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호

100년 후의 서울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9월 1일부터 10월 29일까지 열린송현녹지광장,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서울시청 시민청 등에서 열린다. 조병수 총감독 아래 어떠한 이야기가 펼쳐질지 종합해본다.

EDITOR 정송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마련한 ‘하늘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메인 전시가 열리는 주요한 공간이다.


2017년 첫선을 보인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는 지난 제1회 ‘공유도시’, 제2회 ‘집합도시’, 제3회 ‘크로스로드, 어떤 도시에 살 것인가’를 통해 서울의 미래를 그리는 장을 마련해왔다. 올해 네 번째 자리에서는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산길, 물길, 바람길의 도시, 서울의 100년 후를 그리다’라는 주제 아래 주제전, 도시전, 현장 프로젝트, 국제스튜디오, 교육 프로그램, 참여 프로그램까지 총 6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들려준다. 이번 행사의 총감독을 맡은 이는 바로 비씨에치오 파트너스의 수장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건축가 가운데 한 사람인 조병수다. 그와 함께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인 천의영이 주제전 공동 큐레이터를 맡고, 건축 저널리스트 임진영과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염상훈이 게스트 시티전의 공동 큐레이터를 맡는다. 그리고 덴마크 오르후스 건축대학교 교수 레이프 호이펠트 한센Leif Høgfeldt Hansen이 글로벌 스튜디오 큐레이터로서 참여한다. 한편 다이아거날 써츠 건축사사무소 대표 김사라는 현장 프로젝트 큐레이터로 함께하며 힘을 보탠다.


(좌) 총감독에 임명된 조병수 건축가.  (우) 주제전 공동 큐레이터 천의영 건축가.


땅의 도시, 땅의 건축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탐구하는 주제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은 과연 어떠한 화두를 던지나? 이를 심도 있게 이해하기 위해선 건축에서 ‘땅, 물, 바람’으로 대표할 수 있는 지리적 환경의 중요성을 짚고 가야 한다. 현대건축에서는 기술의 도움으로 공기를 순환시키거나 지형을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는 건축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다. ‘건축’이라는 작은 단위가 모여 ‘도시’로 발전하듯이 이번 비엔날레는 땅, 물, 바람이 관통하는 건축에서 출발해 이들의 흐름이 도시로 이어지는 연결성에 주목한다. ‘땅의 건축’은 쉽게 말하면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의 환경적, 생태적 조건과 맥락을 다루는 셈이다. ‘땅의 도시’는 서울의 지형에 주목해 땅과 물, 바람, 즉 산과 강, 바람의 흐름을 틀로 잡아 성읍을 세운 옛 한양에서부터 출발한다. 우리가 얼마나 환경을 존중했는지, 지난 100여 년간 얼마나 이를 파괴하며 현대화에 힘썼는지 살펴본다. 궁극적으로는 100년 뒤 친환경 고밀도 도시 서울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그려보는 것이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목표다.



WHAT TO EXPECT

이번 비엔날레의 메인인 주제전 <땅의 도시, 땅의 건축>은 총감독 조병수와 천의영 경기대 교수가 공동 큐레이터를 맡아 열린송현녹지광장과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펼쳐진다. 리즈비 하산Rizvi Hassan, 스튜디오 워로필라Studio Worofila, 조신형, 최욱, 오픈패브릭Openfabric, 앙상블 스튜디오Ensamble Studio, 모리 도시코Mori Toshiko 등 국내외에서 활약하고 있는 작가 및 건축가를 비롯해 건축사무소 19여 팀이 참여한다. 특히 지난 5월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지상 12m 높이의 구조물인 ‘하늘소’를 새롭게 개장했는데, 이곳에 주제전을 설치해 좀 더 개방된 공간에서 주변 환경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프랑크 바코+살라자르세케로메디나 Frank Barkow+Salazarsequeromedina의 현장 파빌리언 조감도.


서울 100년 마스터 플랜을 살펴보는 <서울 그린 네트워크>전도 기대할 만하다. 전시는 ‘서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의 선조는 산과 강, 바람의 흐름을 고려해 옛 서울, 한양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출현과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자연의 흐름은 끊어지고, 서울의 고유한 풍수지리적 가치 역시 퇴색하고 말았다. 이번 비엔날레는 ‘기본’으로 돌아갈 것을 제안한다. 잊고 있던 가치를 되살려 좀 더 나은 100년의 미래를 그려보자는 것. 인공지능(AI),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등 첨단 기술과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는 도시, 즉 친환경이면서 고밀도를 자랑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결론이다. 서울시청 시민청, 서울도시건축전시관 및 연결 통로에서 국제공모전 선정 작가 40팀이 협력해 마련한 유형별 서울 마스터 플랜을 볼 수 있다. 또 이지현·윤자윤·홍경진, 루이스 롱기Luis Longhi, 유현준, 조민석, MVRDV, 스뇌헤타Snøhetta 등 초청 작가 14팀의 다양한 연구 결과물도 선보일 예정이니, 각 팀이 무엇에 집중했는지 시간을 들여 꼼꼼히 살펴볼 것을 추천한다.


열린송현녹지광장에는 다양한 행사도 마련된다. 파빌리언을 비롯해 글로벌 스튜디오, 현장 프로젝트도 진행될 예정.


MORE TO HIGHLIGHT
게스트 시티전 <패러럴 그라운즈Parallel Grounds>에는 세계적 건축가 위르겐 마이어Jürgen Mayer, 헤르초크 & 드 뫼롱Herzog & de Meuron, 스티븐 홀Steven Holl, 니켄 세케이Nikken Sekkei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을 모은 건 임진영 대표와 염상훈 교수. 전시는 서울시청 시민청과 서울도시건축관 비움홀에서 펼쳐진다. 고밀도의 자본주의 도시에서 건축물은 대체로 사유 건물이다. 지상 1층, 즉 생활 기본 공간인 그라운드는 땅과 맞닿아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일종의 ‘공공’적 가능성이 생겨난다. 여기에 주목해 인구의 밀도를 낮추려는 건축적 실천이 지금껏 많이 일어났는데, 이번 전시에서 함부르크, 뉴욕, 바젤, 세비야, 도쿄, 메데인, 멜버른 등에서 실현됐거나 일어나고 있는 레퍼런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위한 리서치를 진행하며 촬영한 이미지.

이 밖에도 서울 100년 마스터 플랜전의 일환으로 마련된 글로벌 스튜디오 전시 <메가시티의 연결, Bridging the Megacity>가 열린송현녹지광장의 하늘소 하부 공간에 펼쳐지며, 파빌리언을 설치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시와 시민을 연계하는 현장 프로젝트 전시 <체험적 노드: 수집된 감각>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렇듯 10월 29일까지 59일 동안 ‘서울’을 중심으로 건축에서 도시로, 결국은 다시 우리의 삶으로 돌아오는 생각의 순환을 거대한 집합체로 풀어내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여러 차례 찬찬히 들여다보며 앞으로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100년 뒤 서울을 위해 함께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지 의견을 더해보면 어떨까.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