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9월호

공예와 디자인이 한데 모이는 자리

청주와 광주에서 각각 ‘제13회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열린다. 공예와 디자인이 지닌 힘과 가치를 확인하고, 작가와 관객이 교류하며 새로운 비전을 만들어내는 자리.

GUEST EDITOR 박지혜

‘비엔날레’란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국제적인 미술 행사를 통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비엔날레가 미술 혹은 건축에만 국한되는 건 이미 오래전 얘기다. 최근 좀 더 확장된 예술 장르로 각광받고 있는 공예나 디자인은 물론이고, 장르를 좁혀 미디어 아트나 컨템퍼러리 아트 혹은 환경이나 지역 예술에 초점을 맞춘 비엔날레까지 다양하다. 그중 우리나라에서 손꼽을 만한 것으로는 공예의 고장 청주에서 열리는 ‘청주공예비엔날레’,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의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에서 뻗어 나온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들 수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2001년에 시작돼 2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역시 2005년에 시작돼 10회째를 맞았다. 특히 9월부터 진행될 이 두 행사에 이목이 집중되는 건, 이번이 팬데믹 이후 치러지는 첫 번째 행사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와 주최측으로서는 관객과 직접 대면함으로써 그간 조용히 응집해온 에너지를 폭발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일 터. 올가을, 청주와 광주를 흥미진진한 예술적 에너지로 물들일 두 행사를 미리 살펴본다.




올해 본 전시에서 공개될 ‘Design Meets K-POP’ 연출 사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포스터.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디자인을 만나다Meet Design’이라는 주제를 내건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요즘 그 어떤 단어보다 광범위하게 쓰이는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명쾌하게 정의 내리고, 그 가능성의 탐구에 집중할 예정이다. “이번 행사의 차별점이라면, ‘문제 해결’에 목적을 둔 창의적인 프로세스로 ‘디자인’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디자인은 상품화ㆍ산업화로 이어지는 경제성, 비즈니스 연계성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담론 형성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디자인이 어떻게 실현되고 삶을 바꾸는가’ 하는 실용적 측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비엔날레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나건 총감독의 설명이다. 그에 걸맞게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특히 기업들의 참여가 두드러질 예정이다. 테크놀로지, 라이프스타일, 컬처, 비즈니스 4개의 테마 중 ‘테크놀로지’ 섹션에서는 LG, 르노코리아, KG 모빌리티 등이 참여해 AI(인공지능), 로봇 등이 주를 이루는 미래 디자인을 선보인다. ‘컬처’ 섹션이야말로 이번 비엔날레에서 한국 디자인의 저력을 보여줄 전시로 기대를 모은다. ‘Culture meet Design’이라는 테마로, K-팝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음악 속의 디자인, 캐릭터와 게임 산업의 콘텐츠를 흥미롭게 연출해 선보일 예정.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권위있는 국제 디자인 공모전인 iF, 레드닷과의 적극적인 협업이다. “4개의 주제 전시에 맞춰 iF, 레드닷 수상작들이 각 주제 전시관에 나눠 전시될 예정입니다. 이를테면, 옛날 광부들이 갱도 안의 가스 누출을 감지하기 위해 카나리아를 들고 광산에 들어갔던 점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카나리아 대기질 측정기’라는 작품이 있는데 올해 레드닷 수상작이죠. 이렇게 시대 흐름에 맞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수상작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습니다.” 나건 총감독의 설명이다. 비엔날레가 지닌 축제로서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비엔날레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비롯해 광주 양림동 일대의 숨겨진 정원을 가드너와 함께 탐방하는 ‘양림 예술정원 여행’이 진행되고, 광주시립미술관 등의 다양한 문화적 스폿이 ‘만남과 교류의 장’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9월 7일부터 11월 7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및 광주시 일대. gdb.or.kr



2021년도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 전경.



청주공예비엔날레

올해 13회째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의 주제는 ‘사물의 지도The Geography of Object - 공예, 세상을 잇고, 만들고, 사랑하라’다. 이번 행사의 총감독인 강재영 예술감독은 이 주제를 통해 ‘공예의 진정한 가치와 가능성’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거대한 슈퍼컴퓨터나 AI도 뭉툭한 손도끼 한 자루에서 출발했을 겁니다. 우리가 공예라고 불러온 것은 이렇듯 인류의 가장 근원적이고 오래된 ‘지적 설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번 비엔날레는 공예가 가진 이런 특별한 능력과 힘, 다양한 사물과 인간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전시는 크게 5가지의 테마로 구성된다. ‘대지와 호흡하며 함께하는 사물들’, ‘인간-자연-사물을 연결하는 문화적 유전자와 맥락들’, ‘손, 도구, 기계, 디지털의 하이브리드 제작 방식과 기술들’, ‘생태적 올바름을 위한 공예가의 실천들’, ‘생명 사랑의 그물망에서 지속되는 희망들’이 그것이다. 생태와 생명, 인간, 대지, 호흡 같은 키워드를 하나씩 꿰어보노라면, 이번 비엔날레가 미래를 향한 낙관적 제안보다는 현재의 인류를 위해 공예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다. 청주공예비엔날레는 이번 행사의 주요 작가로 황란, 이상협, 유르겐 베이 3인을 꼽았다. 황란 작가는 단추와 색실, 핀 등 바느질에 필요한 재료를 사용해 거대한 ‘공예적 회화’를 선보이는 작가로 이번 비엔날레만을 위해 작업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상협 작가는 30kg 무게의 은괴를 이용해 오로지 수작업만으로 1m 크기의 은기 오브제로 만드는 작업을 선보인다. ‘손으로 하는 작업’이라는 수공예의 진정한 본질에 닿고자 하는 작가의 공예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유르겐 베이 작가는 친환경적인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대표작 ‘Tree Trunk Bench’의 청주 버전을 선보인다. 주변에 널려 있는 자원으로 그 ‘쓸모’를 찾는 작가의 방식 자체가 이미 더없이 ‘공예적’이다. ‘2023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886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만장일치로 대상을 거머쥔 금속 작가 고혜정의 작품 ‘The Wishes’도 주목할 만하다. 이 밖에 스페인을 주빈국으로 하는 전시 를 비롯해 비엔날레 기간 동안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전: 피카소 도예>, 국립청주박물관의 <이건희 컬렉션 지역순회전> 등 전시가 함께 열려 꽉 찬 볼거리를 선사한다. 9월 1일부터 10월 15일까지, 청주 문화제조창 본관 및 청주시 일원. okcj.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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