디션을 구성하는 크루그 2011 빈티지와 크루그 그랑 퀴베 164 에디션은 모두 2011년 수확분을 기조로 완성했지만, 그 성격과 향미는 완전히 다르다. 두 샴페인을 직접 비교해보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국을 찾은 것이다.


크루그는 줄곧 음악을 향한 헌사를 보내왔다. 이번 레 크레시옹 출시를 기념해 ‘크루그 에코스’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 또한 그의 일환으로 보였다. 크루그에 음악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음악과 크루그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조제프 크루그는 샴페인을 음악, 특히 오케스트라로 비유하기도 했다. 오케스트라가 최상의 교향곡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과정이 크루그 샴페인의 탄생 과정과 흡사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크루그 에코스는 아티스트와 함께 크루그의 창조물을 음악이라는 인류 공통의 언어를 통해 표현하는 프로젝트로, 하우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수많은 줄기 중 하나다. 더 공감각적이고 확장된 경험을 제안한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있다. 세세한 정보로 샴페인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것보다 감각기관을 통하는 방법이 크루그의 가치를 더욱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식재료만을 사용하는 ‘싱글 인그리디언트’ 페어링 또한 올해에 선보일 예정이라 들었다. 어떤 식재료에 주목했나?

올해는 싱글 인그리디언트 페어링을 진행한 지 10년이 되는 해라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주인공이 되는 식재료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이어야 하며 사계절 내내 가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는 식용 꽃이 주제다. 꽃은 시각적인 아름다움까지 충족하는 훌륭한 식재료다. 다가오는 9월과 10월, ‘크루그 그랑 퀴베 172 에디션’과 ‘로제 28 에디션’을 대상으로 해당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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