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피카소 도예>
천재 화가로 유명하지만, 피카소는 회화뿐 아니라 조각, 판화, 무대미술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 열정적인 예술가였다. 특히 도예는 이미 성공한 화가로 탄탄대로를 달리던 말년에 시도한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1906년 스페인 출신 도예가 파코 프란시스코 두리오Paco Francisco Durrio를 만나며 처음 도자를 접한 피카소는 1929년 도예가 장 반 동겐Jean van Dongen과 협업해 화병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후 오랜 시간 회화에 전념하다 1946년 휴가차 머문 지중해 연안 도시 발로리스에서 마두라 공방에 방문하며 본격적으로 도예 작업에 뛰어들게 된다. 평소 즐겨 다루던 주제인 여인과 동물, 신화와 투우, 사람들과 얼굴 등을 응용한 그의 도예 작품에서는 회화와 조각, 판화의 요소를 두루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특별한 해를 기념해 피카소의 도예 작품 107점을 선보인다. 2021년 기증된 이건희컬렉션의 일부로, ‘큰 새와 검은 얼굴’, ‘빛나는 부엉이’ 등 주요 작업을 간추렸다. 20세기 현대미술사는 물론 도자 역사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 피카소의 창작 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9월 1일부터 2024년 1월 9일까지.
파리 뤽상부르 박물관
19세기 이후 근현대 예술 작품을 주로 선보여온 파리 대표 뮤지엄 뤽상부르 박물관도 ‘피카소 군단’에 합류했다. 독특한 점은 피카소의 작업 그 자체를 조명하는 대신,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열렬한 후원자였던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구성했다는 것. 미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거트루드는 피카소의 대표작 ‘아비뇽의 처녀들Les Demoiselles d’Avignon’을 비롯해 여러 걸작을 보유한 수집가이기도 했다. 전시는 두 예술가의 특별한 관계를 조명하면서, 미술과 문학이라는 각기 다른 두 장르가 서로 어우러지며 일으키는 색다른 시너지에도 주목한다. 피카소가 앤디 워홀, 로버트 라우션버그 등 팝아티스트에게 미친 영향을 조명하는 한편, 거트루드 스타인과 앙리 마티스, 장 콕토 등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의 긴밀한 관계도 탐구한다. 9월 13일부터 2024년 1월 21일까지.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피카소는 생전에 미국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지만, 1910년도에 뉴욕 브루클린 하이츠에 위치한 타운 하우스를 장식하기 위한 작업을 했던 이력이 있다. 미국의 저명한 아티스트이자 비평가, 컬렉터였던 해밀턴 이스트 필드Hamilton East Field의 서재를 꾸밀 그림을 그린 것. 두 사람은 1909년 유럽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났는데, 필드가 피카소에게 서재를 장식할 그림 11점을 의뢰하며 세기의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피카소는 1915년까지 8개의 패널을 완성했지만, 후에 작업을 포기하며 결과적으로 프로젝트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때의 작업은 피카소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다름없는 큐비즘을 탐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필드를 위해 그린 회화 중 한 점인 ‘파이프 랙과 식탁 위의 정물Pipe Rack and Still Life on a Table’을 소장하고 있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은 브루클린 커미션과 관련된 회화 6점과 드로잉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연다. 프로젝트 위임장부터 방의 평면도, 장식용 목재 패널, 독특한 오일 스케치 등 이전에 본 적 없는 피카소의 색다른 면모를 확인할 기회다. 9월 14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파리 퐁피두 센터
스페인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만큼, 올 한 해 파리에서는 피카소를 기리는 전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중 하반기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퐁피두 센터와 국립 피카소 미술관이 공동 주최한 전시 <무한히 그리기>. 피카소의 작업실에서 발견된 2000여 점 이상의 데생과 판화를 재조명하는 전시다. 구불구불하거나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낸 데생, 파스텔 톤 색조가 도드라지는 그림 등 피카소 작업의 ‘뼈대’ 역할을 한 다채로운 작업을 살펴볼 수 있다. ‘프랑수아즈의 초상’, ‘아크로뱃’, ‘여자의 머리’ 등 잘 알려진 작품부터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작품까지 두루 모았다. 마치 작가의 일기장을 엿보는 듯한 형식으로 구성한 작업 비하인드 스토리도 관전 포인트다. 10월 18일부터 2024년 1월 2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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