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서울 전성시대

아시아에서 서울이 예술의 핫 스폿이란 사실을 이제 모르는 이가 없다. 최근 서울에 새롭게 둥지를 틀거나 새 단장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화이트 큐브, 페레스프로젝트, SH 갤러리 서울, 에프레미디스 4곳을 소개한다.

EDITOR 정송

WHITE CUBE SEOUL




화이트 큐브는 1993년 영국 런던에 처음 둥지를 튼 후 홍콩, 파리, 뉴욕과 미국 웨스트 팜 비치에 지점을 두고 60여 명의 세계적인 작가와 작가의 에스테이트를 대표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갤러리 가운데 하나다. 그런 화이트 큐브가 9월 5일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서울에 정식으로 문을 연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호림아트센터 1층에 약 300m² 크기의 전시 공간, 프라이빗 뷰잉 룸, 오피스 등으로 구성해 컬렉터와 관람객을 맞이하는 것. 이를 이끄는 이는 2018년부터 화이트 큐브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면서 국내 기관과 컬렉터에게 갤러리의 프로그램과 작가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온 양진희 디렉터다. 야심 찬 출사표를 던진 만큼 개관전 <영혼의 형상>에 만전을 기했다. 기획에는 특별히 글로벌 아티스틱 디렉터인 수전 메이Susan May가 참여했으며, 한국 작가 이진주를 비롯해 세계적인 작가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크리스틴 아이 추Christine Ay Tjoe, 루이스 지오바넬리Louise Giovanelli, 베를린드 드 브뤼케르Berlinde de Bruyckere, 카타리나 프리치Katharina Fritsch, 마르게리트 위모Marguerite Humeau 등 갤러리의 아이덴티티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가 7인이 참여한다. 화이트 큐브는 지난 2022년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선보이는 등 한국 작가에 대한 애정을 꾸준히 표현해왔다. 이를 이끄는 CEO 제이 조플링Jay Jopling은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박서보의 고향이자 예술에 열정적인 컬렉터와 작가가 가득찬 이곳에서의 시간이 기대된다”라며 2023년 프리즈 서울을 기점으로 본격 활약할 화이트 큐브 서울을 예고했다.



PERES PROJECTS SEOUL



지난 4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이 삼청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지난해 4월 아시아 총괄대표 조은혜 디렉터와 손잡고 신라호텔 지하에 아시아 최초의 분관을 연 지 꼭 1년 만이다. 새 전시 공간은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1층을 비롯해 2층까지 있어 규모가 큰 설치 작품과 평면 작품 모두를 아우를 수 있다. 갤러리는 앞으로 이곳에서 더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002년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가 설립한 현대미술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삼아 뉴욕, 로스앤젤레스, 아테네, 스톡홀름 등 세계 각지에 분관을 운영해왔다. 아시아 도시 중에서는 서울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이들이 갤러리 전시를 비롯해 미술관이나 다른 기관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페레스프로젝트의 사명이다. 갤러리 이전을 통해 서로 공명하며 모두 함께 성장하는 미래를 그려본다”는 이전 소감과 함께 갤러리는 지난여름 2개의 전시로 포문을 열었다. 영국의 젊은 신예 작가 시시 필립스Cece Philips의 개인전 <Walking the In-Between>과 에밀리 러드윅 섀퍼Emily Ludwig Shaffer, 안톤 무나르Anton Munar 등 최근에 합류한 작가를 포함한 그룹전 <The New, New>였다. 경복궁을 포함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자리하며, 국립현대미술관과 갤러리가 포진한 삼청동에 자신 있게 출사표를 던진 페레스프로젝트. 주변 환경을 흡수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유연하게 변신해나갈 예정이다.




SH GALLERY SEOUL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일본 도쿄 베이스의 갤러리다. 2015년 일본 긴자에 오픈해 도쿄 아트페어를 시작으로 전 세계 아트페어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아시아의 뱅크시라 불리는 백사이드 웍스Backside Works, 야마구치 마사토Yamaguchi Masato, 나카 에리카Erika Naka, 고이즈미 료Koizumi Ryo, 히로키 니이미Hiroki Niimiii까지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굵직한 일본 작가들을 보유한 갤러리다. 2021년 도쿄 문화의 중심지 하라주쿠로 갤러리를 이전한 후 더욱 승승장구하던 중 2023년 6월 서울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분관을 오픈해 전속 작가를 소개하고 있다. 작가들은 일본 특유의 감성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드러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하지만 이곳이 일본 작가만 소개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난여름 SH 갤러리는 영국의 천재 낙서 화가로 일명 ‘미스터 두들Mr. Doodle’이라 알려진 샘 콕스Sam Cox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국적과 장르는 달라도, SH 갤러리가 선보이는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봤을 때 유쾌함과 통통 튀는 화면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이렇듯 SH 갤러리는 이곳 서울에서 계속해서 자신들의 미술 세계의 저변을 확장할 계획을 밝혔다. 9월에는 고이즈미 료의 개인전이 열린다. 2016년부터 캘리그래퍼로 활동한 그는 2019년 캘리그래피의 기본인 선을 원형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연속해 이어나가는 회화 작업 ‘enso’ 시리즈를 완성했는데,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현대미술 작가로 발돋움한 인물이다. 일본 특유의 오밀조밀하고 세심한 감성을 만나고 싶다면 SH 갤러리 서울이 당신이 향할 곳이다.




EFREMIDIS




컬렉터 스타브로스 에프레미디스Stavros Efremidis와 갤러리스트 톰 우Tom Woo가 2018년 독일 베를린에 공동 설립한 에프레미디스는 독일 신표현주의 시기 주요 작품을 중심으로 유럽, 미국까지 확장하는 폭넓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한다.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를 잡은 에프레미디스 서울 역시 베를린을 비롯해 유럽에서 펼쳐지는 동시대 미술을 선보이는 데 주력한다. 개관전부터 현재 진행 중인 전시까지 모두 한국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유럽 작가들을 소개하는 것이 특징. 특히 개관전 <전환Tapetenwechsel>에서 한나 소피 둔켈버그Hannah Sophie Dunkelberg, 미셸 그라브너Michelle Grabner, 톰 홈스Tom Holmes, 토니 저스트Tony Just, 아서 레이들로Arthur Laidlaw, 아우라 로젠버그Aura Rosenberg 총 6인의 소속 작가를 통해 갤러리의 방향성을 집약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공동대표 가운데 한 명이 한국인이다 보니 우리나라 진출은 물론 그 이전부터 한국 작가에게도 꾸준히 헌신적이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2022년 스위스 바젤에서 열리는 리스테 아트페어에서 탁영준을 소개하며 톱 5 갤러리로 선정되기도 했고, 베를린 지점과 포츠담 저택에서 오수환 작가의 개인전을 대규모로 진행해 유럽 컬렉터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렇듯 에프레미디스는 서울에서는 독일과 유럽의 작가를, 베를린과 유럽에서는 한국의 작가를 소개하며 시너지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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