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5월호

공예적인 마음의 모험가들 크리스토프 델쿠르트·제롬 오몽

프랑스 가구 브랜드 델쿠르트 컬렉션과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의 설립자 크리스토프 델쿠르트와 제롬 오몽. 아틀리에 제작 방식을 기반으로 공예가의 장인 정신을 닮은 철학과 소재를 면밀히 탐구하는 이들과의 대담.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이우경


제롬 오몽  (왼쪽)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메종 프랑세즈> 편집장 출신으로, 데커레이션에 특히 뛰어난 지식과 감각을 보유했다. 2014년 자신의 브랜드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를 설립, 조명·가구를 포함한 여러 오브제를 선보이기도 한다. 스케치부터 완제품까지 창작의 모든 단계에 관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토프 델쿠르트  (오른쪽) 1998년 프랑스 파리 마레 지구에서 델쿠르트 컬렉션을 설립했다. 다음 해인 1999년 데뷔 컬렉션으로 파리 국제 홈 데코 박람회에서 올해의 디자이너상을 받은 이후 여러 브랜드와 활발한 협업을 통해 입지를 다져왔다. 연극 무대 연출 및 제작에 몸담기도 했으며, 뛰어난 미적 감각의 소유자다.




라이프스타일 업계의 영향력이 확대된 요즘, 대다수 브랜드는 늘어난 고객의 니즈와 수요에 맞춘 대량생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장인의 공방을 찾아 자신의 공간과 꼭 맞는 가구를 의뢰하는 게 수고로운 일이 된 것. 하지만 프랑스 기반의 가구 브랜드 델쿠르트 컬렉션Delcourt Collection과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Collection Particuliere에게 이는 결코 지난한 일이 아니다. 두 브랜드 모두 가구를 예술의 한 갈래로 여기며 꼼꼼히 소재를 선별하고, 장인의 손길을 거쳐 마스터피스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아틀리에 제작 방식만을 고집하기 때문. 연극 무대 제작 및 연출에 몸담아온 크리스토프 델쿠르트와 프랑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메종 프랑세즈>의 편집장을 역임한 제롬 오몽이 각자 자신의 가구 브랜드를 설립하고 자매 브랜드라 칭할 정도로 서로를 상호 보완하는 데에는 이 같은 합일된 마음이 있었다. 뉴 컬렉션을 공개하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앞두고 한국을 찾은 두 사람에게 올해는 더욱 숨 가쁜 나날이 이어질 예정이다.


델쿠르트 컬렉션과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 모두 아틀리에 제작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다수의 브랜드가 대량생산 시스템을 채택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제롬 오몽 이하 JA) 우리의 제작 방식 및 철학이 현대 대량생산 시스템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는 점을 분명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가구에 불어넣고자 하는 철학과 퀄리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은 양을 생산하더라도 지금의 방식이 가장 적절하다고 믿는다. 우리의 디자인을 고스란히 현실화해주는 아틀리에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빠르고 효율적인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 (크리스토프 델쿠르트 이하 CD) 우리에게 ‘느린’ 디자인을 선보인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여러 브랜드가 대량생산 방식을 선택할 때 우리는 오랜 시간을 들여 현실화될 제품을 상상하고 개발하며 생산에 임한다. 소재를 선별하고 소재의 특장점이 극대화되는 디자인을 고안하는 시간은 다른 브랜드와 우리를 구별 짓는 핵심이 될 것이라 믿는다.


“소재에 대한 중요성은 몇 번이고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라고 말했을 만큼 소재에 대한 존중과 이를 극대화하는 디자인은 두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점으로 보인다. 어떤 소재를 선호하며 이를 다루기 위해 어떤 점에 특히 몰두하는가?

(CD) 소재의 방법론에 대해 논하자면 끝도 없을 듯하다. 여전히 소재를 온전히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일례로 두 브랜드 모두 자연에서 기인한 소재를 선호하며 특히 목재에 강렬한 애정을 품고 있는데, 목재는 살아 있는 재료다. 모양을 다듬을 때 소재의 유연성뿐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될 수 있는 가능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계속 새로운 노하우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JA) 소재가 갖춘 정교함과 변화 가능성에 가장 큰 가치를 둔다. 델쿠르트의 경우도 그렇지만 목재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연 소재다. 나무는 궁극의 정교함을 자랑하며 장인의 손길을 거치면 그 모습이 놀랍도록 다채로워진다. 대리석과 석재 또한 자주 사용하는 재료다. 색상이며 고유의 패턴, 결까지 더없이 매력적이다.




인피니 4층에 마련한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의 쇼룸. 절제된 매력의 가구와 대담한 컬러 사용이 절묘한 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두 브랜드의 컬렉션을 기성품보다는 ‘공예’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CD) 소재를 선택하는 것에서부터 제작, 완성 그리고 포장을 거쳐 고객에게 닿기까지 모든 과정에 장인 정신을 담아내는 시도가 우리에게는 가장 ‘럭셔리’다운 행위다. 누군가가 우리를 ‘공예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추측해본다면 장인이 하나의 공예 작품을 만드는 데 모든 순간을 치열한 정신으로 임하기 때문일 테다. 이러한 비유가 우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이해해주는 것으로 들려 기쁘다.


모든 디자인은 ‘트렌드’와 ‘타임리스’, 대척점 같은 2가지 수행 과제 사이에서 쉽사리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떠한 지점에 특히 강조점을 두고 있는가?

(JA) ‘새롭다’가 아니라 ‘다르다’가 핵심이지 않을까. 언뜻 보기에 아무리 매혹적일지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가 디자인의 생명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라 본다. 타임리스, 즉 시대를 초월한다는 것은 한 번에 모든 것을 드러내지 않고 서서히 보여줄 수 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시간이 갈수록 색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 보고, 이를 우리의 최우선적 방향성으로 삼는다. 이는 결코 단번에 이뤄지는 일이 아니다. 시장에 대한 기민한 감각을 지니되, 시간을 적이 아닌 가장 친한 친구로 두어야만 한다. (CD) 가장 중요한 것은 앞서 제롬이 말한 접근 방식의 차이와 작품에 담아내는 진정성이다. 트렌드를 좇다 보면 결국은 감당할 수 없는 속도에 뒤처진다.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유럽 기반의 가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경우 한 세기 이상의 역사와 그 헤리티지를 무기로 삼는다. 유럽에서 시작한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만큼, 후발 주자로서 부담감도 상당할 텐데.

(JA) 직관과 열정을 믿고 우리만의 길을 가려 한다. 쌓아갈 역사에 초점을 맞출 뿐 부담으로 머뭇거릴 시간은 없다. (CD) 델쿠르트 컬렉션은 내년에 30주년을 맞이한다. 수많은 젊은 디자이너에게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의 행보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믿는다. 지금도, 다가올 내일에도 이 마음은 변치 않을 것이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새로운 컬렉션을 공개했다. 어떠한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JA) 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몰두해온 만큼 올해 선보인 컬렉션도 이전의 목적을 일정 부분 계승한다. 특히 올해는 콜렉시옹 파르티퀼리에르가 1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이를 기념하고자 자연과 소재의 가치를 조명하는 ‘내추럴 디스코’ 컬렉션을 공개했다. 혼합 점토로 만든 테이블이나 참나무 수납장, 화강암 소재의 콘솔 등 총 10가지 디자인 제품으로 구성했는데, 모든 가구가 그간 브랜드의 행보를 짚어주는 책갈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CD) 매년 새로운 형식과 레퍼토리를 보여주려 한 만큼 올해는 디자인 스페이스인 폰다치오네 무디마에서 회화와 음악, 문학 등 현대 예술과 작품의 결합을 보여주고자 했다. ‘내 꿈속의 말들Horses in my Dreams’이라 명명한 2024 뉴 컬렉션에서는 말의 변화무쌍함과 역동성에 대한 예찬을 담아냈다. 점프 폴에서 영감을 얻은 ‘EME’ 라운지 의자 등 승마용품에서 착안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뉴트럴 색감이 인상적인 가구를 매치해둔 델쿠르트 컬렉션 한국 쇼룸. 소재의 물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COOPERATION  인피니(3447-6000)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