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4년 4월호

TRINITY, FOREVER

까르띠에의 ‘트리니티’ 컬렉션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메종의 혁신과 우아함을 대변하는 이 독보적인 아이콘을 기념하기 위해, 직접 파리를 찾아 성대한 이벤트에 참여했다.

EDITOR 윤정은



옐로 골드,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트리니티’ 컬렉션. 성별과 나이, 시대를 뛰어넘는 우아하고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 세계에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작가, 영화감독인 장 콕토Jean Cocteau는 항상 새끼손가락에 2개의 ‘트리니티’ 링을 겹쳐 끼고 다녔다. 이중으로 착용한 세 겹의 반지는 과감한 볼륨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고, 곧 장 콕토의 시그너처 스타일처럼 자리 잡았다. 미국 영화배우 게리 쿠퍼도 뒤따라 이 트렌드에 합류했다. 영국의 윈저 공작 역시 트리니티를 사랑하는 명사 중 하나였다. 이후 1950~1960년대의 스타 알랭 들롱과 그레이스 켈리 그리고 오늘날 MZ세대의 지지를 받는 카일리 제너까지. 모두 ‘트리니티’라는 이름 아래 연결되어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아이콘, ‘트리니티’ 컬렉션이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았다. 트리니티는 1924년 까르띠에의 창립자 루이 까르띠에Louis Cartier에 의해 탄생했다. 트리니티의 탄생에는 1910~1920년대 프랑스를 사로잡은 아르데코art deco 운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 과감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이 늘어났고, 트리니티는 그 대표 주자였다. 당시에는 하나의 디자인에 3가지 색상의 골드를 혼합하는 것 자체가 파격적이었다. 트리니티는 또한 대중에게 좀 더 가까워지던 당시의 주얼리 트렌드를 반영하는 제품이기도 했다. 1920년대 이전에는 대부분의 주얼리 브랜드가 상류층 고객이 파티나 모임에서 착용하는 보석 세팅의 정교한 제품에만 집중했다면, 1920년대에 들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고급 주얼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 트리니티는 바로 그 중심에 있었다.


1 1930년대 프랑스의 작가 장 콕토는 새끼손가락에 3개의 밴드로 이루어진 링 2개를 겹쳐 끼고 다녔다. © Boris Lipnitzki / Roger-Viollet

2 1924년 루이 까르띠에가 고안한 3개의 밴드 링 아카이브 사진. 플래티넘, 핑크 골드, 옐로 골드로 제작했다. Cartier Paris © Cartier

3 영화 <보카치오 70>에서 ‘트리니티’ 링을 착용한 배우 로미 슈나이더. © Everett Collection / Bridgeman Images

4 영화 <가토파르도> 촬영장의 알랭 들롱. © Patrice Habans/Parismatch/Scoop

5 사진가 유진 로버트 리치가 촬영한 미국 배우 게리 쿠퍼. 그도 손가락에 반지 2개를 겹쳐 착용했다. © Photo by Eugene Robert Richee/John Kobal Foundation/Getty Images




‘트리니티’ 컬렉션은 수년에 걸쳐 다양한 디자인으로 진화해왔다. 1981년에는 밴드에 ‘Les Must de Cartier’ 인그레이빙을 더했고, 1990년에는 비율을 달리한 트리니티 링을 제작했다. 2004년에는 특대 사이즈의 XL 브레이슬릿을 선보였다. 같은 해, 3가지색 골드에 각각 화이트·옐로·핑크 다이아몬드를 파베 세팅한 버전의 트리니티 링도 공개했다. 2011년에는 화이트 골드와 블랙 세라믹,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을 3가지 조합으로 하는 새로운 스타일도 출시했다. 2022년, 사카이 창립자 아베 치토세Abe Chitose와 협업한 6개의 한정판은 트리니티 디자인의 무한한 확장성을 한 번 더 드러낸다. 2024년 트리니티 컬렉션의 탄생 100주년을 보다 특별하게 기념하기 위해, 까르띠에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로르 세레드와 메종의 장인들은 새롭게 여러 버전의 트리니티 컬렉션을 제작했다. ‘적절한 비율과 볼륨’을 고심했다고 마리-로르 세레드는 전한다. 약 50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든 끝에 결국 특별한 해에 어울리는 매력적인 신제품들이 탄생했다. 2가지 대담한 디자인을 추가했고, 상징적인 XL 버전의 링과 브레이슬릿을 다시 선보인다.



INTERVIEW

까르띠에 워치 &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로르 세레드Marie-Laure Cérède

‘트리니티’ 컬렉션의 탄생 100주년을 축하한다. 트리니티가 특별한 이유는?

트리니티는 진정한 아이콘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동시에 완전함과 순수함을 추구하는 까르띠에의 미학을 상징한다. 단순한 주얼리를 넘어 우아한 오브제이고, 착용자와 교감을 이룬다는 점도 특별하다. 만지고, 느끼는 과정을 통해 친밀함을 느낄 수 있다. 10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컬렉션이기도 하다.


특별한 해를 기념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기본에 주목했다. 트리니티는 3개의 골드, 3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롤링 댄스rolling dance’가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손가락이나 팔에서 매끄럽게 움직이는 질감이 느껴지며 맞물리는 소리도 난다. 이러한 정체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이에 부합하는 제품군들로 컬렉션을 확장하고자 했다.


새롭게 쿠션 셰이프 링을 선보였다. 파격적인 형태를 시도하게 된 이유는?

까르띠에의 모든 작업은 항상 핸드 드로잉으로 시작한다. 트리니티는 이미 완벽했기에, 위에서 얘기한 컬렉션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색다른 형태를 만들어내고 싶었다. 드로잉을 바탕으로 50개가 넘는 3D 레진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다양한 형태를 비교한 끝에 쿠션 셰이프를 찾아냈다. 소재, 구조, 롤링까지 딱 우리가 찾는 결과물이었다. 모형을 토대로 실제 제작하며 완벽한 비율을 맞춰나갔다.


형태를 변형할 수 있는 모듈 버전의 링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의 전통 놀이 도구인 ‘구미키(짜 맞추는 퍼즐 형태의 나무 장난감)’에서 영감을 받았다. 모노블록 구조를 활용해 반지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얽혀 있는 3개의 밴드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돌리면 볼륨 있는 하나의 밴드로 합쳐진다. 그 자체로 재미있는 장남감이다. 한 가지 주얼리로 여러 가지 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컨템퍼러리 주얼리에 대한 까르띠에의 시각을 반영한 예이기도 하다.


당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까르띠에의 미학은?

시대에 부합하는 동시에 완전하고 순수하며, 장식적이지 않은 디자인을 추구한다. 트리니티가 완벽한 예다.


2017년부터 워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해왔고, 2021년부터는 주얼리 크리에이터 디렉터도 겸하고 있다. 두 분야를 모두 총괄하는 것에 부담은 없나.

워치에서 주얼리까지 확장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알다시피 나는 전통적인 워치메이커도 아니고 주얼러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자연스럽게 까르띠에의 미학에 집중하고, 장인 정신을 존중하며, 창조적인 결과물을 고민할 수 있다.


2가지 치열한 분야에서 매 시즌 새로운 결과물을 선보이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당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은?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여정 그 자체. 우리 주변의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아 꾸준히 까르띠에의 미학에 부합하는 아름다움을 찾아가고 싶다.


예술에 조예가 깊고 젬스톤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혹시 따로 수집하는 컬렉션이 있는지?

자연에서 얻어진 귀한 재료들에 애정이 있어 젬스톤 또한 종종 구입하곤 한다. 꼭 퀄리티까지 완벽한 스톤일 필요는 없다. 단지 아름다운 자연석이면 되고, 강렬한 인텐스 컬러의 원석을 선호한다. 파인 스톤도 좋아하는데, 특히 소유자에게 행운이 깃든다는 탤리스먼talisman의 의미를 담은 스톤에 관심이 많다. 이런 보석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선물하기도 한다. 최근에 구입한 스톤은 아주 짙은 그랑 블루 컬러의 사파이어다. 컬러가 아주 매혹적이다.


마침 행사 장소가 파리다. 파리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한다면?

얼마 전 파리 장식미술관에서 네덜란드의 쿠튀르 디자이너 이리스 판헤르펀Iris van Herpen의 전시를 감상했다. 작품 하나하나가 굉장하다. 많은 영감을 받았다. 현재도 진행 중인 전시이니 일정 중에 꼭 한번 방문하길 권한다. 파리 장식미술관은 이 도시에서 가장 아끼는 장소 중 하나다. 공간 자체도 정말 아름답다.




까르띠에는 올해 트리니티 탄생 100주년을 맞아, 컬렉션을 넘어 메종의 역사 자체를 기념하고자 했다. 규율을 깨뜨리고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은 첫 번째 주얼리 디자인이라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트리니티가 상징하는 숫자 3이 까르띠에 메종의 역사와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까르띠에는 1847년 루이 까르띠에가 설립한 이래, 가문의 형제인 피에르·자크 까르띠에가 힘을 합하며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이들 세 사람은 각자 파리, 런던, 뉴욕의 부티크를 이끌었는데, 이 때문에 숫자 3에 특별한 의미가 더해졌다. 트리니티가 곧 까르띠에의 역사를 대표하는 셈이다. 까르띠에는 트리니티 100주년 행사 역시 이에 걸맞은 성대한 규모로 마련했다. 뉴욕과 런던을 거쳐 파리까지, 세 차례의 이벤트를 통해 주요 템플 부티크가 위치한 세 도시를 하나로 이은 것. 대미를 장식하는 파리 이벤트는 지난 2월 7일 프티 팔레에서 열렸다. 새로운 트리니티 캠페인의 주인공인 까르띠에 글로벌 앰배서더 지수와 폴 매스컬, 잭슨 왕, 야라 샤히디가 모두 모였고, 제이크 질런홀, 라미 말렉, 에마 코린, 모니카 벨루치, 데바 카셀, 노윤서 등 세계 각국의 셀러브러티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싱어송라이터 라브린스, 시아, 디플로가 펼친 앙상블. 개성 있지만 조화로운 세 사람의 협연이 숫자 3의 의미를 강조하며 행사장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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