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ALPINE HIDEAWAY

스키 부츠를 등산화로 바꾸고 청록색 호수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한 트레일 코스로 떠나는 계절. 6월부터 10월까지 알프스는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알파인 서머’를 맞이한다. 생동하는 자연과 서늘한 날씨로 겨울 그 이상의 매력을 간직한 알프스의 여러 여행지와 호텔, 놓쳐서는 안 될 다양한 축제와 액티비티를 함께 소개한다.

GUEST EDITOR 박지혜

DOLOMITES ALPINA DOLOMITES


이탈리아의 최북단, 밀라노에서 차로 약 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돌로미테는 유럽인들에게는 트레킹과 겨울스포츠로 사랑받는 명소다. 동알프스의 최고 트레킹 코스인 알타 비아Alta Via 1의 출발지이기도 한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를 끼고 있으며, 높이가 3000m에 달하는 석회암 봉우리는 지질학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알피나 돌로미테는 고산 툰드라 지대인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의 신비로운 경사면을 배경으로 1860m의 고지대에 지어진 호텔이다. 삼각형 스파이크로 둘러싸인 원형경기장 형태의 메인 건물, 밝은 톤의 벽돌과 소나무로 마감한 외관, 직선이 주를 이루는 실내디자인은 ‘컨템퍼러리 샬레’의 전형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들이 내세우는 모토는 ‘자연을 경험하라’다. 열정적인 스키나 트레킹도 좋지만, 이곳에서 권장하는 건 수영이나 스파를 즐기는 조용한 휴양이다. 특히 이곳의 ‘코모 샴발라 스파’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지대 온천’으로서 명성이 자자하다. 시원한 통창이 뚫린 22m 길이의 수영장에서는 사솔룽고 랑코펠Sassolungo Langkofel의 들쭉날쭉한 봉우리와 슐레른산의 절경이 한눈에 담기고, 소나무 향을 맡으며 따뜻한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alpinadolomites.it




DON’T MISS

그레이트 돌로미테 로드Great Dolomites Road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산악 도로로 이탈리아 북부 볼차노Bolzano에서 코르티나 담페초Cortina D’Ampezzo까지 120km 길이로 이어진다. 드라이브를 하며 돌로미테산맥의 유명한 산들을 대부분 볼 수 있어 중간중간 뷰 포인트에서 멈추면서 경관을 감상하기 좋다. guidedolomiti.com




GSTAAD GSTAAD PALACE



스위스 남서부 베른주에 자리한 크슈타트는 스위스의 수많은 스키 휴양지 중에서도 가장 고급스러운 지역으로 손꼽힌다. 마을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부티크와 예약제로 운영되는 세계적 갤러리가 즐비하고, 그림 같은 산책로와 하이킹 코스가 있어 느긋한 휴가와 액티비티를 동시에 즐기려는 이들에게 은밀하게 사랑받고 있다. ‘크슈타트성’이라 이름 붙은 이 호텔은 크슈타트라는 휴양지와 그 역사를 함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슈타트 역이 생기고 열차가 개통되었던 당시인 1913년에 문을 열었고 마돈나, 찰스 왕세자,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레이스 켈리 같은 유명인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휴가를 보낸 그야말로 ‘스위스의 리츠’라 할 만하다. 그 화려한 명성과 오랜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이곳이 세계적 알파인 리조트로 꼽히는 이유는 ‘휴가’를 위한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 1970년대부터 운영되고 있는 전설적인 나이트 클럽 ‘그린 고Green Go’를 비롯해 올림픽 우승자들이 테니스 캠프를 진행하는 4개의 야외 테니스 코트, 올림픽 사이즈의 야외 수영장을 갖추고 있어 호텔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지루할 틈 없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특히 ‘월드 베스트 호텔 스파’로 선정된 1800m2 규모의 스파에서는 화강암으로 만든 온천 돌담에 기대 알프스의 장관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palace.ch



DON’T MISS 

크슈타트 메뉴인 페스티벌Gstaad Menuhin Festival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이 설립한 여름 클래식 축제로, 1957년 시작돼 매년 여름 7월부터 9월까지 열린다. 여름 시즌 크슈타트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이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이곳을 선택할 정도. 여름은 최대 성수기로, 미리 공개된 공연 일정에 맞춰 여유 있게 숙소를 예약하는 것이 좋다. gstaadmenuhinfestival.ch




MEGÈVE FOUR SEASONS HOTEL MEGÈVE



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 론 알프스 지역에 위치한 메제브는 몽블랑 근처의 작은 휴양 마을이다. 휴양지로서 메제브 마을은 로스차일드 가문과 큰 연관이 있다. 스위스의 스키 휴양지인 생모리츠에 실망감을 느낀 노에미 드 로스차일드Noémie de Rothschild가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며 직접 리조트를 개발했고, 1950년대 이래 유럽 상류층에게 가장 인기 있는 알프스 휴양지로 자리 잡게 된 것. ‘메제브 포시즌스 호텔’ 역시 로스차일드 가문이 설립했는데,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이브 로숑Pierre-Yves Rochon이 참여해 현대적이고 우아한 스타일의 샬레를 완성시켰다. 알프스의 설경이 한눈에 담기는 모던한 인테리어와 완벽에 가까운 서비스 외에도 이곳에서 즐길 거리는 다양하다. 야외 파빌리언에서 즐기는 요가와 명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야외 풀로 이어지는 대규모 스파, 근처 라크 드 자벤Lac de Javen 호수에서 즐길 수 있는 피크닉 프로그램 등 충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안 소피 피크Anne-Sophie Pic의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라 담 드 피크-르 1920’과 로스차일드 와인 약 1만2000병을 보유하고 있는 와인 셀러 덕에 ‘미식 여행지’로도 방문 가치가 충분하다. fourseasons.com/megeve




DON’T MISS

오트 루트 알프스Haute Route Alpes  아마추어 사이클 선수들에게 ‘프로’의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창설된 사이클 대회. 메제브에서 시작해 니스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총 775km, 7일간의 대장정이 이어지며, 사이클 경기에서 가장 도전적인 코스로 꼽히는 콜 드 롬, 콜 뒤 글랑동, 알프 뒤에즈 등을 차례로 통과해야 한다. 매년 8월 말에 진행되므로, 이 기간에 맞춰 메제브를 방문한다면,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들의 비장한 스타트 행렬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hauteroute.org




ST. MORITZ KULM HOTEL ST. MORITZ



생모리츠 마을은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그림엽서의 풍경과 꼭 닮았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청록빛 호수, 이와 대비되는 연둣빛 초지, 짙은 초록과 눈 쌓인 회색이 공존하는 높은 산, 이 모든 게 눈이 시릴 듯 또렷한 채도를 자랑한다. 이 마을과 역사를 같이하는 호텔이 있으니, 바로 ‘쿨름 호텔’이다. 1864년 처음 문을 열어 스위스에서 최초로 전기등을 밝혔고, 온천을 개발하며 겨울스포츠 기반 시설을 짓기 시작하면서 생모리츠가 최초의 동계 올림픽 개최지가 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호텔은 150여 년 세월에 걸맞은 클래식함과 기품, 편리함을 모두 지니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피에르 이브 로숑의 터치가 깃든 웅장한 로비, 소나무 패널을 덧대 새롭게 단장한 현대적인 객실, 생모리츠 호수의 청록빛이 한눈에 담기는 수영장과 스파까지. 여기에 사계절 즐길 수 있는 레포츠 시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호텔 내에 3개의 테니스 코트와 2개의 골프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겨울이면 호텔 바로 앞, 얼어붙은 생모리츠 호수가 스노 폴로 월드컵의 경기장으로 변신한다. 여름이나 가을 시즌에 방문한다면, 호텔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여러 가지의 액티비티를 놓치지 말 것. 호텔 뒤 코르빌리아Corviglia산을 따라 이어지는 3개의 등산로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빛나는 햇살을 받으며 스탠드업 패들링을 즐기는 등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돼 있다. kulm.com



DON’T MISS

생모리츠 재즈 페스티벌Festival da Jazz St.Moritz  2005년 시작된 소규모 재즈 축제로 매년 여름, 생모리츠의 전설적인 클럽 ‘드라큘라 클럽Dracula Club’을 비롯한 생모리츠 전역에서 열린다. 랜디 크로퍼드Randy Crawford, 맷 비앙코Matt Bianco, 나이절 케네디Nigel Kennedy 같은 뮤지션들이 이 무대를 찾았으며 야외 공연, ‘재즈 랩’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약 한 달간 지속된다. festivaldajazz.ch




ZERMATT MONT CERVIN PALACE



마터호른의 기슭에 위치한 휴양지 체어마트는 스키어들과 관광객을 위한 오염되지 않은 안식처 중 하나다. 오래된 샬레의 테라스마다 올망졸망 매달려 있는 붉은 꽃, 기차역 앞을 오가는 마차와 마부, 거리에 즐비한 고급 초콜릿과 치즈 상점은 알프스 여행의 환상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체어마트의 랜드마크라 할 만한 ‘몽 세르뱅 팔라스’의 역사는 마터호른 등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인 185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개의 객실에서 시작된 작은 샬레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고 증축과 개조가 반복되며, 현재는 140여 개 객실과 3개의 레스토랑, 스파를 갖춘 체어마트의 아이콘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객실은 편안함을 강조한 클래식 스타일의 ‘알핀’, 아늑한 목재로 꾸민 전통 스위스 스타일의 ‘샬레’, 지중해풍으로 꾸민 ‘샬레 패밀리’로 나뉜다. 남향 객실에서는 마터호른 봉우리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고, 북향 객실에서는 테슈호른과 미샤벨의 돔산이 조망된다. 1700m2 규모에 달하는 스파와 야외 수영장, 한가로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너른 야외 중정, 미쉐린 1스타 셰프 주세페 파리시Giuseppe Parisi의 지중해식 레스토랑 ‘리스토란테 카프리’ 등이 자랑거리. montcervinpalace.ch



DON’T MISS

체어마트 페스티벌Zermatt Festival  2005년 시작된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로 베를린 필하모닉의 샤룬 앙상블Scharoun Ensemble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다. 매년 9월 초 진행되며, 체어마트 마을의 성 모리셔스 교구 성당St. Mauritius Pfarrkirche, 리펠랄프 예배당Kapelle Riffelalp 등 마을 곳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9월 7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될 예정. zermattfestival.com




CERVINIA HOTEL HERMITAGE CERVINIA


알프스의 체어마트를 두고 스위스와 국경을 맞댄 이탈리아의 산악 마을 체르비니아는 ‘여름 스키의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체어마트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고도까지 리프트가 운행되는 스키 슬로프가 있는 지역으로, 여름에도 고도 3000m에서 눈발을 맞으며 하강하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스위스 지역보다 숙박료가 저렴하다는 점 역시 알프스 여행의 고수들에게 체르비니아가 은밀하게 사랑받고 있는 이유다. 동화 속에서나 보았을 법한 외관을 간직한 ‘호텔 에르미타주’는 여러모로 알프스 여행의 낭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소다. 통나무로 지은 소박한 외관은 냉큼 들어가 몸을 누이고 싶을 만큼 매혹적이며, 그 뒤로 펼쳐진 마터호른의 위엄 넘치는 봉우리는 사뭇 비현실적이기까지 하다. 벽난로가 있는 고풍스러운 라운지에서는 휴식을 위한 아페리티프나 칵테일, 몸을 녹일 수 있는 위스키를 마실 수 있으며, 곳곳에 호텔의 소유주인 네이로즈Neyroz 가족이 수집한 예술 작품이 놓여 있어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은 듯한 은밀함도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의 장인들이 공들여 만든 소품과 골동품 가구가 놓인 객실에 머무르거나 천연 온천욕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호텔 정원에서 일광욕을 하며 유유자적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호텔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그런 이들을 위해 호텔 정원에는 쿠션이 놓인 선베드와 의자가 설치되어 있으며, 점심으로 아라카르트à la carte 메뉴를 제공한다. hotelhermitage.com



DON’T MISS

로사고원의 여름 스키Plateau Rosà summer skiing  로사고원은 ‘스키의 파라다이스’라 불리는 곳으로 케이블카 ‘알핀 X’를 타면 약 30분 안에 3480m 높이의 로사고원에 닿을 수 있다. 여름 기간 동안 국가대표 선수들이 하계 훈련을 즐기는 곳으로 알파인스키, 슬랄롬, 슈퍼G 등 슬로프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여름 시즌은 6월부터 9월까지. cervini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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