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5월호

영화적 상상의 새 지평 웨스 볼

<혹성탈출> 시리즈가 다시 한번 관객을 찾아온다. 반 세기를 지나온 시리즈의 열 번째 영화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메가폰을 잡은 웨스 볼은 오로지 자신이 품어온 상상력이 영화를 통해 실현되는 순간만을 그려왔다.

EDITOR 이호준

웨스 볼  미국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기획자. 본래 게임업계에 몸담았던 만큼 시각 효과에 대한 뛰어난 감각을 자랑하며 시각 효과 감독으로도 활동한다. 국내에서는 마찬가지로 뛰어난 CG 효과로 호평을 받았던 <메이즈 러너> 시리즈 3부작의 감독으로 유명하다.


올해 개봉 소식을 알린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혹성탈출> 시리즈의 열 번째 영화다. 2011년부터 이어온 시리즈 리부트 격의 <혹성탈출> 3부작의 흥행 이후 공개되는 작품인지라 더 큰 관심을 받았다. 나아가 <메이즈 러너> 3부작의 성공을 이뤄낸 웨스 볼이 차기작으로 선택했다는 점과 그 역시 <혹성탈출>의 오랜 팬임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해당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은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 새로운 주역 ‘노아’를 내세우며 전작과 차별화될 것임을 명백히 밝힌 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1968년 영화 <혹성탈출>의 첫 번째 시리즈가 개봉하고 난 이후 56년이 흐른 지금,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의 감독을 맡게 됐다. 시리즈에 다시 한번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전혀. 여전히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대해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좋은 이야기는 계속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재생산되며 새 생명을 얻는다. 내게 <혹성탈출>의 새로운 페이즈를 열 수 있는 영광이 주어졌다는 건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킬 뿐 부담감은 없었다. 단지 내가 한 일은 지난 시리즈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는 것과 새로운 이야기를 전개하기 위해 고민하는 일뿐이었다.


이번 영화의 주인공은 노아다. 전작의 주인공 시저와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나?

시저는 마치 성서 속 모세를 연상케 하는 성스럽고 거룩한 캐릭터다. 종족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떠안고 있었고, 그런 자신의 존재 의의에 대해 때로는 고통스러워했다. 이에 비해 노아는 점차 ‘깨달음’과 ‘각성’을 거치는, 젊은 정신을 지닌 캐릭터다. 인간에 빗대자면, 청소년인 노아가 시저처럼 지도자가 되어가는 일종의 여정을 영화를 통해 보여줄 예정인데, 큰 틀에서는 마치 웨스턴 무비를 보는 듯한 고전 영웅의 서사적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페이즈에 들어서는 것임에도 인간의 종말 이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과의 연결점이 보인다.

전작의 결말 이후 이야기를 이어간다는 점이 <혹성탈출> 시리즈의 팬들에게도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인간은 동물이 되고 유인원은 인간이 된 세상에서 노아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언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할 만큼 인간이 퇴화한 지구에서 유인원의 리더 프록시무스가 왕처럼 군림하는 시대에서 말이다.


영화 속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는 바로 프록시무스다. 인간의 위에서 군림하지만 동시에 인간들이 쌓아 올린 번영과 성공에 주목한다.

그는 최초의 유인원 왕이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인간의 역사와 그들이 창조했던 것에 관심이 많고 인간의 성공과 실수에서 배움을 얻고자 한다. 나 역시 프록시무스라는 캐릭터가 인간의 역사를 뒤바꾼 인물인 칭기즈칸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유인원 집단을 차례로 정복해 하나로 통일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인간의 관점에서 영화 속 세계는 디스토피아에 가깝다. 앞서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 극단적인 디스토피아를 구축한 바 있는 만큼, 이번 영화의 세계는 어떻게 바라봤을지 궁금하다.

사실 유인원과 지구의 관점에서 세계는 오히려 평화로워졌다. 발전이라는 명목으로 파괴된 지구가 다시 울창해지며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한 것이다. 전쟁과 투쟁, 폭력적인 개발이 거듭되던 시기가 종식되자 서서히 자가 회복한 자연을 유인원은 자신들의 이기심만으로 파괴하지 않는다. 디스토피아가 아닌, 포스트 아포칼립토에 가까운 형태이지 않나.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는 <혹성탈출> 시리즈의 열 번째 영화다. 과연 이번 작품이 이전 시리즈와 어떠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나?

오리지널 <혹성탈출>이 관객을 매료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놀랍도록 섬세한 분장 기술에 있다. 인간이 유인원으로 분장한 것에 관객이 큰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거다. 2024년에 사는 지금, 우리에게는 CG라는 기술력이 존재한다. <아바타> 시리즈의 탄생 이후 영화계는 더욱 진일보한 기술력을 갖추게 됐다. 이번 영화에서는 더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구현된 유인원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당연히 바로 직전 흥행했던 <혹성탈출> 3부작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음을 안다. 3부작의 배경은 울창한 밀림이 된 밴쿠버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목가적인 동시에 노아의 여정에 진보가 있음을 보여주듯 햇살이 드리운 밀림의 배경을 구현했고, 이를 위해 촬영지 또한 호주로 옮겼기에 이 점을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작과의 비교가 최소화된, 어엿한 열 번째 <혹성탈출> 시리즈로서 나의 영화가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COOPERATION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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