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일상을 빛나게 하는 가구

이탈리아 명품 가구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비앤비이탈리아에서 ‘혁신’과 ‘도전’은 일상의 단어다. 질베르토 네그리니 CEO와의 일문일답.

EDITOR 김수진 PHOTOGRAPHER 이경옥

1969년 가에타노 페셰Gaetano Pesce가 디자인한 ‘업 체어Up Chair’에 앉은 질베르토 네그리니 비앤비이탈리아 그룹 CEO.



모듈식으로 이루어져 원하는 대로 조합할 수 있는 비앤비이탈리아의 ‘카멜레온다’ 소파.


모던하고 트렌디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간직한 가구. 1966년 설립된 비앤비이탈리아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세계 리빙 신을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가 될 수 있었던 데는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시도가 큰 몫을 했다. 목재가 아닌 스틸로 소파 프레임을 제작해 견고한 가구를 만드는가 하면, 세계 최초로 폴리우레탄 폼 몰딩 기술을 적용한 쿠션을 선보이며 제품 디자인의 또 다른 영역을 제시하기도 했다. 창립자 피에로 암브로조 부스넬리Piero Ambrogio Busnelli로부터 이어진 가구 제작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브랜드를 넘어 이탈리아 가구 전반의 수준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협회인 알타감마 재단Fondazione Altagamma의 창립 멤버로 선정된 것이나 세계적 디자인 어워드 콤파소 도로Compasso d’Oro에서 다섯 번 이상 수상한 사실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피에로 리소니 Piero Lissoni,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 등 20여 명의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해 기성 브랜드와 차별화된 독창적인 라인업을 전개하는 한편, 자하 하디드Zaha Hadid,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 등의 건축가와 특별 프로젝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비앤비이탈리아의 CEO이자 정교한 클래식 가구를 제작하는 ‘막살토Maxalto’, 하이엔드 주방 가구 ‘아클리니아Arclinea’, 절제미 넘치고 우아한 가구 컬렉션 ‘아주체나Azucena’ 등의 브랜드를 함께 보유한 비앤비이탈리아 그룹의 수장, 질베르토 네그리니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인피니 쇼룸에서 만난 그와 브랜드의 지향점, 하이엔드 가구의 덕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클래식하면서도 정교한 가구를 선보이고 있는 막살토의 ‘릴리움Lilium’ 소파.

아시아 지역을 투어한 것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중국, 한국, 일본, 호주 등 아시아 지역은 비앤비이탈리아 글로벌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다. 팬데믹 직전인 2019년에 중국을 방문했는데, 이번에는 아시아의 주요 파트너들을 좀 더 친밀하게 만나기 위해 폭넓은 여행을 계획했다.

한국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냈나?
다른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의 쇼룸과 주요 백화점, 비앤비이탈리아와 막살토를 소개하고 있는 인피니 매장 등을 방문했다. 1박 2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굉장히 흥미롭고 다채로운 경험을 했다. 특히 독특한 정체성과 확고한 가치관을 지닌, 디자인에 대한 한국 시장의 니즈를 확인할 수 있었다.

비앤비이탈리아는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가구 디자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혁신적인 가구를 제작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궁금하다.
혁신과 연구, 기술은 비앤비이탈리아의 역사 그 자체다. 1966년 창립 이래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강력한 자산이다. 독창적이고 상징적이며 현대적인 디자인 가구를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고 채택하며, 가구 제조 공정과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묵직한 우드 질감과 팔걸이의 우아한 곡선이 특징인 막살토의 ‘데스피나Despina’ 체어.

세계적인 디자이너, 건축가와 오랫동안 협업해왔다. 새로운 가구를 제작할 때, 비앤비이탈리아만의 특장점을 제품에 녹이기 위해 그들에게 특별히 요청하는 사항이 있는지?
각 디자이너의 철학을 존중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지향점과 스타일에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디자이너들이 전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품화할 때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이미지와 일치하도록 하기 위해 다소 비판적인 견해를 유지하는 편이다.

비앤비이탈리아 그룹은 막살토, 아클리니아, 아주체나도 보유하고 있다. 각 브랜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한다면?
막살토는 아트 디렉터이자 유일한 디자이너인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의 지휘 아래 ‘모던 클래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장인 정신과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련된 가구를 선보인다. 아클리니아는 고급 디자이너 주방 가구 브랜드로, 이 역시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아트 디렉터로 활약 중이다. 마지막으로 아주체나는 1940년대 말 건축가 루이지 카차 도미니오니Luigi Caccia Dominioni가 디자인한 약 20개의 제품으로 이루어진, 격조 높고 우아한 가구 컬렉션이다.

올해 4월 밀라노 가구박람회에서 막살토의 부스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시노그래피와 감각적인 가구가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1975년 설립 이래 막살토는 세련된 우아함과 현대적인 클래식이 깃든 가구를 선보여왔다. 근래 우리의 목표는 막살토와 비앤비이탈리아의 차이점을 더 강조하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막살토 부스를 별도로 선보인 이유다.

팬데믹 이후 자신의 공간을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들로 채우려는 사람들의 욕구가 더 커진 듯하다. 이와 관련한 비앤비이탈리아 그룹의 전략은 무엇인가?
팬데믹 기간 동안 많은 것이 변화했다.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재택근무, 가정 학습 등을 위해 공간을 재구성해야 했다. 집과 가구, 그것들의 기능, 편안함 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테라스나 정원, 집 주변의 녹지 등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이런 다채로운 요구를 폭넓게 충족할 수 있는, 유동적인 실내외 공간과 품질 좋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갖춘 다기능의 주택을 구상 중이다.

하이엔드 가구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은 무엇일까?
독특한 디자인, 우수한 재료, 디테일, 고품질, 편안함 등 수많은 미적이고 기능적인 가치들이 잘 어우러질 때 ‘하이엔드’라고 칭할 수 있다고 본다. 일시적인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세대를 거쳐 대대로 이어갈 수 있는, 시대를 초월한 제품이어야 한다.

좋은 가구는 공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기능은 기본이고, 아름다워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일상의 차이를 만든다.

당신에게 ‘럭셔리’란?
품질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디자인 가구 분야와 관련해 이야기하자면, 고급 디자인 가구는 아름다움과 기능, 품질, 혁신의 놀라운 연금술이라고 생각한다.

오리엔탈 미니멀리즘인 젠 스타일이 잘 담겨 있는 비앤비이탈리아의 ‘토비-이시Tobi-Ishi’ 테이블.


COOPERATION  인피니(3447-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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