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ART

초보 컬렉터를 위한 법률 상식

현명한 아트 컬렉팅을 위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법률 상식을 모았다. 예술품 거래 전문 변호사이자 10년 차 컬렉터인 케이트 리Kate K. Lee의 신간 <아트 컬렉팅: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에서 발견한 ‘수집을 위한 법’.

EDITOR 김수진



우리 집 담벼락에 어느 날 밤 뱅크시가 그림을 그렸다면, 그 벽화를 옥션에 팔아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이미 경매에는 뱅크시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그라피티가 그려진 벽을 통째로 뜯어와 거래한 경우가 많이 있다. 벽의 소유권이 부동산 주인에게 있으므로 소유자의 마음대로 벽을 뜯어내 벽화를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이 캔버스가 아닌 길가의 벽에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많은 이가 자신의 작업을 볼 수 있길 원했기 때문일 거다. 그림이 그려진 벽을 뜯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순간 작가가 의도한 메시지는 상당 부분 훼손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유주가 벽을 뜯어서라도 판매하려 한다면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를 비판해온 뱅크시는 웹사이트에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판매된 벽화를 나열하면서 그 작품의 작가임을 부인하고 있다. 또 따로 자신의 그림을 거래하는 서비스를 마련해 작품 인증을 전담하고 있다.




예술 작품에도 상속세, 증여세가 있는지?

예술 작품도 상속세나 증여세 부과 대상에 포함된다. 세금 부과를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재산의 가치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속세와 증여세 세율은 동일하나 공제액이 차이가 나므로, 상속이나 증여의 대상이 되는 총자산의 규모에 따라 세법 전문가와 함께 계획을 세워 증여나 상속 중 택하면 된다. 무계획적인 상속은 이후 법적 문제를 야기하거나 분쟁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할 것. 4만50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지만 유서를 작성하지 않고 세상을 떠난 피카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가족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별다른 준비 없이 방대한 작품과 막대한 재산을 남기고 떠난 탓에 유족들은 6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세금과 재정적 계획, 소장 작품의 가치와 구성 등을 고려해 상속에 대한 면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할 때, 거래 계약서를 꼭 챙겨야 할까?

‘인보이스’ 만으로는 법적 효력이 없는 것인지? 많은 경우 작품 구입은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유니크 피스일 경우 더욱 그렇다. 하지만 구두 약속은 상황에 따라 깨어지기 쉽고, 법적 효력을 갖기 힘들다. 관련한 사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현대미술가 마를렌 뒤마Marlene Dumas의 작품을 좋아했던 세계적인 컬렉터 크레이그 로빈스Craig Robins가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의 대표로부터 뒤마의 작품 판매를 약속받았다가 이후에 이런저런 이유로 판매를 거부하자 계약 위반으로 제소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뉴욕 연방법원은 로빈스가 즈위너와의 판매 약속을 증명하는 계약서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물론 잘 아는 사이에 계약서를 운운하는 것이 신뢰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위해 작성하는 것이라기보다 나중에 혹여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대비해 준비하는 것이다. 신뢰와 인보이스만으로 이뤄지는 많은 거래가 ‘계약서 교환’의 뉴 노멀 방식으로 정착되어 가길 기대해본다.


해외에서 구입한 에디션은 무관세 대상일까?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 (WCO)에서 정한 품목 분류에 따라 예술 작품과 골동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관세가 원칙이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예술 작품을 한정하는 예외 조항들이 조금씩 다르게 규정되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회화와 판화, 조각 등 순수 미술 작품에는 관세를 면제하지만 사진 작품은 기계로 복제, 인쇄된다는 이유로 ‘인쇄물’로 분류해 세금이 부과된다. 한정적인 법률 조항에 따른 분류로 작품이 응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이라 우려되지만, 근래 여러 판례에서 볼 수 있듯 미디어 예술이나 동시대 추상 조각도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으니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공유 플랫폼에서 공동 소유 작품을 구입할 때 주의할 점은?

국내 미술품 분할 소유 플랫폼들이 판매하고 있는 작품의 소유권 지분은 현 법률상 증권이 아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민법과 상법으로 그 권리를 보호한다는 뜻이다. 즉, 업체에 폐업 등 문제가 생기거나 금융 사고가 나도 금융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등으로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분할 소유 플랫폼들이 이에 대한 자체적 보호책을 마련해 권리 증 서 등의 인증서를 발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증서들이 실제로 사고 상황에서 어떻게 권리를 보호하는지, 지분 구매 전에 꼼꼼하게 살펴봐야 한다. 미국과 스위스, 싱가포르 등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해외 플랫폼의 경우 이미 법적으로 미술 작품 분할 소유의 증권을 인정하고 증권 시장에 정식 등록돼 규제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주의할 점은 있다. 일단 소유권 분할 지분이 증권화되었다 하더라도 2차 거래는 자체 플랫폼들이 마련한 거래소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이다. 사전에 제약 사항과 외국인의 2차 거래가 가능한지 등을 주의 깊게 체크할 필요가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과 비슷한 신진 작가의 그림, 사도 될까?

예술계에서 모방과 표절은 사라지지 않는 화두다. 특히 동시대 예술에서 이미 존재하는 이미지나 사물을 이용해 자신의 작품으로 재창작하는 ‘차용 미술’ 작품이 많아지면서 저작권 분쟁도 늘고 있다. 창작자의 허가 없이 게시물을 복제해서 자신의 작품에 사용하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으며, 침해 시에는 민·형사상 책임이 따르게 된다. 하지만 ‘스타일’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즉, 유명 작가의 화풍이나 기법이 비슷한 신인 작가의 작품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복제한 작품으로 유명한 미국 아티스트 일레인 스터티번트Elaine Sturtevant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트 컬렉팅: 감상에서 소장으로, 소장을 넘어 투자로>

초보 컬렉터를 위한 아트 컬렉팅 입문서. 저자 케이트 리는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며 예술법과 지적재산권 분야의 경력을 쌓은 후 2019년 한국에 돌아와 미술품 구매 컨설팅 및 해외 전시 기획 회사 아티고어Attigor 소속의 아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현장에서 직접 컨설팅하며 보고 듣고 느낀 사례를 바탕으로 작품 감상과 소장, 투자를 위한 팁을 전한다. 최근 10년간 현대미술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부터 취향을 파악해 좋은 작품을 발견하고 구매하는 방법, 구매한 작품을 매각하여 현금화하는 방법과 최근 각광받는 새로운 방식의 작품 투자법에 이르기까지. 이제 막 아트 컬렉팅을 시작한 독자들이 알아두면 좋을 지식이 가득하다. 컬렉터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저작권법, 세법과 관련한 FAQ도 함께 수록했다. 디자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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