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5월호

THE ROSE HARMONY

세밀한 풍미를 품은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와 함께 하우스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Vincent Chaperon이 한국을 찾았다. ‘정식당’ 임정식 셰프, ‘모수’ 안성재 셰프의 포 핸즈 디너에 힘입어 탄생한 와인과 미식의 하모니.

EDITOR 이호준

(왼쪽부터) ‘모수’ 안성재 셰프, 돔페리뇽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 ‘정식당’ 임정식 셰프.



‘레벨라시옹’은 돔페리뇽이 매해 언론과 VIP 등을 초대해 새로운 샴페인을 발표하는 자리다.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는 작년 6월 교토에서 열린 레벨라시옹에서 올해의 주인공으로 공개된 샴페인 중 하나다. 온난 건조한 날씨에 일조량까지 풍부했던 2009년 여름에 수확한 탁월한 퀄리티의 포도로 만든 와인이 오랜 숙성 과정을 거쳐 2023년에야 비로소 첫 모습을 드러낸 것. 다음 해인 2024년,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가 드디어 한국을 찾았다. 축배를 드는 자리에는 소사이어티 셰프로서 꾸준히 돔페리뇽과 인연을 맺어왔던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와 모수의 안성재 셰프가 합을 맞춰 포 핸즈 디너를 선보이며 대미를 장식했다. 축제가 시작되기 전 2009년의 여름처럼 볕이 내리쬐던 날, 돔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과 임정식·안성재 셰프를 마주했다.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의 탄생 배경에 대해 알려달라.

(뱅샹 샤프롱) 샹파뉴 지역의 기후가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기온이 올라가는 중이다. 2009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기후변화라는 변수적 상황이 도전 과제이자, 나아가 와인의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되리라 봤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9년은 돔페리뇽에게 특별한 해였다. 여름에 들어서자 온난 건조한 날씨에 일조량까지 풍부한 상황을 마주했고, 그 결과 포도의 성숙도가 탁월해지면서 아로마 또한 전에 없이 풍성해진 것이다. 특히 피노누아의 경우, 전에 없는 드라마틱한 풍부함을 갖췄다. 이후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치며 과실의 표현은 최상위 수준으로 올랐다. 그래서 이번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에서도 과실의 오롯한 표현이 주요하게 드러나는 것이 특징이다.


가족 대대로 보르도에서 와인 제조업에 몸담아왔다고 들었다. 현재는 보르도에서 샹파뉴로 넘어와 와인메이커로 일하고 있는데, 두 지역에서 머물던 삶에 차이가 있다면?

(뱅상 샤프롱) 와인이 내 삶의 일부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보르도에서는 와인과 함께하는 미래를 늘 꿈꿨고, 국립농업학교에서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를 배웠다. 샹파뉴는 내게 기회의 땅과 같았다. 모엣 & 샹동에 입사하며 와인메이커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25년 동안 정착하면서 ‘셰프 드 카브’라는 중책을 맡게 되지 않았나.


와인메이커가 되겠다는 꿈을 꾼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

(뱅상 샤프롱) 와인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그 이야기를 만들고 헤아리면서 자연과 나의 관계,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돔페리뇽은 한계나 경계를 정하지 않는 것을 중요시한다. 와인메이커라는 꿈을 꾼 내게 어떠한 제약 없이 마음껏 원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줬다. 그것이 지금까지도 내가 돔페리뇽과 함께 같은 길을 걸어가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좌) 탐스러운 색을 자랑하는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 와인의 맛을 최대한 살리는 음식과 함께했다.

(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적절한 배합으로 탄생한 로제 와인을 연상케 하는 행사장의 시노그래피.



돔페리뇽의 샴페인을 미니멀리즘 건축에 비유하기도 했다.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의 경우는 어떠할지 궁금하다.

(뱅상 샤프롱) 페인팅이나 조각에 비유해보고 싶다. 페인팅의 경우는 피카소, 조각의 경우는 알렉산더 콜더가 떠오르는데, 두 예술가 모두 기존 예술 갈래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모험가이자 혁명가라는 점에서 그렇다. 알다시피 로제 와인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을 아상블라주해 두 와인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매력을 보여준다. 레드 와인이 화이트 와인에 비해 파워풀하고 공격적인 풍미를 지니기에 두 와인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러한 점에서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는 와인의 새 개척지를 여는 와인이라 볼 수 있다. 타 로제 와인과는 다르게 샴페인이지만 스틸 와인처럼 마실 수 있다는 점, 부르고뉴의 와인을 떠올리게 하는 아로마와 텍스처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혁신가적 면모를 지녔다는 생각이 든다.


임정식 셰프의 경우, 돔페리뇽의 소사이어티 셰프인 만큼 이전부터 돔페리뇽과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지만 안성재 셰프는 처음으로 합을 맞추는 것이라 들었다.

(안성재) 셰프로서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이 나타난다는 건 더없이 즐거운 일이다. 돔페리뇽 와인이 음식과 어떤 합을 보여왔는지 잘 알고 있다. 평소에도 레스토랑을 찾는 이들에게 돔페리뇽의 와인을 권할 때가 많았다. 특히 내가 선보이는 음식은 로제 와인과 합이 잘 맞는다고 생각해 로제 와인과 페어링을 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마침 행사의 주인공이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라는 점에서 ‘더없이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음식 준비에 임했다.


어떠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번 포 핸즈 디너를 준비했나?

(임정식) 작년 레벨라시옹에서 선보인 디너가 스토리텔링에 중점을 맞췄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조금 더 마리아주를 통해 극대화되는 맛에 초점을 맞췄다. 실용적인 페어링을 준비한 셈인데,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에서 느껴지는 과실 향과 피니시 등을 고려해 음식의 간이나 향미를 강하게 표현하는 대신, 와인 본연의 풍미를 오롯이 즐길 수 있도록 와인과 음식의 밸런스에 초점을 맞췄다고 이해하면 된다.


노을이 찾아오는 늦은 오후 시작된 행사장. 이날 돔페리뇽 로제 빈티지 2009와 한국의 두 셰프가 만든 음식의 페어링을 맛볼 수 있었다.



COOPERATION  돔페리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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