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4월호

MOB WIFE

콰이어트 럭셔리가 조용해질 무렵 ‘쎈’ 언니가 등장했다. 마피아 와이프를 뜻하는 ‘몹 와이프’란 이름을 달고 나타난 신흥 패션 스타일.

EDITOR 이민정


1 HBO 드라마 <소프라노스> 속 애드리아나(오른쪽). 2 톰 포드 2024 S/S 컬렉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셀다>의 주인공. 4 몹 와이프 패션의 대표 주자 가수 두아 리파. 이자벨 마랑의 2024 F/W 컬렉션.



인조 모피 코트, 한껏 부풀린 헤어, 빅 사이즈 골드 액세서리, 레드 네일, 오버 립 메이크업 등 한마디로 ‘쎄’ 보이는 여자 패션이 요즘 급부상 중이다. ‘몹 와이프’라 명명한 이 트렌드는 올해 초부터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몹mob은 마피아를 뜻하는 말로, 몹 와이프 패션을 의역하면 ‘조폭 마누라 패션’인 셈이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방영한 HBO의 인기 TV 드라마 시리즈 중 하나인 <소프라노스>는 몹 와이프 패션을 논할 때 언급되는 대표적인 예다. 마피아 부두목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주인공의 아내인 카멜라와 스파이인 애드리아나는 몹 와이프 패션을 엿볼 수 있는 캐릭터. 너무 오래된 고전 시리즈라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면, 에이미 애덤스와 제니퍼 로런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 <아메리칸 허슬>(2014)도 좋은 예다. 197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한 영화 속 두 여배우의 부풀린 웨이브 스타일 헤어, 퍼 트리밍 재킷, 깊게 파인 저지 드레스 같은 몹 트렌드에 걸맞은 아이템과 스타일링이 돋보인다. 최근작으로는 지난 1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그리셀다>가 있다. 마약 거래상의 아내에서 마이애미 마약 제국의 대모로 거듭나는 그리셀다 블랑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인데, 극중 그리셀다는 마약 제국에서 입지가 높아짐에 따라 패션 스타일이 변모한다. 애니멀 프린트 셔츠나 메탈릭 소재의 랩 드레스,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플레어 팬츠 등 1970년대 ‘쎈’ 언니 스타일이 주를 이루며, 여기에 화려함을 추가하는 골드 스테이트먼트 주얼리도 한몫한다. 이런 미디어 속 캐릭터를 통해 시대상에 맞는 교과서적인 몹 와이프 패션을 살펴봤다면, 셀러브러티 패션을 통해 좀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요즘의 ‘쎈’ 언니 패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두아 리파와 헤일리 비버가 선두 주자. 두아 리파는 붉은빛의 웨이브 헤어, 오버 립, 메탈릭한 드레스를 입고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헤일리 비버는 보디라인을 과감하게 드러내는 크로셰 디테일의 시스루 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SNS에 올리며 ‘쎈’ 언니 포스를 풍겼다. 이런 흐름에 카다시안 자매도 빠질 리 없다. 콰이어트 럭셔리 패션으로 스타일 변신을 꾀했던 카일리 제너는 레트로 무드의 안경을 쓰고 벌키한 퍼 아우터웨어를 입은 모습을 공개하며 몹 와이프 패션에 동참했다. 실상 이들의 영향력으로 이 패션 사조가 트렌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빠르게 변하는 패드fad 속에서 이런 경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얼마 전 공개된 2024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도 이그조틱 레더 패턴 드레스, 스테이트먼트 주얼리, 오버사이즈 퍼 코트 등 몹 와이프를 연상시키는 아이템이 여럿 포착된 만큼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몹 와이프 패션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감 넘치고 자애적인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걸 잊지 말 것.


1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그리셀다>의 주인공. 2 과감한 컷아웃 디자인의 드레스를 입은 헤일리 비버. 3 이자벨 마랑의 2024 F/W 컬렉션. 4 애니멀 프린트 드레스로 몹 와이프 패션으로 스타일링한 브루나 마르케지니. 5 197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퍼 아우터웨어와 안경을 착용한 카일리 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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