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보편을 넘어 취향으로 심상윤

어느 분야든 그만의 색과 입지를 다지는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우여곡절이 뒤따른다. 
영 컬렉터 심상윤은 쉽지 않은 예술이라는 세계에 진입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차근히 쌓고 있다.

FREELANCE EDITOR 유승현 PHOTOGRAPHER 이우경

심상윤  프람프트 프로젝트Prompt Project의 갤러리스트이자 영 컬렉터다. 자신의 방 한편을 가득 채운 컬렉션을 통해 오늘도 그만의 ‘분데르캄머’를 완성하고 있다.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 심상윤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컬렉팅에 모든 힘과 열정을 쏟아부었다. 컬렉팅 초기 유명 작가의 서명과 에디션 넘버가 들어간 판화를 주로 수집했던 그는 갤러리 오픈런부터 선착순으로 발매되는 판화를 얻기 위한 ‘광클’까지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하지만 현재는 원화 작품을 수집하며 보편적 아름다움을 넘어 자신의 취향이 온전히 담긴, 그래서 조금은 낯선 작품들과 함께하고 있다.


처음 컬렉팅을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요.

스무 살, 대학에서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며 조형적 영감을 얻기 위해 키아프에 처음 갔었습니다. 값비싼 옷을 입은 어른들이 갤러리스트에게 가격을 문의하던 모습이 미술 시장에 대한 제 첫인상이에요. ‘거래가 이렇게 이뤄지는구나’ 하고 간략히 알게 되었지만 구매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부스 내 작품은 보통 수 천만원을 가볍게 호가했거든요. 시간이 흘러 전시를 보러 어느 갤러리에 갔는데, 데스크에 작품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더라고요. 인상 깊은 작품의 가격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어요. 아트 컬렉팅이 오직 자본가에게 주어진 호사가 아님을 알게 되었죠. 이후 옥션에서 어떨결에 김창열 화백의 판화를 낙찰받으면서 컬렉팅을 시작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계신데 작품 설치나 보관은 어떻게 하나요?

처음엔 설치 없이 세로로 겹겹이 쌓아 보관했는데, 작품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 안에 작은 ‘분데르카머Wunderkammer’를 콘셉트로 삼아 과감하게 벽을 타공해 설치했어요. 주요한 작품은 벽에 걸고, 나머지 작품은 발포지에 포장해 창고에 보관합니다.


영 컬렉터는 기성 컬렉터보다 작품을 소장하는 데 큰 의미와 용기가 필요하죠. 자신만의 수집 기준이나 과정이 있다면요?

갤러리나 페어에서 끌리는 작품을 만나면 작가의 인스타그램이나 사이트를 통해 궤적을 훑은 뒤, CV를 통해 전시 이력을 확인합니다. 작가의 이력 대비 가격이 적절한지도 고민하죠. 친한 컬렉터나 큐레이터에게 의견을 묻기도 하고요. 소장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소개해주신다면요. 보 킴 작가의 ‘외로웠던 새벽녘 별들’이요. 에이치픽스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전시로 처음 작가를 접했고 2021년 BHAK에서 열린 개인전에 매료돼 1년 정도 기다림 끝에 키아프에서 컬렉팅했습니다. 여린 질감을 쌓아 피어오르는 과거의 기억과 감정, 희미해짐을 표현한 작품이에요. 한지, 모래 같이 작가님에게 의미 있는 소재를 사용해 평면적인 텍스처가 낯선 느낌을 주죠. 방 한편에 밤하늘이 떠 있는 듯 신비감을 선사합니다.


보 킴, ‘외로웠던 새벽녘 별들Memories always start around midnight’은 1년 정도의 기다림 끝에 키아프에서 컬렉팅한 작품.

방 한편에 밤하늘을 더한 듯한 신비감을 주어 특히나 애정한다.


영 컬렉터인 만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아트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을 듯해요. 주로 많은 정보를 얻는 채널이 있다면요?

일주일에 하루는 서울의 여러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장르와 매체 상관없이 새로운 작품을 만나려고 해요. 동시에 압도적으로 많은 정보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어요. 컬렉터, 아트 인플루언서들의 전시 후기도 꼼꼼히 읽어보고, 제가 주목한 전시의 반응 해시태그를 타고 들어가서 확인하기도 합니다.


눈여겨보는 아트 인플루언서가 있다면요?

아트 & 리빙 쪽으로 감각이 좋은 덴마크 선데이-S 갤러리의 디렉터 페테르 입센Peter Ibsen(@pibsen)은 제 롤모델 중 한 명이라 늘 챙겨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아트 컬렉터들의 공간을 소개하는 래리스 리스트(@larrys_list)도 제게 영감을 줘요.


동시에 갤러리스트로 일하며 많은 전시를 보고 접하실 텐데요. 최근 주목하는 갤러리가 궁금합니다.

먼저 지우헌이요.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가들의 회화, 공예, 설치미술 작품을 한국적 공간에서 진중하게 보여주는 곳이라 매번 새 전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신생 갤러리 WWNN인데 개관전 1, 2부에서 보여준 전시 기획과 갤러리 브랜딩이 퓨처리스틱해 Z세대의 마음까지 움직일 것 같아 주목하고 있어요. 끝으론 프람프트 프로젝트예요.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갤러리인데요. 신진 작가들의 신선한 작업 소개는 물론 첨예한 작업관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중진 작가의 전시까지 감각적인 공간에서 펼칠 예정이니 기대해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긴 시간 아트 컬렉팅을 하게 될 텐데, 목표가 있나요?

미술 다큐 <울프 오브 아트스트리트>에서 비평가 제리 살츠Jerry Saltz가 자본가의 집으로 팔려가는 작품을 보며 “경매장에 가서 잠깐 그림을 보면 무얼 하나. 아파트에 걸려 영원히 그 작품을 보지 못할 텐데”라고 한 말이 뇌리에 스치네요. 결국 소장한 작품들도 후대에게 대물림되기 전 제가 잠시 가지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아직 미약하지만 언젠가 구정순 관장님의 ‘구 하우스’처럼 제 소장품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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