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2023년 10월호

THANKS FOR EARTH

세계 곳곳에는 대지의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을 되새기는 기념일과 음식이 존재한다. 이에 영감을 받아 풍성한 한가위 상차림부터 이국적이지만 한국적인 해석을 가미한 5가지 테이블을 마련했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박우진


KOREA, CHUSEOK

한가위라고도 불리는 추석은 새해를 기념하는 설과 더불어 한국 최대 명절 중 하나다. 1년 동안 길러온 곡식을 무사히 수확한 것을 기념하고 자연과 선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인 만큼 햇곡식과 햇과일을 주재료로 한 상차림을 마주할 수 있다. 명절 대표 음식인 송편과 수확의 풍성함을 떠올리게 하는 구절판을 중심으로, 새우나 전복, 문어 등 해산물을 데쳐 얇게 썬 오이와 배를 함께 말아 겨자 잣 소스로 버무리듯 먹는 해산물 냉채를 메인으로 구성했다. 후식으로는 햇과일, 곶감, 산자와 함께 찹쌀과 멥쌀가루 혹은 밀가루를 막걸리와 넣고 섞은 다음 반죽해 둥글게 빚고 가운데를 꾹 눌러 모양을 내 지진 주악을 준비했다. 주악 특유의 달큼한 맛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조청이나 꿀, 생강청으로 만든 시럽을 곁들이는 것을 추천한다.




INDIA, BASANT PANCHAMI

수확의 여신을 기리는 바산트 판차미. 이때가 되면 형형색색의 꽃으로 온 거리를 장식하고 겨자 등의 농산물을 수확하며 풍성한 한 상을 차린다. 메인 음식으로는 ‘카디 파코다Kadhi Pakoda’를 준비했다. 병아리콩 가루를 걸쭉하게 만든 수프에 고수 등 야채튀김을 넣어서 완성하는데, 대신 참나물튀김을 넣어 변화를 줬다. 또 다른 메인 요리는 인도의 바스마티 쌀과 강황 가루, 커민, 캐슈너트 등을 기름에 넣고 볶은 ‘남킨 차와이 Namkeen Chawai’다. 병아리 콩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만든 ‘카만 도클라Khaman Dhokla’ 케이크는 쌀가루와 막걸리를 활용해 술빵처럼 만들었다. 세몰리나, 사프란 등을 넣고 뭉친 ‘라바 케사리Rava Kesari’도 간식으로 추천. 캐슈너트와 건포도 대신 채 썬 대추와 잣으로 한국적인 매력을 더했다.




GANA, HOMOWO

‘배고파서 짖는다’는 뜻을 지닌 호모우는 기근을 이겨내고 수확을 기원하던 것에서 유래했다. 작물을 심는 행위가 의식처럼 이뤄지며, 초록색 바나나인 플랜틴이나 얌을 으깨 삶은 달걀을 얹은 ‘오토Oto’를 먹는다. 구하기 힘든 식재료인 만큼 맛과 식감이 흡사한 고구마를 으깨 아보카도, 삶은 달걀, 땅콩을 올려 변화를 꾀해보자. 식감을 위해 잘 익은 김치를 잘게 다져 넣는 것도 좋다. 야자, 매리네이드한 고기와 훈제 생선 등으로 만드는 스튜인 ‘방가Banga’에는 소갈비나 돼지갈비를 활용하면 좋다. ‘크포크포이Kpokpoi’는 방가에 곁들여 먹는데, 물에 옥수수 가루를 풀어 찌듯이 익히고 여러 번 체로 걸러 만든다. 또 하나의 곁들임 음식 ‘푸푸Fufu’는 얌, 카사바 껍질 등을 갈아서 익힌 후 빻아 반죽처럼 만든 것으로, 쫀득한 식감을 자랑한다. 슬라이스한 마와 찹쌀가루를 섞어 만들면 푸푸 특유의 찰기를 경험할 수 있다.




CHINA, MID-AUTUMN DAY

중국 또한 추석과 흡사한 중추절이 있다. 월병은 중추절의 시그너처 푸드로 불릴 만큼,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밀가루, 설탕, 물엿, 달걀 등을 반죽한 피로 소를 감싸 모양 틀에 넣고 구워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팥과 밤, 흑임자, 유자, 녹차 등 한국인의 입맛에 꼭 맞는 식재료로 만든 소를 품은 월병을 만들어 다채롭게 즐겨보자. 또 한 가지, 이와 함께 즐길 음식으로 계화다식을 제안한다. 한국 전통 한과 중 하나인 다식은 송홧가루와 콩가루, 깻가루 등을 꿀과 섞어 다식판에 넣고 모양을 찍어내는 음식으로, 중국의 계화 가루를 활용하면 한국과 중국 식재료의 믹스 매치를 경험할 수 있다. 계화를 말려 물에 우리면 상큼하고 잔잔한 단맛의 차가 되는데, 계피와 생강 등을 더해 스파이시함까지 갖춘 수정과를 만들어보는 것 또한 흥미로운 아이디어다.




USA, THANKSGIVING DAY

미국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추수 성공을 기념하며 즐기던 추수감사절. 이날이 되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큼직한 칠면조를 먹는다. 이에 착안해 허니 갈릭 소이 소스를 발라 구운 먹음직스러운 빛깔의 칠면조 요리를 준비했다. 스터핑으로 밤과 은행, 대파, 마늘 등을 활용하면 보다 풍성한 맛이 난다. 대개 크랜베리 소스와 함께 즐기는데 산딸기와 오미자로 소스를 만들어 독특함을 더했다. 이와 함께 감자 대신 토란을 삶아 으깨 버터, 소금, 우유를 넣고 부드럽게 끓인 ‘매시트 토란’과 호박파이 대신 한국 전통 디저트인 양갱을 접목한 디저트로 한국적인 색채를 더해보자. 삶은 단호박 퓌레에 한천을 넣고 더 끓인 다음 타르트지에 부어 굳히면 완성할 수 있다.



FOOD STYLIST 김가영(101 RECIPE)  ASSISTANT  이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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