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산 작가의 작품을 비치한 진열장의
구조적인 디자인은 스튜디오 프랙티스의 지향점과도 맞닿아 있다.
이시산 작가가 ‘스튜디오 프랙티스’라는 이름의 공간 디자인 작업실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접하자 좀체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조화를 꾀하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상호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에 몰두해온 그가 단순 가구 제작을 넘어 하나의 공간을 구현해냈다는 점에서 말이다. 작업실을 오픈한 지는 두 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 스튜디오 프랙티스는 2019년부터 건축을 공부한 갤러리스트이자 든든한 동료인 안서후와 이시산 작가가 의기투합해 운영해온 디자인 스튜디오다. 주로 가구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나,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보다 다양한 범주의 작업을 선보일 수 있는 발판이기도 하다. “작가는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는 직업이에요. 나의 철학과 관념을 주체적으로 선보이기 위해 행동하죠. 하지만, 공간과 건축 디자인, 브랜딩은 명확히 의뢰인이 있습니다. 주체가 다르기에 접근 방식과 작업 과정도 사뭇 달라요. 물론 작가도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지만, 작가의 작품을 소유하고 싶은 것이니만큼 여전히 작가 본인이 주체인 것은 변함이 없어요. 그렇기에 스튜디오 프랙티스의 작업은 제게 보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 같기도 합니다.”라고 이시산 작가는 설명했다. 스튜디오 프랙티스의 작업실은 하나의 공간이 크게 2가지 역할을 겸할 수 있도록 꾸려져 있었다. 한편으로는 작품을 진열할 수 있는 쇼룸처럼 기능하고 업무와 클라이언트 미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오피스의 모습 또한 갖춘 것. 공간의 쓰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이시산 작가가 말했다. “스튜디오 프랙티스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모든 작업의 분야를 한정 짓지 않으려 합니다. 가구 작업이 될 수도 있고 공간과 건축, 브랜딩을 아우르는 작업을 할 수도 있겠죠. 모든 걸 하나의 프로젝트에 접목시킬 수도 있고요. 공간이 스튜디오 프랙티스가 지향하는 바에 대한 은유처럼 작동하기를 바랐습니다.” 이에 대한 적합한 예시가 바로 작업실 공간에서 큰 폭을 차지할 만큼 시그너처처럼 자리한 작품 진열장. 이시산 작가의 대표작인 ‘무위’, ‘네오-프라이미티브Neo-Primitive’ 등의 작품을 진열해놓은 진열장인 만큼, 자연물과 금속을 자주 차용하는 작가의 특성에 맞춰 스틸 프레임으로 제작한 점을 볼 수 있다. 형태 또한 구조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선과 면을 활용해 건축적이면서 조직적인 짜임새가 느껴지는 디자인을 자주 활용하는 스튜디오 프랙티스의 색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천장을 지탱하는 경량 구조물을 전면으로 노출해 구조적인 미학을 한층 강조하는가 하면, 작가가 직접 제작한 미팅 테이블, 리모와와 협업한 의자, 마치 바위 같은 인상의 인스톨레이션 등의 아티스틱한 구조물을 비치해 작업실이면서 쇼룸이기도 한 이색적인 공간을 완성했다. 곧 결성 5년을 바라보는 스튜디오 프랙티스는 현재, 제주 애월의 9개 동의 스테이 디자인 브랜딩 프로젝트 등 규모 있는 작업에 매진하는 와중에도 야심 차게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 이시산 작가의 작품과 결을 같이하지만, 실용적인 측면을 대폭 고려한 기물 브랜드인 XCIX의 론칭을 앞두고 있기 때문. 작가로서 이시산의 행보 또한 숨가쁘다. 9월 말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조각 페스티벌 단체전에 참가하는 한편, 일본에서의 전시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여백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멋쩍게 웃던 이시산 작가는 이내 굳은 결의의 말을 전했다. “꽉 찬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지금이 저와 스튜디오 프랙티스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서로의 뜻을 존중하고 추구하는 바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축복인 것만 같아요.”
작업실이지만 한편 쇼룸 같기도 한 오피스 내부.
자신이 만든 테이블에 걸터앉아 있는 이시산 작가.
‘럭셔리에디터스’ 유튜브 채널에서 이시산 작가의 손길이 담긴 스튜디오 프랙티스의 작업실을 보다 생생하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