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THE LEADERS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주한 스위스 대사와 김수연 스와치 그룹 코리아 지사장. 한국-스위스 수교 60주년을 맞이해 두 여성 리더가 한자리에 앉았다.

EDITOR 홍혜선 PHOTOGRAPHER 이경옥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스위스 바젤 출신으로 생갈렌 대학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행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7년 스위스 외교부에 입사한 이후 프랑스와 이탈리아, 모로코 등에서 근무했으며 세네갈에서는 대사를, 이탈리아에서는 공관차석을 역임했고, 2021년 12월부터 주한 스위스 대사로 부임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한국에 부임한 첫 여성 스위스 대사다.


김수연  루이 비통, 티파니, 까르띠에 등 굵직한 브랜드를 거치며 하이엔드 럭셔리에 대한 경험을 켜켜이 쌓았다. 2009년, 스와치 그룹 코리아에 입사해 국내에 해밀턴 론칭을 시작으로 12년간 다양한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21년 1월, 스와치 그룹 코리아의 지사장으로 부임한 그는 열정과 신념을 바탕으로 그룹 내 브랜드 전체를 유기적으로 아우르는 중이다.



스위스와 한국이 수교 60주년을 맞이했다. 스위스 국가를 대변하는 리더로서, 스위스를 대표하는 브랜드의 리더로서 각자 60주년을 맞이하는 소회를 알려달라.

(다그마 슈미트 타르탈리 주한 스위스 대사 이하 DST) 수교 6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를 대사 임기 중에 맞이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60’이라는 숫자가 한국에서의 의미도 크고. 두 나라의 파트너십을 위한 프로젝트나 함께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 등의 이벤트를 위해 작년부터 다방면으로 준비했다. 특히 60주년을 맞이해 한국 파트너들이 협업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있어서 매우 즐겁게 일했다. 기관과의 협력이 늘어난 것도 반가운 소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기업벤처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경제개발과 무역을 담당하는 많은 기관의 장관들도 긍정적으로 참여해주었다. (김수연 스와치그룹 코리아 지사장 이하 KSY) 마찬가지로 브랜드의 대표로서 의미 있는 해를 맞이하는 건 굉장히 남다른 기회다. 스위스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이 시계인데, 최근 시계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산업이 부흥하는 시기라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작정 판매를 위한 마케팅이 아니라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하는 여건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좀 더 뜻깊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였다.


두 나라 간 교류의 순간 중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DST) 한 장면을 콕 짚어내기가 어렵다. 현재 두 나라 간 관계가 하나로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도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건 로고 공모전이다. 단순히 대회의 개념을 넘어 워크숍 형식으로 실행한 프로그램이었다. 스위스에 있는 그래픽디자이너와 한국에 있는 그래픽디자이너가 협력해 두 나라의 관계를 표현할 수 방향으로 진행했는데, 그저 로고를 만들어 우위를 정하는 경쟁이 아니라 스위스와 한국의 그래픽디자이너 간에 예술적 대화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벤트 중 거의 첫 번째로 시작한 로고 공모전을 무사히 마치니 남은 프로젝트도 성공적일 거라는 예감이 앞섰다. 지난 4월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한 사진전 역시 의미가 깊다. 스위스와 한국 출신 젊은 사진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이 전시는 두 나라의 문화 교집합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올해 상반기 가장 큰 행사 중 하나였던 한-스위스 혁신주간 . 주제는 ‘혁신이 꽃 피는 곳(Where Innovation Blooms)’이었다. 대사관의 모든 부서에서 혁신이라는 주제에 맞게 수교 관계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디지털 기술이 사회 시스템과 문화, 자연환경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에 중점을 둔 <차원 여행:Travel Across Boundaries> 메타버스 전시도 기억에 남는다. 한 장면만 떠올리기 힘들다고 했는데, 막상 이야기하다 보니 뇌리에 새겨진 교류의 장면이 끝이 없다. <월간 디자인> 매거진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함께 만든 스위스 디자인 책자와 9월 진행할 스위스 디자인 토크도 기대해달라.

(KSY) 여러 스위스 시계 브랜드를 산하에 둔 스와치 그룹을 책임지는 입장이다 보니 앞서 대사님이 언급하신 다양한 이벤트들을 모두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개인적으로 수교 60주년 이전부터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다방면의 정보와 연관성을 수집해왔다. 일종의 직업병일 것이다. 그중 흥미로운 내용을 몇 가지 공유하고 싶다. 스위스와 한국 교류의 일면이니까. 먼저 서울역과 루체른 역의 공통점을 말할 수 있겠다. 서울역 역사驛舍가 일본의 도쿄역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 서울역의 디자인 모체는 루체른 역이다. 두 번째는 스위스 체르마트 역에 방문했을 때 발견한 독특한 마크다. 그것은 바로 경북 봉화군에 위치한 분천역의 표식이었다.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이하던 때 자매결연을 맺고, 분천역의 외관을 스위스 샬레 분위기로 단장했다고 한다. 시간을 내어 분천역에 한번 찾아가볼 생각이다. 이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스위스와 우리나라의 공통분모가 곳곳에 많다. 곧 티쏘 브랜드에서 배우 이동욱과 함께 스위스에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의 씨름과 유사한 형태의 스위스 민속 스포츠 슈빙겐을 관람하기 위해. 우승자에게 소를 상품으로 수여하는 것도 한국과 동일하다. 이러한 면면에 비추어 보면 스위스가 우리나라와 멀지 않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사람들에게 더욱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이벤트 외에 두 나라의 관계를 돈독히 할 다른 계획도 있나?

(DST) 스위스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이사국 멤버이고 한국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다. 2024년은 두 나라 모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으로 겹치는 시기라 지금보다 더 가깝게 외교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아질 거라 기대한다.


브랜드와 협업하는 이벤트를 진행해봐도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스위스의 강점인 워치메이킹에 대해 다루면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스위스는 어떻게 워치메이킹 강국이 되었나? 그리고 스위스 워치메이킹은 다른 나라와 어떤 차별점을 갖고 있는가?

(KSY) 스위스 워치메이킹 산업의 시작점은 종교혁명과 연관이 있다. 16세기 종교 박해를 피해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위그너 교도들이 시계 기술력을 갖고 제네바를 포함한 스위스 여러 지역으로 정착했다. 워치메이킹의 초석을 마련한 것이다. 제네바는 원래 주얼리 세공 산업이 활발한 지역이었는데, 시계 장인들이 합류하며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쿼츠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티쏘와 오메가를 주축으로 시작된 스와치 그룹에 론진을 포함한 다른 시계 브랜드가 하나둘씩 편입하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시계 산업을 굳건히 지켰다. 정확성을 넘어 기술력이야말로 시계의 근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스위스 시계와 다른 나라 시계의 차별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시계 산업 외에 스위스의 강점이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은 무엇인가?

(DST) 먼저 산업의 비율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스위스 역시 3차 산업 비율이 70%를 웃돈다. 2차 산업이 25%를 차지하고. 한국으로 수출하는 분야의 비율을 보면 제약 분야가 가장 큰 부분에 해당한다. 그다음이 시계 그리고 기계 순이다. 이 점이 조금 특별한 경우에 해당한다. 보편적으로 제약, 기계, 시계 순으로 수출이 이루어지는데 한국에는 두 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분야가 시계라는 점이다. 한국 사람들이 시계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계 분야에는 조선 산업도 있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생명과학, AI 관련 산업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대중적인 부분을 놓고 보자면 스위스의 유명 산업은 아무래도 관광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스위스로 여행을 오는 이유다. 참, 스위스의 초콜릿이 유명한데 사실 수출 면으로 따졌을 땐, 초콜릿보다 커피를 더 많이 수출한다. 일례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커피가 네스프레소인데, 네스프레소의 모든 것은 스위스에서 제조된다.


관광을 주요 산업 중 하나로 이야기했듯, 관광의 이유가 되는 자연은 스위스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키워드다. 그렇다면 스위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DST) 스위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이전과 비교해 굉장히 많이 변했다. 이를테면 나를 비롯해 또래 세대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K-팝을 통해 한국에 대해 알아간다. ‘강남스타일’로 시작해 방탄소년단까지 유럽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기에 K-팝을 한국의 이미지로 연관짓는다. 넷플릭스를 통해 영화 산업도 많이 알려져 있다. 넷플릭스에는 수많은 국가의 콘텐츠가 차고 넘치게 올라오지만 한국 고유의 콘텐츠가 유독 눈길을 끄는 건 전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서다. 스위스에서도 많은 사람이 함께 보며 즐긴다. 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음식이다. 비건이 많은 유럽에서 한국 음식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마 사찰 음식 때문일 거다. 한국의 문화는 나라를 홍보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오늘 이 인터뷰 직전 잼버리에 참석한 젊은 친구들을 만났는데, “한국은 엄청 ‘쿨’한 나라예요”라고 말하더라. 도시 곳곳이 잘 정돈되어 있고 세련된 건물과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 덕분이지 않을까? 젊은 친구들이 한국으로 여행을 많이 오는 걸 보면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변화했는지 여실히 체감하게 된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넘어가서 두 사람 모두 여성 리더로서 가정과 일의 균형을 유지하는 비결이 궁금하다.

(DST) 엄마로서 그리고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두 가지를 병행할 때 중요한 건 일과 삶의 균형이다. 이 주제는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아야 한다. 각자 처한 환경도 영향을 끼칠 테니까. 내가 자라온 시대는 여자가 일을 100%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었다(참고로 스위스의 근무 형태는 100%, 80%, 60% 등의 형식으로 퍼센티지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 기준 주 40시간 풀타임 근무는 100%에 해당한다). 하지만 요즘 스위스에서는 남자가 일을 적게 하는 걸 추구하는 추세고 가족 역할에 대한 개념도 바뀌었다. 더 이상 여성 혼자서 모든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아니기에 여성과 남성이 함께 육아를 하고 가족을 돌볼 수 있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사회나 이 문제는 정치적 토론의 주제일 테다. 요즘 스위스의 젊은 친구들은 예전과 다르다. 워라밸의 균형을 찾기 위해 자의로 100% 일을 하지 않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라 여긴다. 개인적인 이야기로 예를 들자면 나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기 전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외교관이 된 후에는 남편이 본인의 고향을 떠나 아들과 함께 나의 근무지를 따라 나서기로 결정했다. 인생은 타인이 만나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맞춰가는 것이라 생각하기에 각 나라로 일터를 옮길 때 온 가족의 결정이 중요하다. 서울로 올 때도 남편과 아들의 의견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가족 구성원 모두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남편이 나를 따라나서며 아들을 돌봐줄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한다.

(KSY) 대사님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한 여성 리더 포럼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때 눈물이 날 정도로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지금 여기 모인 여성 리더는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슬프지만 현실이다”라는 것이다. 결혼을 안 했다면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을 거고, 결혼을 했다면 남편의 지원을 밑거름 삼았을 거다. 공동육아일지라도 누군가에게 좀 더 큰 희생이 따른다. 나 역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남편에게 늘 고맙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앞서 이야기 나왔듯, 가족 간의 소통과 공감이다. 현재 두 아이를 키우면서 남편이 7학년에 재학 중인 딸과 유학 중이고, 나는 둘째 아들과 생활 중이다. 남편이 육아에 뛰어들면서 서로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고, 소통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우리의 관계는 전보다 더 끈끈해졌다. 아침저녁으로 통화하고 사진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일과를 공유한다. 같이 있을 땐 보이지 않던 사소한 것까지 보이더라.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듯, 가정과 일의 균형을 맞추려면 가족의 도움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각 나라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

(DST) 여성과 남성의 관계가 발전하면서 스위스의 근무 환경은 변모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수직적 문화가 많이 흐려졌다는 것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재택근무와 원격 근무를 하게 되면서 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업무에 대한 책임과 결정권이 다양한 직책에 분담되며 일의 효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수행하는 일이나 특히 정치와 관련된 주제는 아직 수직적 결정을 따른다. 그래도 내가 일을 시작했을 무렵에 비해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여성 외교관의 비율도 높아졌다. 전체 외교관의 비율 중 여성이 40%나 된다. 작은 변화가 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결국 사회 전반을 바꾸는 게 아닐까.

(KSY)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다. 예전에는 모두가 무조건 승진을 바라보고 달렸는데, 요새는 성별을 떠나 삶의 질을 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젊은 친구들에게서 이런 경향을 더 많이 느낀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는 MZ세대의 말투나 태도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과 일의 균형,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중점을 두는 것이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생긴 원격 근무가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은 것도 영향을 끼쳤을 거고. 육아휴직을 내는 남자의 비율도 높아졌다. 본사랑 소통할 때 각 나라의 트렌드에 대해 왕왕 이야기하는데, 이러한 문화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상황임을 자주 듣는다.


많은 이가 여성 리더의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을 롤 모델로 여긴다. 각자의 롤 모델이 있나?

(DST) 다양한 형태의 롤 모델이 존재한다. 첫째는 자신이 걸어가는 길을 믿고, 윤리적인 맥락에서 대의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이고, 둘째는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다. 무언가를 이루려면 팀으로 함께 일해야 하고, 그러려면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래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목적을 윤리적 이상과 신념을 바탕으로 현실화할 수 있지 않을까.

(KSY) 모든 여성 리더를 롤 모델로 삼는다. 디지털로 변화하는 세상에 아날로그적일지 모르지만, 매일 아침 일간지를 챙겨 본다. 그리고 여성 리더에 대한 기사를 그러모은다.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등을 보며 그 속에서 영감을 얻는다. 젊은 여성 직원들에게도 해당 기사를 보여주며 함께 이야기 나누고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편이다.

(DST) 외교관 시절에는 여성 대사들이 롤 모델이었다. 그런 선구자들 덕분에 지금의 여성 대사와 외교관들의 자리가 많아졌을 거다. 스위스 외교부 안에는 ‘포메타를 위한 방’이 있다. 스위스 첫 여성 대사였던 프란체스카 포메타를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그 안에는 전 세계의 첫 여성 대사 사진을 걸어두는데 워싱턴은 아직 여성 대사가 나온 적이 없어서 비어 있는 상태다. 하루빨리 허전한 자리가 꽉 찼으면 좋겠다. 다시 생각해보니 젊은 시절, 여성 외교관이었을 때 프란체스카 포메타를 떠올리며 희망을 얻었고 동기부여도 받았다. ‘여성 리더십’이라는 말 자체가 지금보다 많은 여성이 지도자 위치에 올라가야 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해서 발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성 외교관의 비율은 40%이지만 여성 대사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유리천장지수를 보면 OECD 국가 중 하위 4개국이 스위스, 터키,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이렇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 만족하지 말고 더 노력하며 뾰족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가 두 여성 리더의 인터뷰인 만큼 여성 리더십에 대해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




롤 모델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인생의 모토로 삼는 문장도 있을 것 같다.

(KSY) 2개의 문장을 마음에 새기고 다닌다. 하나는 “Always the best”. 약간 다른 의미인데 ‘최선을 다하자, 후회 없이 잘하자’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는 “Why not”이다. “왜 안돼?”라는 물음을 자주 던진다. 스와치 그룹의 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그동안 불가능했던 부분을 꽤 많이 고치려고 노력하며 했던 말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깃들어 있다. “여자라서 왜 안 돼?”, “이 브랜드는 왜 안 돼?”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더 나은 방면으로 나아가기 위해 항상 되새긴다. 쉽지 않은 도전일지라도, 그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다. 나는 날 때부터 열정이 많은 사람이라 이 문장을 보면 도전 의식이 타오른다.


삶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DST)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다. 내가 하는 일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권, 인간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존경하고 존중하는 것, 그것이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더 나아가 자연의 존엄성도 중요한 부분이다.

(KSY)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기르다 보니 사람과 환경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다. 다음 세대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생각하다 보면 뜨끔한 경우가 허다해 작은 실천이라도 실행하고자 한다. 플라스틱을 줄이거나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거나. 후세대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는 게 우리의 숙명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자연환경이 정화되는 걸 실제로 목도하니 이런 생각이 짙어졌다.


마지막으로 ‘럭셔리’란 무엇일까?

(DST) 지극히 개인적인 면에서는 자연에서 누리는 시간. 소박하고 단순한가? 산도 보고 물도 즐기며 자연을 향유하는 것이 나에게는 진정한 럭셔리다. 가치적인 면으로 본다면 갈등과 전쟁이 없는 세상 그리고 평등하고 보편적으로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이다. 사실 이런 세상은 추구하는 것이 이상이 아니라 현실이 돼야 한다.

(KSY) 일반적인 의미로서의 럭셔리에 부합하는 시계를 파는 사람이지만 시계보다 시간 그 자체를 럭셔리라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 럭셔리가 무엇일까를 떠올렸을 때, 가족과 보내는 행복한 시간이 가장 먼저 스쳤다. 좋은 식당에 가거나 호화로운 호텔에서 묵는 등 그런 배경은 중요하지 않다. 다 같이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며 밥 한 공기 나누어 먹고, 옹기종기 겹쳐 앉아 텔레비전 보며 수다 떠는 그 시간이 나에게 행복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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