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치코트는 타미힐피거 맨. 셔츠는 돌체앤가바나. 팬츠는 구찌.
스트라이프 패턴의 슈트와 셔츠, 구두 모두 돌체앤가바나.
넥타이는 에디터 소장품.
재킷과 팬츠, 부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축하합니다. 뮤지컬 <그날들>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어요. 초연부터 동고동락한 작품인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세월 참 빠르죠?
10년 전에 처음 <그날들> 주연 캐스팅 제의를 받을 때가 생생한데 말이에요. 작품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꾸준하게 이 작품에 참여하며 합을 맞춰온 배우들이 많고, 무엇보다 스태프들까지 모두 그대로라는 점이 제일 놀라워요. 이제는 표정만 봐도 감정과 생각을 알 정도죠. 그래서 이번 10주년 공연은 모두 결의에 가득 찬 채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모든 장면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무심코 흘리듯 뱉었던 극중 대사의 맥락과 뉘앙스를 점차 알게 된 거죠. 뮤지컬은 모든 감정과 장면을 세세히 설명하기보단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장르이다 보니 계속해서 해석하는 시도를 거치면 흘려보냈던 요소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10년 동안 같은 작품을 하면 이 모든 것이 레이어드하듯 켜켜이 쌓일 수 밖에 없죠. 몰랐던 감정선이 느껴지고 대사 한 줄 한 줄의 의미가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늘 같은 역할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매번 새로운 역할에 임하는 듯한 느낌도 받고요.
그때의 유준상과 지금의 유준상은 많이 달라졌나요?
똑같습니다. 항상 절실해요. 무대에 목말라 있고요. 옷 사이즈도 똑같아서 의상팀이 아주 좋아합니다.
<그날들>의 또 다른 주연, 가수 김광석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료이기도 할 테니까요.
매번 무대 제일 한가운데에 김광석 형님의 사진과 꽃다발을 놓고 극을 시작해요. 극 도중에 불현듯 그곳을 보게 될 때면 마음속에 무언가 울컥하고 튀어나오는 걸 느끼죠. 진심을 다해 들려주는 노래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분의 노래를 온전한 진심을 담아 부르고 그 마음이 관객에 닿아 작은 위안이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전 언제든 김광석 형님의 노래를 부를 겁니다. 이 모습을 보셨다면 저를 많이 아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축하할 일이 하나 더 있죠. 2년 뒤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고 들었습니다. 긴 시간 같은 태도와 항상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빠짐없이 일지를 써요. 흐트러지지 않게 공연에 임하는 배우로서의 자세와 목표를 되새기기 위한 것이에요.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채찍질을 하는 거죠.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되고 꾸준히 오래도록 잘 버텨야 한다고요.
무슨 내용을 쓰나요?
일종의 공연 일지죠. 오늘의 공연은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스스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 발전해야 한다며 다그침과 충고를 전하기도 해요. 결국은 제 자신을 매번 북돋우며 글을 끝맺는데, 10년 넘게 쓰다 보니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에 보니까 내용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그걸 보면 늘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 숙제를 내주는 것 같아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제게 계속 늘 같은답이 없는 과제를 던져주고 매번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하는 거죠.
티셔츠는 이자벨 마랑 옴므. 레더 팬츠와 부츠 모두 토즈.
뮤지컬뿐 아니라, 곧 방영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부터 에세이집 발간, 직접 연출한 영화까지, 배우이면서 동시에 창작자로서도 다양한 행보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숨가쁜 1년이 될 것 같은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배우로서든 창작자로서도 말이죠. 작곡이든, 영화든, 글이든 제가 던지는 화두는 배우로서의 유준상 그리고 사람 유준상에게 건네는 물음이에요. 그 화두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작품과 연기로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죠. 이걸 한꺼번에 시작해서 끝맺는 게 아니라 제각기 다른 시기에 시작해서 조금씩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는데 공개하는 일정이 맞물리다 보니 올해 유독 자주 찾아뵙게 된 것 같아요.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의 유준상이 그리는 훗날의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70~80대가 되어서도 뮤지컬 무대에 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도 종종 하는데 진짜 반반인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다가도 때로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들죠. 그래도 일단은 된다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해요. 한결같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요.
처음 <그날들>을 접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여전히 <그날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언제 다시 <그날들> 무대에 설 거냐고요. 늘 서왔고요. 이번에 또 섭니다. 그만큼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오케스트라 사운드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번 보면 끊을 수 없으니 꼭 보러 오세요.(웃음)
HAIR 미미(순수) MAKEUP 효정(순수) ASSISTANT 이나래 COOPERATION 구찌(1577-1921), 돌체앤가바나(3442-6888),
알렉산더 맥퀸(2118-6171), 이자벨 마랑(516-3737), 타미힐피거(1544-3966), 토즈(3438-6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