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9월호

Take A Rest

북한산 아래에 위치해 많은 문화유산이 자리하고 있는 성북동. 동네에 머무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4곳의 공간을 소개한다.

EDITOR 이호준 PHOTOGRAPHER 박성연

헌책과 와인을 팔아요 헌술방


붉은 벽돌 건물에 자리한 ‘헌술방’의 시간은 밖과 조금 다르게 흐른다. 빠르고 바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와는 달리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것에 집중하는 공간이기 때문. 헌술방이라는 이름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이곳은 헌책과 시간이 지나며 깊어지는 술, 와인을 판매한다. 지하를 포함해 총 4개 층을 사용하는데, 지하에서는 와인과 헌책을 팔고, 1층부터 3층까지는 와인과 페어링할 수 있는 다양한 먹거리를 판매한다. 지하에 마련한 나무 진열장과 테이블 그리고 두 가구를 빼곡히 채우는 와인과 헌책 셀렉션은 보자마자 비밀스러운 창고를 연상케 한다. 와인을 직접 추천받을 수도 있고, 방문 전에 인스타그램을 확인한다면 추천 리스트를 확인할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1층부터 3층은 레트로 디자인의 스테인드글라스 덕분에 여러 색의 빛이 한 공간에 자리한다. 특히 가구나 몰딩 같은 인테리어 디테일 덕분에 마치 오래된 벽돌 주택에서 음식을 먹는 것만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든다. 칵테일도 판매하는데 배도라지 청과 라이 위스키로 만든 달콤 씁쓸한 ‘최백호 패션드’는 이곳만의 시그너처다.

주소  성북구 창경궁로 43길 11 

영엽 시간  월~목요일 오후 4시~새벽 1시, 금~일요일 오후 2시~새벽 1시

문의  @heonsulbang



시그너처 칵테일인 ‘최백호 패션드’와 함께 먹을 수 있는 ‘토마토 수프’ 그리고 함께 곁들일 수 있는 구운 빵.




아티스틱 컬러 팔레트 나아



성북동 골목가에 위치한 카페 나아Naw. 이곳에 들어서면 하얀 캔버스를 다채로운 색으로 칠한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 디자이너의 작업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도 들 수 있을 텐데, 사실 착각은 아니다. 실제 디자이너 부부가 자신의 작업실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이곳을 인테리어했기 때문이다. 취향과 문화를 함께 향유하자는 의도를 담아 낮에는 카페로, 저녁에는 와인 바로 운영한다. 나아의 특징 중 하나는 취향이 담긴 여러 수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외국에서 공수한 유화 작품과 현대적인 감성의 아트 오브제가 곳곳에서 존재감을 발휘해 편집숍을 방문한 듯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가구 또한 이곳의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거나 수집해온 가구를 중심으로 배치한 것이라고. 한쪽 벽면을 통창으로 처리해 개방감이 느껴지지만, 카페 한쪽에는 음악 감상실 공간도 마련했다. 1970~1980년대 뉴욕 올드 재즈와 신스 팝, 시티 팝 관련 바이닐을 진열해두었다. 콘셉트가 아늑한 작업실인 만큼 대표의 취향을 한껏 반영한 플레이 리스트를 향유할 수 있다. 시원하고 새콤한 제철 메뉴인 ‘남고황매실 주스’와 진하게 우려내 깊은 맛의 밀크티를 추천한다.

주소  성북구 성북동 63-18

영엽 시간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일요일 오전 12시~오후 9시

문의  @naw_seoul



제철 메뉴인 ‘남고황매실 주스’와 진하게 우려낸 밀크티.




황홀한 사운드의 향연 리홀 뮤직 갤러리


흔한 말로 ‘귀를 씻어낸다’는 표현처럼 황홀하고 질 좋은 사운드를 경험하고 싶다면 ‘리홀 뮤직 갤러리’로 향해보자. 이곳은 갤러리라는 명칭에 부합할 만큼 10만여 장이라는 방대한 수의 LP를 비롯해 CD나 카세트테이프 등으로 벽면이 가득 채워져 있어 들어가자마자 압도감이 느껴진다. 소정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음료와 함께 듣고 싶은 곡을 직접 신청할 수 있는데, 각기 다른 질감과 특징을 지닌 스피커를 마련해두어 곡의 특성에 맞는 기기로 음악을 틀어준다. 만약 스피커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 이라면 이곳을 더욱 사랑할 수밖에 없다. 무성영화 시대에 광대역 오디오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처음 생산한 웨스턴 일렉트릭사의 ‘15A’와 ‘25A’가 갤러리 내부 한가운데에 위치하는데, 이 스피커는 빈티지 오디오 마니아들에게는 꿈의 스피커라고도 불린다고. 이 외에도 1940년 제작한 극장용 오디오 시스템인 ‘알텍’과 비슷한 시기에 독일 클랑필름사에서 만든 ‘유로딘’ 스피커 그리고 특히 현악기의 선율을 생생히 전달하는 ‘탄로이’ 스피커가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추천 바이닐 리스트도 확인할 수 있으니 유념해두자.

주소  성북구 성북로 31길 9

영엽 시간  화~일요일 오전 11시30분~오후 8시 50분, 월요일 휴무

문의  @rheehallmusicgallery



10만여 장의 LP가 있는데, 추천을 받고 싶다면 갤러리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해도 좋다.




성북동의 작은 이탈리아 일 만치노



지난 7월 말 오픈 소식을 알린 따끈따끈한 ‘일 만치노’. 2개의 야외 테라스 테이블과 바 테이블만으로 운영하는 아담한 규모의 공간이지만, 마치 이탈리아를 작게 축소한 듯 이탈리아의 분위기를 충실하게 담아냈다. 음식과 커틀러리, 테이블웨어 같은 사소한 디테일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심함이 이곳의 매력. 이탈리아에서 오랫동안 유학 생활을 해온 이곳의 대표이자 셰프인 유승재는 현지에서 생활하며 다양하고 맛있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접할 수 있었고, 그 경험과 노하우를 자양분 삼아 자신만의 해석을 더한 레시피를 완성했다. 이탈리아에서는 캐주얼하게 즐긴다는 ‘호박꽃 튀김’이나 직접 제면해 만드는 생면 파스타 요리는 구태여 어느 하나를 특정하지 않아도 모두 쫄깃한 식감과 수준 높은 맛을 자랑한다. 낮과 밤 모두 이곳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일 만치노의 매력. 바에 앉아 이곳의 공동대표이자 바리스타가 선보이는 에스프레소와 디저트를 즐기며 커피 한잔의 여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주소  성북구 성북로 5길 12 1층

영엽 시간  매일 오전 10시~새벽 1시

문의   @mancino_seoul



피스타치오 페스토와 치즈로 맛을 낸 ‘까르보나라 생면 파스타’와 신메뉴로 선보이는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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