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SECOND PROLOGUE

유준상은 매번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정진한다. 10주년을 맞이한 창작 뮤지컬 <그날들>로 찾아온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의 확신을 채워가는 중이다.

EDITOR 이호준, 김송아 PHOTOGRAPHER 배준선

트렌치코트는 타미힐피거 맨. 셔츠는 돌체앤가바나. 팬츠는 구찌.



스트라이프 패턴의 슈트와 셔츠, 구두 모두 돌체앤가바나. 넥타이는 에디터 소장품.




재킷과 팬츠, 부츠 모두 알렉산더 맥퀸.



축하합니다. 뮤지컬 <그날들>이 벌써 10주년을 맞이했어요. 초연부터 동고동락한 작품인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세월 참 빠르죠?
10년 전에 처음 <그날들> 주연 캐스팅 제의를 받을 때가 생생한데 말이에요. 작품과 함께 살아간다는 말을 실감하는 것 같아요. 저만큼이나 꾸준하게 이 작품에 참여하며 합을 맞춰온 배우들이 많고, 무엇보다 스태프들까지 모두 그대로라는 점이 제일 놀라워요. 이제는 표정만 봐도 감정과 생각을 알 정도죠. 그래서 이번 10주년 공연은 모두 결의에 가득 찬 채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모든 장면에 공감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어요.
무심코 흘리듯 뱉었던 극중 대사의 맥락과 뉘앙스를 점차 알게 된 거죠. 뮤지컬은 모든 감정과 장면을 세세히 설명하기보단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장르이다 보니 계속해서 해석하는 시도를 거치면 흘려보냈던 요소를 다시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10년 동안 같은 작품을 하면 이 모든 것이 레이어드하듯 켜켜이 쌓일 수 밖에 없죠. 몰랐던 감정선이 느껴지고 대사 한 줄 한 줄의 의미가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늘 같은 역할을 한다는 느낌보다는 매번 새로운 역할에 임하는 듯한 느낌도 받고요.

그때의 유준상과 지금의 유준상은 많이 달라졌나요?
똑같습니다. 항상 절실해요. 무대에 목말라 있고요. 옷 사이즈도 똑같아서 의상팀이 아주 좋아합니다.

<그날들>의 또 다른 주연, 가수 김광석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어찌 보면 10년 동안 동고동락한 동료이기도 할 테니까요.
매번 무대 제일 한가운데에 김광석 형님의 사진과 꽃다발을 놓고 극을 시작해요. 극 도중에 불현듯 그곳을 보게 될 때면 마음속에 무언가 울컥하고 튀어나오는 걸 느끼죠. 진심을 다해 들려주는 노래는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분의 노래를 온전한 진심을 담아 부르고 그 마음이 관객에 닿아 작은 위안이나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전 언제든 김광석 형님의 노래를 부를 겁니다. 이 모습을 보셨다면 저를 많이 아껴주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웃음)

축하할 일이 하나 더 있죠. 2년 뒤면 데뷔 30주년을 맞이한다고 들었습니다. 긴 시간 같은 태도와 항상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빠짐없이 일지를 써요. 흐트러지지 않게 공연에 임하는 배우로서의 자세와 목표를 되새기기 위한 것이에요.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채찍질을 하는 거죠. 여기서 안주하면 안 되고 꾸준히 오래도록 잘 버텨야 한다고요.

무슨 내용을 쓰나요?
일종의 공연 일지죠. 오늘의 공연은 어떤 마음으로 임했는지,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스스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더 발전해야 한다며 다그침과 충고를 전하기도 해요. 결국은 제 자신을 매번 북돋우며 글을 끝맺는데, 10년 넘게 쓰다 보니 신기하게도 어느 순간에 보니까 내용이 다 비슷하더라고요. 그걸 보면 늘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 숙제를 내주는 것 같아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잖아요. 제게 계속 늘 같은답이 없는 과제를 던져주고 매번 다양한 답을 내놓을 수 있게 하는 거죠.



티셔츠는 이자벨 마랑 옴므. 레더 팬츠와 부츠 모두 토즈.


뮤지컬뿐 아니라, 곧 방영할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2>부터 에세이집 발간, 직접 연출한 영화까지, 배우이면서 동시에 창작자로서도 다양한 행보를 앞두고 있다고 들었어요. 숨가쁜 1년이 될 것 같은데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배우로서든 창작자로서도 말이죠. 작곡이든, 영화든, 글이든 제가 던지는 화두는 배우로서의 유준상 그리고 사람 유준상에게 건네는 물음이에요. 그 화두에 대한 나름의 답변을 작품과 연기로 사람들과 공유하는 거죠. 이걸 한꺼번에 시작해서 끝맺는 게 아니라 제각기 다른 시기에 시작해서 조금씩 오랜 기간 동안 준비했는데 공개하는 일정이 맞물리다 보니 올해 유독 자주 찾아뵙게 된 것 같아요.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웃음)

지금의 유준상이 그리는 훗날의 모습이 궁금해지네요.
70~80대가 되어서도 뮤지컬 무대에 서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도 종종 하는데 진짜 반반인 것 같아요. 잘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다가도 때로는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들죠. 그래도 일단은 된다는 생각으로 해보려고 해요. 한결같이 지금 같은 모습으로요.

처음 <그날들>을 접할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여전히 <그날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언제 다시 <그날들> 무대에 설 거냐고요. 늘 서왔고요. 이번에 또 섭니다. 그만큼 배우에게도 관객에게도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오케스트라 사운드까지 더해져 마치 한 편의 영화가 펼쳐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한번 보면 끊을 수 없으니 꼭 보러 오세요.(웃음)


HAIR  미미(순수)  MAKEUP  효정(순수)  ASSISTANT  이나래  COOPERATION  찌(1577-1921), 돌체앤가바나(3442-6888),
알렉산더 맥퀸(2118-6171), 이자벨 마랑(516-3737), 타미힐피거(1544-3966), 토즈(3438-6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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