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호

BE CREATIVE, BATHROOM

욕실 브랜드가 출시한 새로운 컬렉션을 대변하는 4가지 디자인 키워드를 뽑았다. 다채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욕실을 위하여!

EDITOR 이호준

ARTISTIC TOUCH

거실과 방처럼 개인의 개성을 대폭 드러낼 수 있는 공간과 욕실은 조금 다른 성격을 지닌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청결이라는 기능적인 측면을 조금 더 중시하는 경향이 높기 때문. 그러나 기존의 욕실 제품에 예술의 숨결을 살짝 불어넣은 모습을 마주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콜러Kohler는 브랜드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전개한 캠페인의 일환으로 전 세계 5명의 여성 아티스트들과 협업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중국 아티스트 왕지링Wang Ziling, 인도 기반의 예술가 푸슈파 쿠마리Pushpa Kumari 등 작품에서 고유의 지역적인 색채를 드러내는 작가들이 콜러의 헤리티지 컬러를 활용해 세면대와 욕조 등 3개 제품군에 각자의 드로잉을 구현한 것이다. 한편, 스위스 욕실 브랜드 라우펜Laupen은 보다 많은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디자인 스튜디오 NM3와는 스테인리스스틸과 크롬으로 제작한 욕실 캡슐 컬렉션을 제작했다. 이와 함께 마르셀 반더스와 함께 만든 우아한 느낌의 세리프 스타일 ‘릴리프Relief’ 세면대와 마블링 아트 같은 모니큐 바우만Monique Baumann의 세면 거치대 등을 공개해 예술적인 욕실을 지향하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CHANGING MATERIAL

또 하나 흥미로운 지점은 새로운 소재의 사용이다. 해당 관점에서 가장 눈이 가는 브랜드는 독일 기반의 수전 브랜드 제시Gessi다. 국내에서는 한샘넥서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 브랜드는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오트 쿠튀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2가지 컬렉션, ‘재클린Jacqueline’과 ‘펄Pearl’을 공개했다. 재클린 컬렉션의 경우, 속이 비어 있는 대나무 줄기를 수전으로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금속 수전의 겉을 대나무 줄기로 감싸 동양적이면서도 기존 수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질감을 접목한 것. 펄 컬렉션은 얼핏 일반적인 컬러 수전으로 보일 수 있지만 레버 위에 진주처럼 둔 장식으로 재밌는 시도를 꾀했다. 무라노에서 만든 유리와 천연 대리석을 활용해 물성의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한 시도다. 한편, 독일 브랜드 ‘그로헤Grohe’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변주했다. 브랜드가 공개한 수전은 언뜻 봐선 기성 제품과 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지만 제작 과정을 본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바로 3D 프린팅을 통해 만든 금속 소재를 제작에 사용했기 때문. 생산 폐기물을 줄이고 소량 맞춤까지 가능해 지속 가능하다는 장점 또한 갖췄다.




NATURAL MARBLE

욕실에서 천연 대리석의 존재감은 더욱 확연하게 빛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만들어진 특유의 패턴과 은은한 광택 그리고 독특한 질감까지 다양한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욕실에 들어서는 순간 대리석 소재의 아이템은 마치 센터피스처럼 시선을 붙든다. 또한 커팅과 마감 등이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기에 완성도가 뛰어난 대리석 제품은 럭셔리한 욕실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한다. 주로 시칠리아 화산에서 채굴한 화강암으로 대리석 타일과 세면대를 제작하는 이탈리아 브랜드 리떼아Lithea의 제품이 딱 들어맞는 예시다. 이번에 공개한 컬렉션은 ‘에꼴Ercole’이라 이름 붙인 트래버틴travertine 대리석으로 만든 모듈식 타일과 시스템 욕실 가구 컬렉션이다. 조금씩 다른 밀도로 제작한 타일 덕분에 정형적이지 않아 자유로운 인상의 욕실을 연출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대리석 문화에서 영감받은 브랜드 크레오Kreoo는 한층 작품같은 가구를 공개했다. 기하학적이고 연속적인 곡선 줄기를 표현한 ‘데임Dame’ 프리스탠딩 세면대는 섬세한 디테일이 높은 기술력을 짐작하게 한다. 또 다른 컬렉션 제품인 ‘코라Kora’ 욕조는 대리석 본연의 패턴을 강조하는 동시에 은은한 녹색 광택을 부각해 신비로운 인상이다.




INSPIRED BY CRAFT

공예에서 착안한 신제품을 출시한 욕실 브랜드에도 눈이 간다. 공예품의 실루엣이나 제작 과정, 특성을 반영해 만든 욕실 아이템은 공예적인 모습의 욕실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이탈리아의 욕실 브랜드 아가페가 공개한 2가지 제품은 모두 공예에서 착안해 디자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눈에 띄는 색감과 텍스처가 특징인 ‘세노테Cenote’ 세면대는 도자를 만드는 도가니의 열 기둥에서 형태적인 영감을 얻어 만든 결과물이다. 소재 또한 세라믹을 사용해 제품의 스토리텔링을 완성한 점이 인상적이다. 함께 공개한 ‘블로크Bloque’ 수납장은 일본의 다기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나무와 화강암을 함께 사용했다는 점이 재밌다. 유닛 보드는 나무로, 이를 잇는 다리는 화강암으로 만들어 다채로운 물성을 느낄 수 있다. 이탈리아 브랜드 엑스트Ex.t의 ‘오리가미Origami’ 시리즈 세면대는 이름부터 일본의 종이접기 공예인 오리가미를 연상케 한다. 세면대의 외관도 마치 종이를 접은 듯한 인상을 주고, 질감 또한 종이가 지닌 고유의 텍스처를 나름의 방식으로 구현한 점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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