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M> 2023년 9월호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 마준혁 & 안미륵 소장

지난여름 서울도시건축관 옥상에 들어서는 ‘서울 마루 공공개입 2023 공개 공모’가 진행됐다. 치열한 겨루기 끝에 당선된 작품의 주인공은 바로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 설계를 맡은 마준혁과 안미륵 소장을 만났다.

EDITOR 정송 PHOTOGRAPHER 이경옥

(좌) 안미륵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건축학 학사학위를, 콜롬비아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의 공동 소장이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에 출강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다.

(우) 마준혁  데이비드슨 칼리지에서 인류학 학사학위를 받은 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부터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를 함께 운영 중이다. 시라큐스와 버지니아 대학교에 출강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다.


‘식방마루’가 설치될 서울도시건축관 전경 렌더링 이미지.


9월 1일 서울도시건축관 옥상에 ‘식植방房마루’가 들어선다. 야외 공간에 6개의 독립적이면서도 이어진 온실, 즉 베이bay를 만들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베이마다 미묘하게 바뀌는 환경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는 원애프터 건축사사무소(이하 원애프터)의 마준혁과 안미륵 소장이 ‘서울 마루 공공개입 2023 공개 공모’를 통해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9월 1일 2023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함께 오픈해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이에 대해 진득하게 알아보기에 앞서 마준혁과 안미륵 소장 그리고 이들이 운영하는 원애프터에 대해 먼저 살펴보자.

둘은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콜럼비아 대학교 대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건축 스튜디오를 함께 쓴 건 아니지만, 마음이 곧잘 통해 2020년 본격적으로 손을 잡았다. 모든 듀오의 시작이 비슷하듯 이들 역시 성향은 달랐어도 ‘고집부리지 않는 성격’이 닮았다고. “젊은 건축가는 공모전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 번 같이 하면서 성향을 알아볼 기회가 많았어요. 그런데 서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꽤 수월하더라고요. 제가 봤을 때 안미륵 소장이 더 잘하는 구역에서는 ‘그래, 그거를 따라가자’라고 결정하고, 반대로 제가 좀 더 나을 때는 안미륵 소장이 저를 밀어주고 하는 장단이 잘 맞더군요.” 건축적으로도 하나의 지향점을 향해 걸어갈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이들은 서로에게 더욱 소중한 인연이었다. 이들은 처음 뉴욕에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여름마다 잠깐 서울에 머무르며 하나둘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어느덧 서울에 사무실을 내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저희는 사용자의 측면에서 봤을 때 ‘좋은’ 건축을 추구합니다. 환경적 측면에서 편안한 공간이 원애프터가 지향하는 바예요. 디자인적으로 아름답고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죠. 하지만 우리가 최우선으로 염두에 두고 만들어야 하는 건 분명 ‘경험’입니다. 이는 환경적으로 ‘얼마나 편안한가’란 질문의 답에 따라 달라지고, 또 온도 및 습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더불어 21세기에 기후변화는 우리 모두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입니다. 저희는 건축을 설명할 때 사람과 자연의 매개체라고 합니다. 이 둘이 공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건축가의 역할이라고 말하고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인테리어 및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던 원애프터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주최한 ‘서울 마루 공공 개입 2023’ 공모전에 ‘식방마루’란 프로젝트로 당선했다. “저희가 그동안 고민하던 ‘환경’에 관한 문제를 크게 확장한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어요. 오랜 시간 ‘온실’을 연구해왔는데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실내 온도 변화는 건축가에게 가장 중요한 숙제나 다름없죠. 에어컨이나 난방 시스템 등 기술의 도움을 빌릴 수 있지만, ‘패시브 시스템passive system’이라는 좀 더 건축 내·외부적으로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시스템을 적용해 자연 친화적인 방식을 차용하고자 했어요. ‘식방마루’에 저희가 궁극적으로 건축에 적용하고 싶었던 이러한 시스템을 시도한 거죠.” 환경에 관한 연구 말고도 그간 원애프터가 중점적으로 고민해온 ‘경험’에 대한 고민이 이곳에 녹아 있다. 각각의 베이를 독립적으로 구성하면서 동시에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든 게 그것이다. 공간을 지날 때마다 변화하는 환경에 주의를 집중하게 된다. “사실 9월 1일이면 아직 한창 더울 때죠. 공간을 철수하는 11월 말이면 추운 겨울이고요. 계절과 날씨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요. 별 장치 없이 패시브 시스템 하나로 온실처럼 만든 이곳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함을 느끼며 공간 디자인이 가진 힘에 놀랐으면 좋겠어요.”

건축가로서 그 이후 스텝을 생각하는 두 소장. 단순히 자신들이 디자인한 건축물을 짓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은 건축 외에도 글쓰기를 비롯해 작가로서의 작품 활동, 큐레이팅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세상에 자신들이 좀 나은 삶의 방식을 제안하는 건축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식방마루’의 한 베이에서 바라본 다른 베이의 모습 렌더링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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