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6월호

OLYMPIC ART CELEBRATION

‘올림픽’이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기념하며 파리의 주요 미술관 역시 문화적 역량을 과시할 특별한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올림픽 기간, 세계의 ‘예술 수도’로서 파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3개의 전시들.

GUEST EDITOR 박지혜

파운데이션 루이 비통

& 5월 4일~9월 9일


“현대의 랜드마크 같은 작품을 소개하며,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인식을 뒤흔든 예술가들을 기념한다”는 사명을 가진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 이들은 파리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올봄과 여름 ‘마티스’와 ‘엘리워스 켈리’라는 2명의 거장을 집중 조명한다. 일견 전혀 다른 분야의 예술 장르를 개척한 듯 보이는 이들의 공통점을 꼽자면 바로 ‘색채’다. 마티스는 평면성과 추상성을 추구하며 다양한 화풍을 개척했지만, 결국 그가 천착한 가장 강력한 회화적 요소는 바로 ‘컬러’라 할 수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20세기 후반의 추상화가 엘리워스 켈리 역시 마티스의 급진적 추상성과 과감한 컬러 사용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마티스의 전시 에서는 전 세계 미술관에 흩어져 있는 그의 명작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그 관문이 되는 작품이 바로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대표적 소장작이라 할 수 있는 ‘L’Atelier Rouge(붉은 방)’(1911)다. 원근을 무시한 붉은 화면에, 작가 자신의 여러 작품이 놓인 작업실을 묘사한 작품으로 “수세기에 걸친 스튜디오 회화 전통의 랜드마크이자 현대미술의 기초가 되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기념비적인 작품. 흥미로운 것은 1911년에 제작한 이 그림 속에 등장한 6점의 회화와 도자기 작품 1점이 함께 전시된다는 점. 특히 ‘Jenune Marin(젊은 선원)(II)’(1906)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품으로 무려 31년 만에 고향인 프랑스로 귀환(!)해 큰 화제를 모은다. 한편, ‘색면 추상’의 거장 엘리워스 켈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 를 위해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은 약 1500m2의 공간에, 엘리워스 켈리의 100점이 넘는 조각, 드로잉, 사진, 콜라주 등 방대한 작품을 연대기순으로 집대성했다. 특히 미술관에서 콘서트홀로 이어지는 오디토리엄에 설치된 작품 ‘Colored Panels’ (2014), ‘Spectrum VIII’(2014)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구현한 건축물의 구성 요소와 조화를 이루며, 예술과 건축, 음악의 공감각적 하모니를 느낄 수 있도록 의도되었다. 이 밖에도 엘리워스 켈리 최초의 대형 바닥 그림인 ‘Yellow Curve’(1990) 등 미술관 곳곳에서 현대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명작들을 만날 수 있다.




루브르박물관

4월 24일~9월 16일


루브르박물관은 2024년, 100년 만에 파리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그 소장품의 위용과 명성에 걸맞은 전시를 선보인다. 이름하여 . 고대의 유산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되고 시각화된 올림픽이라는 근대적 ‘발명품’의 탄생 과정을 톺아보는 것. 우선, 이번 전시는 근대 올림픽 창설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올림픽을 만들어낸 많은 기획자를 소환한다. 우선, 프랑스인으로 IOC를 창설해 올림픽을 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 피에르 드 쿠베르탱을 비롯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올림픽의 기반이 된 도상학적 자료들을 함께 소개한다. 전시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건, 초대 올림픽의 공식 예술가였던 에밀 질리에롱Émile Gilliéron이 디자인한 각종 작품들이다. 그가 고고학 유물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우승 트로피를 필두로 올림픽 기념 앨범 표지, 고대 올림픽의 레슬링 장면을 담은 우표, 그리고 이 우표를 디자인하는 데 참고가 된 기원전 6세기의 화병 ‘에우프로니오스, 붉은 인물 장식이 있는 크라테르’ 등이 소개된다. 더불어 프랑스 학자 미셸 브레알이 디자인하고 프랑스 은세공인이 만든 최초의 마라톤 우승컵 ‘브레알의 컵’과 근대 올림픽 종목의 뿌리가 된 고대인들의 운동 경기 모습 등을 담은 고고학적 유물 다수가 함께 소개된다.




프티 팔레

5월 15일~11월 17일


파리 시립미술관 프티 팔레는 올림픽을 기념하며 ‘움직이는 신체’를 주제로 한 전시를 연다. 고대부터 20세기 초 작품에 이르기까지 미술관의 주요 컬렉션을 ‘스포츠’라는 테마에 맞춰 재구성하는 것. 회화와 조각, 오브제, 드로잉, 판화 등 ‘몸의 움직임’과 긴밀한 관계를 지닌 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며, 섹션은 총 7개로 나뉜다. 창던지기, 원반던지기, 달리기 등 고대의 스포츠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해, 신체를 세밀하게 분석한 예술가들의 드로잉이 소개되며, ‘무용’에서 영감을 받은 프랑스의 근대미술 작품까지 폭넓게 소개한다. 특히 움직임을 소멸시키지 않고 작품에 담아내고자 한 세르게이 율리에비치, 자크 페랭 등의 조각 명작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Paroles d'Athlètes(운동선수의 말)’이라 이름 붙은 비디오 작업이다. 이번 올림픽에 참여하는 여러 선수들이 자신의 스포츠와 관련이 있는 미술관의 소장품을 선택하고, 자신의 스포츠와 운동 방식, 철학 등에 대해 해당 작품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인터뷰 영상이다. 이 작품은 자칫 평면적으로 흐를 수 있는 전시에 입체감을 더하는 동시에 ‘몸’과 ‘예술’의 긴밀한 상관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