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LE GRAND TOUR

16~19세기 유럽에서 유행한 ‘그랜드 투어’에서 영감을 받아 그 낭만과 도전 정신, 다채로운 유산을 반영한 ‘르 그랑 투어’ 하이 주얼리 컬렉션.

EDITOR 윤정은

중앙에서 각 25.10캐럿, 21.78캐럿의 스리랑카산 오벌 사파이어 2개가 청명한 빛을 발하는 ‘조시아Josiah’ 네크리스.



총 31.13캐럿의 페어 컷 잠비아산 에메랄드를 세팅한 ‘카프리치오Capriccio’ 네크리스,

베네치아 출신의 화가 로살바 카이에라Rosalba Carriera에게 경의를 표하는 ‘카이에라Carriera’ 이어링.



그랜드 투어의 역사
1910년 프랑스 작가 안드레 쉬아레스André Suarès는 자신의 이탈리아 여행을 바탕으로 <베네치아로 향하는 콩도티에르의 여행Le Voyage du Condottiér, Vers Venise>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돌며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미켈란젤로 같은 르네상스 거장들의 자취를 탐색하는 영감 넘치는 여정의 기록이었다.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오늘날의 현대 시대에도, 쉬아레스의 여행은 꽤나 진기하고 낭만적인 경험처럼 비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이 같은 경험이 그만의 행운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당시 유럽 청년들 사이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돌며 문화적, 예술적 소양을 쌓는 장기 여행이 하나의 필수 관문처럼 성행했다. 이름하여 ‘그랜드 투어’다. 그랜드 투어라는 용어는 1670년 성직자이자 작가인 리처드 라셀Richard Lassels이 저서 <이탈리아의 여행Voyage of Italy>에서 처음 사용했다. 다시 말해 이미 16세기부터 퍼져 있던 문화인 셈이다. 이 여행은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경로 외엔 정해진 일정이 없고, 기간도 몇 달부터 몇 년까지 다양했다. 세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영국 도버해협에서 출발해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를 거쳐 로마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여행자들은 파리에서 패션과 매너를 배우고, 피렌체에서 르네상스 예술에 심취했으며 베네치아에서 파티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로마의 고대 유적과 문화유산도 인기 있는 탐구 대상이었다. 음악에 관심 있는 이들은 나폴리로 건너갔다. 일부는 시칠리아와 그리스까지 여행을 확장했다. 중세 시대의 여행은 비용이 만만치 않았고, 그랜드 투어 또한 자연히 특권 계층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였다. 귀족 자제들은 학업을 마친 뒤 정해진 코스처럼 대장정을 떠났다. 그들은 이 과정을 통해 사회 진출을 위한 인맥을 쌓고 시야를 확장했다. 그들을 돕고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성직자나 예술가가 여행에 동참하는 경우도 많았다. 덕분에 다방면에서 실용적인 결과물이 꽃필 수 있었다. 그랜드 투어는 오랫동안 지식인들을 매혹했으며, 점차 대중에게도 확산되었다. 신고전주의 그랜드 투어는 고전 예술 양식과 고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당시는 특히 고고학의 발전으로 많은 유적이 발굴되던 시기였고, 1753년에는 런던의 대영박물관, 1793년에는 프랑스의 르 뮤지엄(훗날 루브르박물관으로 개명)이 문을 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 장식성을 강조하던 로코코양식이 쇠퇴하고, 신고전주의가 등장했다. 고대 양식이 지닌 순수함과 간결성이 각광을 받으며 주얼리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드러났다. 대칭을 이루는 골드 주얼리, 양각으로 조각한 카메오 등이 인기를 끌었고, 로마의 마이크로모자이크도 새롭게 주목받았다. 영국의 도자기 제조업체인 웨지우드Wedgwood는 골동품 디자인을 재현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빌라 메디치의 전경과 밤하늘을 수놓은 색색의 벌룬.


‘르 그랑 투어’ 하이 주얼리 컬렉션
반클리프 아펠은 그랜드 투어에 관한 문헌과 여러 작품을 참고하고 이를 재해석해 8개 도시 테마로 이루어진 약 80여 점의 다채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 생생한 윤곽과 빛나는 색감으로 도시의 풍광과 자연의 절경을 담아내고, 섬세한 세공으로 바로크양식과 에트루리아(고대 지중해 국가) 스타일을 찬미했다. 디자인 스튜디오의 독창성과 보석 전문가의 뛰어난 안목, 워크숍 장인들의 탁월한 노하우가 각각의 피스에 담겨 있다. 반클리프 아펠 회장 및 CEO 니콜라 보스Nicolas Bos 역시 이번 컬렉션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표했다. “이 컬렉션은 다채로운 차원을 품고 있습니다. 주얼리와 장식 예술의 전통이 어우러져 있지요. 그랜드 투어의 여정에서 가져온 기념품처럼, 오브제들은 다시 한번 시대와 문화의 발견 및 조화를 거듭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이런 취지를 위해 메종은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역사적으로 빛나는 명성을 지닌 도시들의 여정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고대 로마제국, 에트루리아, 중세 또는 르네상스와 같은 시대에 탄생한 앤티크 주얼리에서 영감을 받아 메종 고유의 유산, 스타일 그리고 장인 정신을 반영해 작품을 탄생시킵니다. 이렇게 빚어낸 결과는 여정의 목적지와 젬스톤이 마치 컬러로 가득한 스케치북처럼 어우러진 세계를 깊이 감상하는 순간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눈부신 로마의 밤
‘르 그랑 투어’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론칭을 기념하며 반클리프 아펠은 전 세계 고객들과 프레스를 이탈리아 로마로 초대했다. 로마는 그랜드 투어의 주요 기점이자 고대 유산을 간직한 문화의 중심지로, 이번 컬렉션을 선보이기에 최적의 무대였다. 특히 행사가 마련된 빌라 메디치Villa Medici는 건축·역사적으로도 가치 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교류를 의미하는 장소여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반클리프 아펠은 각 도시의 풍경을 연극으로 꾸며 참석자들에게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한편, 빌라 메디치의 정원에서 성대한 카니발을 개최해 시대를 뛰어넘는 흥겨움을 이끌어냈다. 행사가 무르익은 밤, ‘르 그랑 투어’ 하이 주얼리를 착용한 모델들의 살롱 쇼도 이어졌다. 런웨이 무대가 아닌, 자연스러운 연출 속에 주얼리의 아름다움을 보다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이어서, 밤하늘에 뜬 오색 빛깔 벌룬 사이로 소프라노의 라이브 공연이 펼쳐졌다. 한여름 밤의 환상적인 여정을 마무리하는 완벽한 피날레였다.




OOPERATION 반클리프 아펠(187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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