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TWEED DE CHANEL

트위드에서 영감을 얻은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 컬렉션을 지휘한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 디렉터 패트리스 레게로를 만났다.

EDITOR 홍혜선

패트리스 레게로

2009년 샤넬 화인 주얼리 크리에이션 스튜디오의 디렉터로 취임한 뒤 샤넬의 모든 화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디자인해오고 있다. 그는 가브리엘 샤넬의 세계를 화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에 투영해 혜성과 깃털, 까멜리아, 밀 다발, 퀼팅, 진주 같은 아이콘을 재해석하고 샤넬의 별자리를 상징하는 사자를 하이 주얼리의 세계로 확장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한다. 특히 트위드 소재와 ‘N°5’ 향수를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구현해 창의성에 한계는 없다는 점을 증명해내며 이를 소장품 반열에 올렸다.



2020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 이후 트위드를 다시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주제로 소환했다. 트위드를 주얼리로 구현한 두번째 컬렉션이라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을지 오히려 더 궁금하다. 2023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을 소개해달라.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의 시작은 2009년부터다. 샤넬에 처음 발을 들인 2009년, 레이스와 트위드를 담당하던 장인을 만났고 그가 보여준 임브로이더리 샘플을 접한 뒤 트위드를 주얼리로 구현하리라 마음먹었다. 그때의 결심이 2020년 ‘트위드 드 샤넬’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것이다. 14년 전, 트위드의 세계를 주얼리의 세계로 확장하겠다 생각했을 때, 희미했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건 트위드가 지닌 고유의 속성을 그대로 이어나갈 거라는 점이었다. 가볍고 부드럽고 정교한 디테일. 이 핵심 요소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복잡하고 정밀한 작업이 필요했다. 아틀리에에 기술력을 갖춘 보석 세공사가 있는지, 원석 수급이 가능한지, 나의 열망을 현실로 옮길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져 있는지 등의 여건 말이다. 나는 보통 컬렉션을 론칭하기 3년 전부터 밑그림 작업에 돌입한다. 말 그대로 상상을 현실화하는 스케치는 2017년에 처음 나왔다. 앞서 이야기한 모든 제반 요소를 갖추었다고 생각한 시기였다. 트위드를 주얼리로 구현하기 위한 밑그림을 시작할 때 느낀 건 트위드의 세계가 정말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컬렉션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섰다. 이렇게 첫 번째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면서 트위드 소재 고유의 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트위드가 갖고 있는 면 중 간결하고 핵심적 요소만을 다루기로 결정했다. 복잡하고 정교하면서도 독창적인 면모는 후속 컬렉션으로 보여주리라 마음먹었고. 그 후속 컬렉션이 바로 2023 ‘트위드 드 샤넬’ 이다. 첫 번째 컬렉션을 무사히 끝낸 뒤 나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완전하게 준비가 됐을 때, 본격적으로 트위드의 두 번째 세계를 구상했다. 풍부한 이야기로 컬렉션을 연결성 있게 흘러가게끔 말이다. 그러다 보니 각각의 테마가 뚜렷한, 5개의 주제가 있는 컬렉션을 완성했다. 현재 마음속에는 세 번째 컬렉션을 구상 중이다.


2009년부터 구상한 트위드 주얼리 컬렉션이 2020년과 2023년에 세상에 나왔다. 이미 세 번째 컬렉션도 구상 중이라면 후속 컬렉션에 공개할 생각으로 아껴둔 아이디어도 있을 것 같다.

컬렉션을 내놓을 때마다 완성도를 완벽하게 끌어올리면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새로운 면면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세 번째 컬렉션도 완벽하게 확정 지은 건 아니지만, 전면에 공개할 수 없는 아이디어가 있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보다 반드시 더 낫거나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각 컬렉션의 스토리와 테마에 맞게 구성하는 것이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게 조율하는 거다.


2020년의 ‘트위드 드 샤넬’ 컬렉션과 어떤 부분에 차별점을 두고 전개했나?

2020년 버전은 트위드라는 소재의 고유한 속성에 집중했다. 이번 컬렉션은 5개의 테마로 갈래를 나누어 전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쉽게 말해 5가지 유형의 여성상을 5가지 트위드로 표현한 것이다. 트위드의 종류도 전보다 세분화했다. 치밀한 조직감이나 성근 조직 등 다채로운 질감을 묘사하고 일상에 어우러질 수 있도록 가볍게 제작했다. 전보다 다양한 유색석을 접목해 유려하고 호화로운 면모도 부각했다. 보석 세팅 기법도 다시 개발하면서. 각 테마에 사용한 유색석은 해당 테마의 궤를 잇는다. 이를테면 리본을 상징하는 루반 테마에는 희고 투명한 유색석을 사용하고, 까멜리아 테마는 붉은색을, 쏠레일 테마는 태양을 닮은 노란색 보석을 사용했다. 또 하늘과 별을 그리기 위해 블루, 사자는 빨간색 유색석을 활용했다. 이렇게 구분한 결과 전보다 정교하고 정확한 세계를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복합적인 세계관을 완성할 수 있었다.


하이 주얼리를 선보이는 다른 주얼리 브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브랜드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는 편인 듯하다.

샤넬에는 추상이라는 개념이 없다. 우리는 모든 것을 구체화하고 실재와 연결하며 실체가 있는 것을 다룬다. 샤넬의 아카이브, 이야기, 모티프 등.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추상성과 완전히 반대의 지점에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N° 5’ 향수를 기반으로 했던 주얼리 컬렉션에만 약간의 상상과 추상을 곁들였다. 향수를 주얼리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향기에서 영감을 얻어야 하니까. 향기라는 자체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력 한 줌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우리가 선보이는 모든 컬렉션은 구체적이다.


구체적인 요소로만 컬렉션을 전개하는 특별한 이유는?

가브리엘 샤넬과 나는 추구하는 바가 같다. 어쩌면 취향일 수도 있다. 우리는 확실한 의미를 지닌 것, 실체가 있는 것 그리고 명분을 좋아한다. 모호하고 손에 잡히지 않는, 아스라한 이야기로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구체적인 대상과 존재하는 모티프를 앞에 두고 생각을 펼친다. 샤넬의 전체적인 스타일을 보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고만 봐도 그렇지 않나? 흑과 백,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라인, 2개의 C를 겹친 디자인까지. 모든 게 구체적이다.


샤넬의 아카이브에서 꺼내 주얼리로 구현하고 싶은, 아직 시도하지 않은 새로운 모티프가 있다면?

샤넬의 세계는 끝이 없다. 아직 활용하지 못한 모티프와 요소가 차고 넘친다. 단순히 가브리엘 샤넬의 아파트만 보더라도 수없이 많은 디테일과 오브제가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가브리엘 샤넬의 여행과 라이프스타일, 삶의 여정을 들여다보면 많은 인물과 특별한 교류가 있었고, 그 속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영감의 재료다.


하이 주얼리와 화인 주얼리를 전개할 때 중점을 두는 요인이 다른가?

이 질문을 받은 건 처음이라 팀원들과 논의하며 근본적인 개념 자체를 다시 곱씹어봤다. 결론은 샤넬이 업계에서 몇 안 되는, 아니 유일하게 화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를 같은 테마로 접근하는 브랜드라는 거다. ‘코코 크러쉬’, ‘N° 5’, ‘꼬메뜨’, ‘솔레일’ 컬렉션 등 이런 테마를 화인 주얼리와 하이 주얼리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 나는 이 모든 걸 관장하고, 같은 팀원과 움직인다. 그래서 2개 컬렉션의 세계관은 상당히 밀접하다. 굳이 두 영역을 구분하자면 보석에 대한 접근 방법일 테다. ‘코코 크러쉬’ 컬렉션의 경우 화인 주얼리는 일상적으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면, 하이 주얼리는 희소성이 있고 진귀하며 더 특별한 면모를 지녔다.


마지막으로 샤넬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주얼리의 아름다움은?

샤넬만의 이야기. 그리고 샤넬의 DNA에서 드러나듯 편안하지만 우아하고, 고귀하면서도 일상적인 것을 좇는다.



COOPERATION  샤넬(080-805-9628, chanel.com), SPONSORED BY CHAN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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